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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사를 장착한 로큰롤, 혹은 로큰롤로 풀어내는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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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을 필두로 케이팝의 위상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는 ‘팝 음악’으로써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것으로, 보다 다양한 장르로 케이팝의 확장이 필요하다. 정책브리핑은 케이팝의 발전과 음악감상의 이해를 돕기 위해 대중음악의 다채로운 장르를 소개한다. (편집자 주)

장르명에서 짐작 가능하듯 ‘록 오페라’는 단순하게 ‘록+오페라’ 정도로 생각할 수 있을 텐데 이는 얼추 맞는 분류법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록 오페라와 록 뮤지컬 사이의 경계가 흐려지기도 했고, 힙합이 음악 산업의 주류가 되면서는 ‘랩 오페라’ 혹은 ‘힙합페라(Hip-Hopera)’ 등으로 변형되어 뻗어 나가기도 했다.

처음 록 오페라가 등장했을 때는 우리가 알고 있는 극을 위해 만들어진 록 음악이 아닌, 컨셉 앨범을 지칭하는 의미로 사용되곤 했다. 실제로 여러 록 오페라들이 컨셉 앨범으로부터 시작됐다.

1967년 너바나(90년대 너바나와는 이름만 같은 영국 밴드)의 앨범 가 본격적으로 록 오페라의 어떤 틀을 구축해냈는데, 이 앨범은 날개를 갖는 것이 꿈인 사이먼 시모패스의 이야기를 다뤄내고 있다.

아마도 가장 유명한 록 오페라는 바로 밴드 후(WHO)의 1969년 작 일 것이다. 앨범 는 귀머거리이자 벙어리이고 장님인 토미 워커가 역경을 극복하는 이야기를 다뤄내고 있는 내용이다.

이 음반은 이후 브로드웨이 뮤지컬, 그리고 켄 러셀에 의해 영화로까지 만들어지면서 앨범 전체가 실제 화면으로 재탄생되는 광경을 목격하게끔 했다.

는 후의 커리어에 있어서도 무척 중요한 앨범이었지만, 팻 보이즈의 랩 오페라 과 그린 데이의 펑크 록 오페라 등에도 영향을 미쳤다.

브로드웨이 뮤지컬로 올려지는 것을 목적으로 만들어 진 것 중에는 앤드류 로이드 웨버 & 팀 라이스 콤비의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를 예로 들 수 있다.

앤드류 로이드 웨버는 1970년 작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이후 록 오페라의 경계를 넘어 우리가 알고 있는 수많은 뮤지컬들을 성공시켜내면서 브로드웨이를 점령해갔다.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의 경우 국내 캐스트로도 친숙하다. 누가 유다 배역을 담당하는지가 꽤나 중요했는데, 김도향과 추송웅을 시작으로 강산에, 김종서, 윤도현 등이 유다 배역을 거쳐갔다. 윤도현의 경우 이후 김민기와 함께 한국형 록 오페라를 표방한 <개똥이>를 완수해내기도 한다.

2018년 스페인 마드리드의 루스 필립스 그란비아 극장에서 이탈리아 음악가 마시모 로미오 피파로가 연출한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리허설 장면. (사진=저작권자(c) EPA/KIKO HUESCA/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1973년 런던 웨스트 엔드에서 시작되어 1975년 영화로도 공개됐던 <록키 호러 쇼> 또한 우리가 록 뮤지컬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의 어떤 원형을 제시한 작품이었다.

SF와 호러, 그리고 퀴어 컬쳐가 로큰롤과 함께 예측 불가능하게 뒤엉켜 있는 이 작품은 가장 기괴한 이단아처럼 보였지만 세간의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고전으로 남겨졌다.

