“한강·홍대 잇고 과거와 미래 아우르고 세계가 사랑하는 K-컬처 랜드마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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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인리 문화창작발전소 설계한 매스스터디스 조민석 대표
발전소는 다양한 에너지원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곳이다. 화력발전소, 원자력발전소 등 전국 각지에 있는 수많은 발전소를 밑거름으로 세계에서 전례 없는 고도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우리나라 산업을 이끌었던 발전소 중 한 곳이 미래지향 에너지인 문화를 생산하는 공간이 된다.
‘당인리 문화창작발전소(이하 문화창작발전소)’가 들어설 곳은 서울 마포구 당인동에 있는 서울화력발전소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화력발전소인 서울화력발전소는 1930년 1호기 가동과 함께 우리나라 산업화의 역사를 함께했다. 한때 석탄화력 방식의 1~5호기까지 운영됐지만 현재는 2013년 준공된 1·2호기만 운영되고 있다. 1·2호기는 당인동 부지 지하에 액화천연가스(LNG) 복합화력 방식으로 전력을 가동하면서 서울복합화력발전소라는 명칭으로 바뀌었다. 문화창작발전소는 수명이 다해 가동을 멈춘 4·5호기가 있던 자리에 들어설 계획이다.
문화창작발전소는 화력발전소가 지닌 산업유산으로서 가치를 보존하면서 문화공간으로 재활용하는 방안으로 설계됐다. 문화창작발전소 착공식이 진행된 5월 17일, 이곳을 설계한 매스스터디스의 조민석 대표를 만났다.
문화창작발전소는 어떤 공간인가?
서울 마포구 당인동에 있는 서울화력발전소의 4·5호기가 생태와 문화가 공존하는 공간으로 바뀐다. 우리나라 산업의 역사를 보고 느낄 수 있는 공간을 비롯해 젊은이가 K-컬처를 이끌어갈 문화를 꽃피울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된다. 또한 발전소를 끼고 흐르는 한강과 자연이 주민의 일상으로 들어오는 데 초점을 맞췄다. 2025년 개관하는 것이 목표다.
자연을 일상으로 들인다는 콘셉트를 구상하게 된 배경은?
도시의 발전에도 단계가 있다. 지금은 양적으로 팽창하던 시대를 지나 내실을 다지는 질적 발전이 필요한 시대다. 질적 발전은 주민들의 생활을 풍요롭게 만드는 요소가 반드시 필요하다. 서울화력발전소 앞에는 한강이 있다. 서울에서 한강은 굉장히 중요한 자산이다. 그런 좋은 자연환경이 도로와 아파트 같은 시설들 때문에 주민과 차단돼 있다. 주민에게 한강을 돌려주면서 다양한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시설을 제공하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건축가가 본 당인리라는 공간의 매력은 무엇인가?
문화창작발전소를 구상할 때 발전소 부지를 정말 많이 다녀왔다. 처음 이곳을 방문했을 때는 한강이 코앞에 있으니까 멋진 풍경이 펼쳐질 거라고 기대했다. 그런데 강변북로와 발전소 설비에 시야가 다 가려서 한강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4·5호기 지붕 위에 올라갔는데 어마어마한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한강과 밤섬, 여의도 등 주변 경관과 동쪽에 있는 잠실, 서쪽에 있는 김포까지 볼 수 있었다. 신(新)서강팔경이라 부를 만큼 멋진 모습이다. 그건 직접 봐야 한다.
그 풍경이 설계에 어떤 영향을 줬나?
그 풍경에서 힌트를 얻은 거나 마찬가지다. 4·5호기 두 터빈홀의 지붕을 연결한 공중광장을 지을 계획이다. 지상 18m 위치에 있는 광장인데 남동 측과 남서 측 너비를 합하면 200m에 달한다. 이 공간에서는 서울의 경관뿐 아니라 일출과 일몰을 모두 볼 수 있다. 이 공간은 지금은 경량 지붕으로 돼 있는데 리모델링하면서 트럭도 올라갈 수 있을 만큼 단단하게 만들 계획이다. 광장에 필요한 물품들을 손쉽게 운반할 수 있도록 화물 엘리베이터도 설치한다. 공중광장이 생기면 이곳에서 여의도 불꽃축제를 볼 수 있다. 발전소를 둘러싼 벽에는 공중광장까지 자연스럽게 안내하는 산책로를 만들 거다. 산책길은 유리로 벽을 만들어서 바깥 전망과 내부 시설을 볼 수 있다.
산업유산과 문화시설이 공존하는 공간이다. 어떤 방식으로 설계했나?
