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퇴’ → ‘특색’ 지역으로 다시 살리는 일등공신, 도시재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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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의 목적과 대상의 재정립
2013년 6월에 ‘도시재생법’이 제정되었으니 올해로 꼭 법제정 10년이 되는 해이다. 법제정 10년을 맞는 해인 만큼 그동안 우리가 알고 추진해 왔던 도시재생의 의미와 목적이 올바른 것이었나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그리고 난 뒤 재생사업의 효율적 추진을 위한 제도개선 사항에 대해 고민해 봄으로써 더 나은 도시재생 제도와 정책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우리는 그동안 도시재생의 의미를 충분히 이해하고 제도에 반영해 왔는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금까지는 도시재생을 물리적 정비를 배제한 채 주민 등 역량강화와 제한적 정비에만 집중해 왔다고 할 수 있다.
도시재생이란, 도시의 활력제고, 활성화 등을 위해 물리적 정비까지 포함한 다각도의 노력이 필수적이나, 도시정비 제도와의 충돌, 중복 등 방지를 위해 제도 운영 과정에서 분리해 왔던 것이 이제는 당연한 것으로 고착화되었다. 도시재생의 개념을 단순 주민역량강화, 리모델링을 넘어서 물리적 정비를 포함하는 것으로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둘째, 도시재생사업의 대상 지역은 어떠한가? 앞서 도시재생에서 물리적 정비까지 포함해야 한다는 것이 가능하고 또 필요한 이유는 도시재생사업의 대상과 도시정비사업의 대상이 다르기 때문이다. ‘도시정비법’에 의한 정비사업은 민간에 의한 사업이기 때문에 노후되었으나 사업성을 확보할 수 있는 곳에서 작동 가능하며 재개발, 재건축 사업이 대표적이다. 반면, ‘도시재생법’에 의한 도시재생사업은 노후수준은 심각하나 입지, 기반시설, 필지규모 등이 열악하여 민간에 의한 정비가 불가능한 곳을 주 타겟으로 한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도시재생은 ‘쇠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낙후’ 지역과 차별화하기 위함이다. 법에 따른 도시재생활성화지역 지정기준에서 인구가 최고 정점 대비 감소한 곳 등 상대적 개념으로 도시재생활성화 지역을 지정할 수 있도록 했던 의도는 바로 절대적 개념의 ‘낙후’지역이 아닌 시간의 상대적 개념인 ‘쇠퇴’지역을 선별해 내기 위함이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따라서 도시재생을 추진하고자 하는 대상지역이 낙후지역은 아닌지, 혁신지구 제도를 활용하여 거점을 조성할 경우 주변에 파급효과가 확산 가능한 지역인지에 대한 신중한 검토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신속한 사업추진과 효과확산을 위한 계획체계 개편
노후되었으나 민간에 의한 자발적 정비 등을 기대하기 어려운, 말하자면 ‘차상위 지역’에서 전략적으로 공공의 마중물 지원을 통해 장기적으로 지역을 변화시키기 위한 첫 단계는 단연코 사업의 기획 및 발굴일 것이다. 이를 위해 정교한 계획체계를 마련하였으나 최근에는 오히려 너무나 완벽한(?) 계획체계로 인해 사업추진이 지연되고 있다.
보통 도시재생전략계획(이하, 전략계획)과 도시재생활성화계획(이하, 활성화계획) 수립기간은 짧게는 1.6개월부터 2년까지 소요된다. 원칙상 전략계획 수립을 통해 도시재생활성화지역을 지정한 뒤 활성화계획을 수립한 이후에나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적어도 계획수립에만 3년 이상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도시재생사업 추진속도가 늦다는 지적은 어쩌면 너무나도 당연하다.
도시재생의 목적과 수단적 특성을 고려할 때 재생사업은 협의 방식으로 추진되는 것이 기본인 만큼 계획이 유연해야 하는 동시에 사업이 신속하게 추진되며 그 파급효과가 주변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명확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추상적이고 불명확한 여러 개의 사업이 활성화계획에 백화점식으로 포함되어 있어 어느 하나 사업추진 성과를 내기 어려운 구조이다.
