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탄소감축 실현할 구체적·현실적 액션 플랜 담은 국가기본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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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정부의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이 공개되었다. 예상했던 대로 수정된 ‘2030 NDC (2030년까지 달성해야 하는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를 두고 다양한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특히, 산업과 에너지 부문은 뜨거운 감자다. 가장 많이 배출하고 있는 만큼 가장 도전적인 목표를 세워야 하는데 언뜻 후퇴한 듯이 보여서다.
이번 계획에서 산업부문에 가장 큰 우려가 쏟아졌다. 이전 정부에서 2021년 수립한 부문별 감축목표 중 산업부문의 목표는 2018년도 배출량 대비 14.5% 감축이었다. 그것이 이번에 11.4%로 낮아졌다. “기업들만 봐준 것 아니냐”, “산업이 탄소중립 선제 대응에 실기해 오히려 산업경쟁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비판과 우려가 터져 나왔다. 타당한 걱정이다.
하지만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면 오해도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2021년에 발표된 ‘2030 NDC 상향안’은 2030년을 목표로 총 감축량과 부문별 감축량을 제시한 것이었다. 그런데 2030년까지 매년 어떻게, 얼마나 감축되어 목표에 도달하게 되는지 감축경로를 제시하지 않았고, 2030년 결과만 보여준 것이었다.
2021년 정한 2018년 배출량 대비 40% 감축목표의 연도별 감축경로를 최초로 제시한 것이 이번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이다. 먼 미래의 비전을 제시할 때는 이상적이어야 하지만, 구체적 대안을 만들 때는 현실적일 수밖에 없다. 이번 산업부문 감축량은 이상과 현실의 조화라고 할 수 있다.
산업에서 탄소를 감축하자면 원료와 연료를 바꾸고, 공정을 개선하고, 자동화·최적화를 통해 효율을 높여야 한다. 투자와 기술은 필수적이다. 산업계는 아무리 따져봐도 지금의 기술 수준과 R&D 속도로 기존의 NDC 이행계획을 달성할 수가 없다고 했다. 특히 석유화학에서 문제가 생겼는데, 기존 계획에서 대량 공급이 가능하다고 보았던 ‘바이오 원료’ 수급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석유화학에서 구멍 난 감축량은 산업 내에서 감축 여력이 좀 더 있다고 한 반도체로 일부 옮겨지고, 나머지는 전환부문과 해외감축이 부담하게 되었다.
에너지전환부문 배출은 1차 에너지를 전기로 바꿀 때 발생하는 탄소를 말한다. 석탄, 천연가스, 석유 같은 화석연료는 투입한 원료의 30~40%만 전기로 전환되고 연소 때 엄청난 탄소를 배출한다. 그래서 태양광, 풍력, 그린수소 등과 같은 신재생에너지 비중 확대가 전 세계 에너지 정책의 핵심이 된 것이다.
정부의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 초안은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2022~2036)에 반영된 것과 같이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1.6%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 그러나 위원회 검토 단계에서 국내에서 가장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는 산업단지가 스스로 에너지를 생산하도록 자가 태양광 비중을 늘리고, 다른 청정에너지를 추가로 확대하도록 하였다.
여기에서 추가로 감축하는 배출량이 400만 톤이다. 400만 톤을 담당하게 될 청정에너지원이 어떻게 구성될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정부는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이 400만 톤에 대한 계획을 반영하겠다고 하였다. 하지만 경제성이나 기술적인 면에서 활용할 수 있는 청정에너지원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대부분은 신재생에너지가 될 것이다. 따라서 전환부문에서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21.6%보다 훨씬 늘어나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1년 계획의 2030년 재생에너지 비중 30%보다는 후퇴한 수치여서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필자도 그런 우려에 공감한다. 정부도 이러한 논란을 예측하지 못한 것은 아닐 것이다. 다만, 생각보다 더딘 전 세계 탄소감축 속도와 기술 발전 동향, 우크라이나 사태와 경기침체, 해상풍력에서 더딘 규제 완화 속도, 재생에너지 개발과정에서 주민과의 갈등 등 대내외적 환경 등을 고려하면, 현실을 반영한 선택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2030년 탄소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하겠다는 것은 대단히 도전적인 목표다. 유럽의 40년간(1990~2030) 50%, 미국의 25년간(2005~2030) 약 50%, 일본의 17년간(2013~2030) 46% 감축계획과 비교하면 12년 만에 40%를 줄인다는 우리의 목표가 얼마나 도전적인지 잘 알 수 있다. 더욱이 이 나라들은 이미 탄소배출이 줄고 있는 상황에서 설정한 목표지만 우리는 탄소배출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설정한 목표이다. 우리는 탄소배출이 많은 철강, 석유화학 등의 제조업 비중도 높아 더더욱 탄소감축 목표 달성이 쉽지 않다.
