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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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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치앙마이에서 일주일 살기를 하고 왔다. 한 달살이 간다는 후배의 말을 듣고는 마음이 쿵쿵거려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 비행기 탑승 전까지 숨막히는 스케줄로 쓰러질 것 같았는데 탑승한 순간, 나 잘했구나 확신이 왔다. 떠난다는 설렘과 홀가분함. 처음엔 정말 갈 수 있을까 싶었으나 ‘하고 싶은 건 방법을 찾고 하기 싫은 건 핑계를 찾는다’는 말이 있듯이 모든 스케줄을 조정하고 또 조정해 과감히 떠났다.
치앙마이는 나를 반겼다. 멋진 도시였다. 선거 전날이라고 아무 곳에서도 술을 팔지 않았고 선거 날도 오후 5시까지 술을 살 수 없었다. 평일에도 오후 2시부터 5시까지는 술을 팔지 않는다. 마트 유리문에 아예 써붙여 놓았다. 심지어 술값도 비싸다. 다른 물가는 우리나라의 3분의 1이거나 반값인 데 비해 술값은 거의 비슷했다. 술에 취해 흥청망청하지 말고 술로 인해 벌어지는 좋지 않은 일들을 미연에 방지하자는 의도겠지.
치앙마이 사람들의 정서는 평화로웠고 생활은 편리했다. 성품이 순하고 친절하며 표정이 밝은데 경비하는 분들도 길을 물어보면 몰라서 죄송하다고 부끄러운 표정으로 연신 고개를 숙인다. 마사지숍의 젊은 직원은 갑자기 폭우가 쏟아져 당황하니 길까지 나와 우산을 받쳐줬다. 또 길을 헤매는 택시기사와 몇 번의 통화 끝에 가게 바로 앞까지 택시를 불러줬다. 태도는 온순한 데 반해 정보기술(IT)은 최첨단으로 택시, 쇼핑, 배달, 예약 등 모든 게 온라인, 정보무늬(QR)코드로 결제가 가능했다.
건축과 인테리어도 올드(Old)와 뉴(New)가 적절히 조화를 이뤘다. 거리의 포장마차조차도 섬세하고 예술적이라 깜짝 놀랐다. 바나나 이파리를 둥글게 만들어 꼬치를 꽂아 음식을 담고, 알루미늄 잔에 들꽃 잎을 띄워주는데 감탄이 절로 나왔다. 다만 습한 더위가 힘들었는데 그나마 스콜(소나기)이 더위를 식혀줬고 동네 곳곳에 들개가 어슬렁거리는 게 조금 무서웠다.
짧은 일정이라 바지런히 다녀 눈에 익을 즈음, 정든 치앙마이를 떠나는 게 슬펐다. 막 정이 든 연인과 헤어지는 기분이랄까? 그곳에서 자그만 가게라도 하며 슬슬 살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문득 들었다. 그들처럼 작은 것에 감사하며. 모든 것이 기적처럼 맞아떨어진 은혜의 치앙마이 여행.
이제 서울로 돌아왔다. ‘일상을 여행처럼!’이 오래전부터 내 삶의 슬로건이니 이제 또 다른 일상으로 여행을 시작한다. 다들 부러워한다. 어떻게 그렇게 과감히 다니고 보고 만나고 결단할 수 있느냐며 나의 실행력을 놀라워한다. 그러나 이래서 못하고 저래서 못하고 이것 때문에 못가고 저것 때문에 못가면 평생 그대로 사는 대로 살아야 한다. 할 수 있을 때 하고, 무릎 튼튼할 때 가고, 마음 동할 때 행하고, 만날 수 있을 때 만나야 한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다음은 없다. 대학 가면, 결혼하면, 적금 타면, 아이 낳으면, 봄이 오면, 바쁜 일 끝나면 그때 한다고? 바쁜 일은 언제나 있고 적절한 시기란 결단코 오지 않는다. 하고 싶은 때가 그때다. 언제나 지금이 중요하다. 지금이 내일을 만드니까. 컵 쿤 카!!!(감사해) 나의 치앙마이!


윤영미
SBS 아나운서 출신으로 최초의 여성 프로야구 캐스터다. 현재는 서울과 제주를 오가며 산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을 통해 제주 무모한집을 소개하며 뉴미디어를 향해 순항 중인 열정의 소유자.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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