그리고 그렇게 계획된 활성화계획을 토대로 국비 지원여부를 결정한다. 처음부터 완벽한 청사진을 정해두고 종합계획을 수립하는 형태로 짜여졌기 때문에 계획이 완성된 이후에나 사업 추진이 가능하다. 그런데 문제는 단위사업 계획의 구체성은 떨어지기 때문에 단위사업 시행과 함께 시행계획이 마련되며 전체 계획이 변경될 수밖에 없는 복잡한 구조이다.
도시재생사업이 좀 더 가볍고 신속하게 적기적소에서 추진될 수 있도록 계획체계를 간소화하고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 첫째, 전략계획에서 도시재생활성화지역을 지정하는 방식을 탈피하여야 한다. 전략계획은 지자체 필요에 따라 별도로 수립하거나 도시·군기본계획에 포함하여 수립할 수 있어야 하며, 쇠퇴진단 등 결과에 따라 도시재생사업 추진이 필요한 대상지역에 대한 구상만 포함하여야 한다.
둘째, 활성화계획은 지자체가 해당지역 활성화를 위한 종합계획으로 필요에 따라 수립하고 국비지원이 가능한 단위사업에 대해 국비를 신청할 수 있도록 활성화계획 제도와 국비지원 방식의 개편이 필요하다. 즉, 활성화계획이 전체를 전제로 한 국비지원 방식이 아닌, 국비지원 가능 사업을 한정한 뒤 사업의 필요성과 타당성에 따라 국비지원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쇠퇴지역 물리적 환경정비를 위한 사업제도 확대
셋째, 입지나 파급력 등을 고려할 때 재생사업 추진이 시급하나 사업성 확보로 추진이 불가능한 지역은 구역단위 물리적 정비가 가능한 혁신지구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야 한다. 혁신지구 사업의 전제는 이 사업을 통한 주변지역으로의 파급효과 확산에 있음을 유념하여야 한다. 또한 사업의 지속가능성, 파급력 등을 고려하여 다양한 민간참여는 필수적이다.
넷째, 인정사업의 부활이 필요하다. 활성화계획이 수립되어 있지 않더라도 사업 필요성이 인정될 때 점단위 사업을 재생사업으로 인정하는 제도가 2019년 도입되어 활발히 추진되어 왔으나 최근에는 더 이상 인정사업에 대한 국비를 지원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인정사업은 신속하면서도 쇠퇴지역 문제를 가장 효과적으로 해결해 주는 제도이기 때문에 국비지원 사업 재추진이 시급하다. 오히려 재생사업의 구조를 인정사업부터 시작하여 필요할 경우에 한하여 활성화계획 수립을 통해 확대해 나가는 방식으로 개편하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다.
지방시대를 여는 일등공신, 도시재생
인구는 지속적으로 감소하나 다양한 자원과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는 지방 도시에는 그야말로 도시재생 만한 제도가 없을 것이다. 지역의 거점조성을 통해 경제적 활성화를 도모하고자 할 경우에는 혁신지구 제도를 적용할 수 있고, 그 외의 지역에서는 지자체가 수립한 도시재생활성화계획을 토대로 바텀업(Bottom-up) 방식으로 단계적으로 지역을 변화시키는 사업을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다양한 로컬산업을 발굴하고 지역에 뿌리내릴 수 있는 민간을 발굴·육성해 낸다면 그야말로 특색있는 도시가 될 뿐만 아니라 지속가능성 역시 담보할 수 있을 것이다. 사업이 지나치게 정형화되어 추진될 때 지역특화는 더욱 멀어지기 마련이다. 도시재생 제도의 도입목적을 항상 기억하며, 이제는 계획제도를 가볍게 하면서도 구체화하여 필요한 곳에서 적재적소에 쓰일수 있도록 제도개편을 통해 본격적인 지방시대를 열어나가야 할 때이다.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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