사람들은 처음 이 작품을 두고 당황해 하거나 혹은 야유했지만 영화 버전인 <록키 호러 픽쳐 쇼>의 경우 전세계 심야영화 전용 극장들에서 음침하게 반복적으로 상영되면서 영화 역사상 가장 오랜 기간 상영된 컬트 중의 컬트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영화 <록키 호러 픽쳐 쇼>에서 등장하자마자 노래 한 곡 하고 사망해버리는 캐릭터 에디 역의 미트 로프는 원래 가수이기도 했다.

그리고 미트 로프의 역대 가장 많이 팔린 앨범 또한 록 오페라, 혹은 에픽 록으로 분류되고 있기도 하다.

웅장한 서사를 담은 이 로큰롤 앨범의 경우 프로듀서 짐 스타인먼이 직접 리하르트 바그너의 이름을 가져와 ‘바그너리안 록’이라 정의 내리기도 했다.

극이나 이야기는 물론, 순전히 곡의 구성적 측면에 있어서도 퀸의 앨범을 록 오페라로 분류할 수 있다.

오페라에 관심을 가졌던 프레디 머큐리의 야심이 응축되어 있는 앨범에는 곡 하나가 마치 한편의 영화와도 같았던 ‘보헤미안 랩소디(Bohemian Rhapsody)’ 같은 곡을 수록해내면서 팝과 클래식 팬들 양쪽 모두를 만족시켰다.

영상으로 옮겨진 록 오페라 앨범 중 가장 성공적인 결과물은 아무래도 알란 파커가 감독한 프로그레시브 밴드 핑크 플로이드의 일 것이다.

음악으로 공개됐을 때부터 이미 명확한 컨셉을 갖춰냈던 앨범은 영화에서 ‘핑크’라는 주인공이 정치, 교육, 전쟁 등 영국 사회 전반에 휘둘려지는 이야기로 풀어내면서 하나의 극영화처럼 매듭지어냈다.

영화 속 스펙터클적 요소들의 경우 로저 워터스가 직접 무대 위에 고스란히 재연해내기도 했으며, 이는 굉장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특히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던 당시 실제로 베를린에서 영화의 마지막처럼 무너져 내리는 벽을 재연한 것은 일종의 정치 퍼포먼스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좋은 노래들을 다수 수록하고 있는 <헤어>의 경우에도 밀러스 포만에 의해 성공적으로 영화화되었는데, 이 또한 정치적인 요소들을 대담하게 포괄해내기도 했다.

뮤지컬 특유의 과잉, 그리고 로큰롤 특유의 극단적인 열정이 서로 화학작용을 일으키고 있는 록 오페라는 그야말로 과잉과 열정이 만나면서 관객들을 잡아먹을 듯 매혹시켜냈다.

이런 과잉 때문에 록 오페라, 혹은 뮤지컬을 싫어하는 이들 또한 존재하는데 <록키 호러 픽쳐 쇼>처럼 그런 과잉들을 일부러 조잡하고 우스꽝스럽게 그려낸다 거나 하는 식의 비틀기 또한 분명 흥미로운 지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짧으면 짧다고 할 수 있는 한 곡의 로큰롤 트랙에서 드라마를 찾으려는 이들에게 록 오페라는 유일무이한 대안이 되어주고 있으며, 뮤지컬이나 드라마에서 뭔가 강렬한 사운드를 원하는 이들에게도 이는 그 욕구를 충족시켜내고 있다.

록 오페라는 극강의 엔터테인먼트를 표방하고 있음에도 의외로 일관되게 사회 문제나 종교에 대해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도 흥미롭다.

한상철

◆ 한상철 밴드 ‘불싸조’ 기타리스트

다수의 일간지 및 월간지, 인터넷 포털에 음악 및 영화 관련 글들을 기고하고 있다. 파스텔 뮤직에서 해외 업무를 담당했으며, 해외 라이센스 음반 해설지들을 작성해왔다. TBS eFM의 음악 작가, 그리고 SBS 파워 FM <정선희의 오늘 같은 밤> 고정 게스트로 출연하기도 했다. 록밴드 ‘불싸조’에서 기타를 연주한다. samsicke@hanmail.net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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