파리기후협약에 따라 이 목표를 높일 수는 있어도 낮출 수는 없다.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는 40%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이번에 발표된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은 이미 정해진 목표 하에 산업, 에너지 등 부문별 계획을 현실에 맞게 일부 조정한 것이다.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은 지난해부터 작업이 시작됐다. 필자도 2050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의 일원으로 작업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철강·석유화학 등 탄소배출이 많은 기업들, 한전, 발전사 등 에너지 관련 기업들, 그리고 관련 시설 주변 지역 주민들을 만났다. 정말 다양한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는데 이해관계자들이 많은 만큼 불만의 종류도 다양하고 서로 충돌되는 내용도 많았다.
이야기를 들을수록, 좀 더 상황을 알아갈수록 40% 감축목표 달성은 쉽지 않음을 느꼈다. 전문가들조차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럼에도 정부는 40%라는 목표를 그대로 지키기로 결정했고, 힘들지만 여러 가지 근거를 토대로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을 발표하였다. 산업부문에서 좀 더 현실성을 고려해 조정했고, 에너지 부문에서는 최대한 재생에너지를 찾아보겠다고 한 것이다.
필자는 이번에 발표된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 NDC의 부문 간 세부 조정은 세 가지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매우 도전적인 NDC 달성 목표를 다시 한 번 천명하며 책임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확실히 한 것이다. 이는 정부가 변해도 대한민국의 책임감은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둘째, 2021의 NDC 이행계획이 이상이었다면, 2023년의 계획은 이상을 현실로 바꾸는 큰 걸음을 뗀 것이다. 2030년까지 감축경로가 만들어졌고, 이는 정부에게 기술개발과 적용, 규제 완화와 정책 수립 등 액션의 가이드라인이 될 것이다. 일각에서 “전환부문에서 2027~2030년에 감축이 몰려있는데 다음 정부에 책임을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비판적 목소리를 내고 있기도 하다.
전환부문 탄소감축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대규모 해상풍력과 수소·암모니아 혼소 발전이다. 해상풍력은 규제문제를 해결하고 발전소를 건설할 시간이 필요하다. 수소·암모니아 혼소 또한 혼소기술을 개발하고 실제 발전설비에 적용할 시간이 요구된다. 지금 현장에서는 2030 목표를 향해 기술개발과 실증이 진행되고 있다. 이의 과실은 2027년 이후에 딸 수 있으니 다음 정부에 책임을 떠넘긴 것이 아니라, 다음 정부가 과실을 수확할 수 있도록 씨를 뿌리고 거름을 주며 길러내는 일을 이번 정부가 맡은 것이다.
셋째, 산업계에 명확한 시그널을 제시한 것이다. 애초에 산업계는 5%가 감축 가능 최대 목표라고 했다. 하지만 이번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에서 현실적·물리적으로 불가능한 부분은 조정했지만, 민원·규제 등 달성 과정에서 발생하는 어려움 때문에 못한다고 한 부분은 인정하지 않았다.
정부가 정책, 규제개혁, 보조금 등으로 도울 테니 기업은 반드시 어려움을 뚫고 나가야 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기업들은 탄소중립에서의 성과가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에 생존을 위한 고민과 행동을 더욱 활발하게 하게 될 것이다.
2030 목표 달성을 위한 가이드라인이 마련된 만큼 이제 우리는 적극적 행동에 나서야 한다. 탄소중립은 전 지구의 생존이 걸린 문제이며, 다 같이 합심해야 할 목표이다. 2021년 전 세계 탄소배출은 전년 대비 오히려 증가했다. 코로나 이후 경기회복 효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등이 주요 원인이기는 하겠지만, 정말 심각한 일이다.
이미 세계 곳곳에서 탄소배출로 인한 이상기후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갑자기 폭우가 내리더니 가뭄이 이어지고, 폭염과 냉해가 반복되고 있다. 바닷물 온도가 지난 30년 평균보다 14도나 치솟은 곳도 있다. 북극곰이 살 곳이 없어진다는 것이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가 맞닿은 현실이다. 이제 모두 함께 탄소중립을 위해 합심해야 할 때다.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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