4호기가 있었던 곳은 내부 기계들을 덜어낸 후 문화시설을 만들고 5호기는 원형 그대로 보존한다. 4호기 내부에는 거대한 보일러가 있는데 이것을 덜어내면 지하 10m, 지상 40m의 공간이 생긴다. 이 공간을 3등분해 지하 2층에는 11m 높이의 전시공간을 만들 계획이다. 그 위에 높이 18m 정도 되는 공간은 라운지로 조성해 버스킹 공연 등 젊은 예술가들의 공연장을 만든다. 공중광장 위쪽에는 하이퍼 파빌리온이라는 공간이 나온다. 이곳은 원래 기존 보일러를 관리하던 동선과 보일러를 지지하던 구조물이 있었다. 그 공간에서 보일러를 덜어내니 초대형 정자가 됐다. 정자 지붕 아래 계단식 좌석을 만들어 한강을 보며 야외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설계했다.
수직공간을 다양하게 활용한 것이 흥미롭다.
수직공간뿐 아니라 수평공간도 활용할 수 있다. 4호기와 5호기가 인접해 있는데 두 공간을 연결하는 방법을 생각했다. 터빈홀 오른쪽 지상 공간을 이벤트플라자로 만든다. 두 터빈홀과 이벤트플라자를 연결하면 250m 길이의 거대한 공간이 나타난다. 이곳을 비행기 격납고처럼 위에서 아래로 닫히는 문으로 설계해 공간을 다양하게 쓸 수 있도록 했다. 대규모 아트페어인 키아프(KIAF)나 프리즈(Frieze)를 개최해도 될 만큼 큰 공간이다. 서울에 이 정도의 수평공간이 생기면 굉장히 활용도가 높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5호기는 어떻게 활용하나?
5호기는 근대산업유산으로 보존하려 한다. 이곳이 우리나라 최초의 화력발전소이자 가장 오래된 화력발전소라는 역사적 의의를 살려 교육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외장을 전부 유리로 바꾸고 보일러동은 외장을 없애려 한다. 그러면 방문객이 어디서든 5호기 내부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설계에 대한 설명을 듣고 보니 조화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평소 건축을 할 때 여기에 초점을 두는 것으로 알고 있다.
건축은 새로운 건물을 짓는 일이기도 하지만 시대의 흐름을 따라 다양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지금 도시발전 단계를 보면 양적 팽창을 하던 시대를 지나 질적 내실을 다지는 시대로 흐름이 바뀐 지 오래다. 서울이라는 도시 자체가 자연과 인공적 요소가 뒤섞인 복합적 환경이다. 건축이 이런 복합적 환경을 조화롭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음악으로 치면 교향악을 연주하는 지휘자 같은 존재인 셈이다.
조화를 이루는 지점을 찾기도 쉽지 않았겠다.
건축은 많은 시간이 필요한 작업이다. 그래서 건축가에게는 인내심이 필수다. 우리 사무소는 거의 4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 공간을 활용할 방법을 고민했던 것 같다. 팀원들에게 늘 하는 말이 있다. 발명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공간에 있는 기회를 발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전체를 아우르려면 공간을 이해해야 하는데 그 과정이 필요했다. 그 다음은 우리가 하고 싶은 건축과 설계에 대해 사람들의 공감을 얻어야 하는 과정을 거쳤다. 그러다보니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문화창작발전소가 이제 막 첫 삽을 떴다. 어떤 공간이 되길 바라나?
이곳은 한강이라는 환경적 요소뿐 아니라 주변에 홍대라는 문화적 요소도 연결돼 있다. 문화창작발전소가 완공되면 환경과 문화라는 요소가 어우러져 좋은 시너지를 낼 거라고 생각한다. 지금 K-컬처가 전 세계에서 우리의 기대치를 훨씬 웃도는 관심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문화창작발전소가 세상의 기대에 걸맞은 문화를 꽃피우는 공간이 됐으면 한다. 또한 주민들이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사랑받길 바란다. 외관이 화려한 랜드마크로서 역할만 하는 게 아니라 주민들이 이곳에서 삶의 질을 높이는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장가현 기자
조민석 매스스터디스 대표
* 연세대 건축공학과 졸업
* 미국 뉴욕 컬럼비아대학 건축대학원 졸업
* 1994년 신건축국제도시주거공모전 당선
* 2000년 뉴욕 건축연맹 주관 미국 젊은 건축가상 수상
* 1999년, 2003년 미국 프로그레시브 아키텍처 어워드 수상
* 2008년 세계 최우수 초고층 건축상 톱5 선정(부티크 모나코)
* 2010년 국제박람회기구(BIE) 건축부문 은상(상하이엑스포 한국관)
* 2011년 광주비엔날레 유명전 공동기획
* 2012년 한국 건축문화 대상 대통령상,
한국건축가협회 베스트 7(카카오 ‘스페이스 닷 원’)
* 2014년 제14회 베니스비엔날레 국제건축전 황금사자상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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