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소비 : 가치 있고 착한 소비가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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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이미주(32) 씨는 화장품 구입 기준이 예전과 달라졌다. 제품의 성능뿐 아니라 화장품 용기가 버려지는 과정에도 관심을 갖고 찾아본다. 용기가 분리수거 되는 제품인지, 종이와 종이 완충재를 사용하는 친환경 배송을 하는지를 먼저 따진 후 제품을 구매한다. 기후변화가 심각해지자 환경을 위해 작은 것부터 실천하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이다.
소비는 필요하거나 갖고 싶은 물건을 사는 행위를 말한다. 여기에는 욕망이 포함돼 있다. 새로운 소비주체로 떠오른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욕망은 기성세대와 다른 곳에 초점을 맞춘다. 물건의 품질·디자인·가격뿐 아니라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환경을 파괴하지 않았는지, 동물실험을 했는지 등 본인의 신념에 반한 제품은 사지 않으려고 한다.
코앞에 닥친 기후위기, 친환경 소비 관심 증가
친환경에 대한 관심은 환경이슈가 지속되면서 확산됐다. 최근 들어 세계 곳곳에서 해수면 온도 상승, 이상고온 현상 등 기후변화로 인한 문제가 많아지면서 이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2022년 우리나라도 기록적인 폭우와 태풍으로 피해를 입은 이재민 수가 급격히 늘었다. MZ세대는 기후변화가 더 이상 먼 미래가 아니라 내 삶과 직결되는 문제라고 여기기 시작했다. 친환경소비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된 것이다.
한국소비자원이 2022년 20~60대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제품 선택 관련 설문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82%가 ‘친환경제품을 구입할 의사가 있다’고 응답했다. 또한 응답자의 93%가 ‘친환경 제품의 가격이 더 비싸더라도 구입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친환경 정보를 확인하고 제품을 구매하는 이유로는 ‘환경보호를 실천할 수 있어서’라는 응답이 79.8%로 가장 많았고 ‘미래세대에 도움이 된다(55.5%)’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친환경 소비에 관심을 갖는 소비자가 늘면서 기업들도 소비자 수요에 부합하는 경영전략을 내놓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이다. 과거 기업은 EGS경영을 리스크 관리나 방어 차원에서 접근했지만 최근 기업이 ESG경영을 대하는 태도가 좀 더 적극적이다. 기업은 친환경 제품과 서비스를 기회라고 여기고 소비자에게 친환경 제품과 서비스로 다가갈 수 있는 마케팅 전략을 세우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등장한 신조어가 ‘에코 그래머블(Eco-grammable)’이다. 환경을 의미하는 에코(Eco)와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mable)을 합친 말이다. 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 예쁜 굿즈(팬 상품)와 새로운 서비스로 친환경 마케팅을 하면서 자발적인 공유와 확산을 유도하는 기업들의 마케팅 방식을 말한다. 과거 친환경 소비가 착한 모범생 이미지였다면 이젠 세련된 이미지로 탈바꿈한 것이다.
한국코카콜라는 투명 페트병을 올바르게 분리 배출해 자원순환을 경험할 수 있는 ‘원더플 캠페인’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한 번 더 사용되는 플라스틱이라는 의미를 지닌 원더플 캠페인은 2020년 12월 첫 시즌을 시작한 이후 2022년 시즌3까지 캠페인을 이어왔다. 코카콜라는 가정과 사무실 등에서 사용한 음료 페트병을 분리수거하는 온라인 참여 외에도 이마트·블랙야크 매장 등에서 오프라인 체험 부스를 운영해 총 22.5톤의 투명 페트병을 수거했다. 수거된 투명 페트병은 ‘코카콜라 캠핑의자’로 업사이클링(새활용)해 참가자들에게 전달했다.
화장품업계도 여행업계도 대세는 친환경
뷰티업계도 에코그래머블 열풍에 동참하고 있다. 록시땅은 매장에 반납한 공병을 모아서 감각적 디자인의 ‘업사이클링 솝 트레이(비누 받침대)’를 선보였다.
아모레퍼시픽은 2020년 10월 국내 화장품업계에선 최초로 ‘리필 스테이션’을 시작했다. 아모레퍼시픽 계열사인 이니스프리가 운영하는 리필 스테이션에선 소비자가 가져온 재사용 용기에 내용물을 원하는 만큼 담아서 구매할 수 있다. 10g 단위까지 작게 나눠 필요한 양을 가져갈 수 있을 뿐 아니라 기존 제품에 비해 가격이 40%나 저렴하다.
CJ제일제당은 2022년 1월부터 ‘햇반’ 용기를 회수해 재활용하는 ‘지구를 위한 우리의 용기’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소비자가 햇반과 수거박스가 담긴 기획세트를 구매한 뒤 사용한 햇반 용기를 담아 수거박스에 있는 QR코드를 찍어 배출하는 방식이다. 택배사를 통해 용기가 회수되면 참여자에게 ‘CJ ONE포인트’ 1000점을 제공한다.
여행업계도 에코그래머블 트렌드를 반영한 친환경 여행상품을 내놓고 있다. 노랑풍선은 ESG활동의 일환으로 하와이관광청, 아시아나항공과 함께 ‘말라마(Malama) 하와이 캠페인’을 진행했다. 말라마는 하와이어로 배려·보호·존중을 의미한다. 여행객이 현지에서 직접 나무를 심거나 하와이 전통 오두막을 청소하는 등 자연보호 활동과 전통문화를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일각에서는 친환경 마케팅이 일회성에 그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낸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에코그래머블을 필두로 한 친환경 마케팅은 차별화된 브랜딩을 위한 기업들의 새로운 시도로 봐야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세련된 감성으로 새 옷을 입은 친환경 마케팅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보여주기가 아니라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환경에 대한 감수성이 높아진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
조이현 객원기자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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