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무기로? 요즘 시대 책 사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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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목요일 아침 한 여자대학교에서 카피라이팅 강의를 하고 있다. 예전 직장 동료였던 언론영상학부 교수님이 수업을 좀 나눠서 하자고 해서 시작한 강의다. 강의료를 바라면 할 수 없는 일이지만 “사람이 없다 보니 요즘은 카피라이터를 해본 적도 없는 사람이 카피라이팅을 가르치는 일도 많아요”라는 교수님 말씀에 분개해서 하기로 했다.
첫날 오리엔테이션에서 나는 학생들에게 “세대차를 극복할 생각이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어차피 학생들과 나는 다른 역사를 가지고 있고 다른 음악을 듣고 다른 영화나 TV를 본다. 어설프게 그들을 따라잡으려 하다가는 우스운 꼴이 될 게 틀림없다. 대신 나는 본질에 집중하자며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의 “현상은 복잡하지만 본질은 단순하다”는 말을 들려줬다. 광고는 언어 표현과 커뮤니케이션이 업의 본질이니 거기에 집중해보자는 말이었다.
학생들은 약간 황당해하는 것 같았다. 카피보다는 메타포(은유)나 통찰, 스토리텔링(이야기하기) 등 글쓰기에 대해 떠드는 카피라이팅 강사를 만났으니 말이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세계의 유명 광고나 카피를 소개하는 것보다는 “살면서 가장 칭찬받은 일에 대해 써보라” 같은 개인적인 스토리텔링 과제가 학생들에게나 나에게나 더 쓸모가 있는 것 같았다. 한번은 ‘무주산골영화제를 내가 기획한다면’이라는 가정하에 영화제 기획 방향과 행사 슬로건(표어)을 써보라고 했고 지난주엔 노래 가사와 시, 카피의 일맥상통함에 대해 말했다. 얘기를 하면서 밥 딜런의 ‘블로잉 인 더 윈드(Blowing in the wind)’부터 천상병 시인과 아마도이자람밴드의 ‘나의 가난은’까지 여러 곡을 들려주고 가사를 읽어줬으나 학생들이 아는 건 옥상달빛의 ‘수고했어 오늘도’ 정도였던 것 같았다.
매주 강의가 끝날 때쯤 학생들에게 책을 한 권씩 소개한다. 반드시 읽으라는 건 아니고 그냥 시간이 되면 잠깐 들춰보라고 하는 것이다. 소개하는 책의 종류는 그날의 기분과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지금까지 박연준의 산문집 <쓰는 기분>, 김이나가 쓴 <김이나의 작사법>, 조너선 갓셜의 <스토리텔링 애니멀>, 마야 리 랑그바드의 시집 <그 여자는 화가 난다>, 이자람의 <오늘도 자람>, 사이먼 사이넥의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 등을 소개했고 이지훈 교수의 <혼 창 통>은 아예 학생에게 주고 매주 돌려 읽다가 학기가 끝나면 마지막 학생이 그냥 가지라고 했다.
사실 학생들은 책을 읽을 시간이 거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들은 바쁘다. 학교 공부도 해야 하고 아르바이트도 해야 한다. 스마트폰과 인터넷도 독서 방해의 일등공신이다. 하지만 책은 제목을 아는 것만으로도 많은 도움이 된다. 베스트셀러는 그 시대를 반영하기 마련이고 영화나 드라마 등 다른 콘텐츠의 원작 역할을 한다. 게다가 다른 사람들은 모두 스마트폰에 얼굴을 묻고 있을 때 책을 들고 있으면 확실히 눈에 띈다. 책을 꼭 읽을 필요는 없고 가끔 이렇게 사용이라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책 사용의 예를 하나 들어보겠다. 전직 킬러이자 미 중앙정보국(CIA) 요원이었던 제이슨 본은 위기의 순간 책으로 악당을 제압한다. 궁금한 사람은 맷 데이먼 주연의 <본 아이덴티티>라는 영화를 한번 찾아보시라.
편성준
유머와 위트 넘치는 글로 독자를 사로잡은 작가. 광고회사에서 카피라이터로 일했다. <부부가 둘 다 놀고 있습니다> <살짝 웃기는 글이 잘 쓴 글입니다>를 썼다. 현재 다양한 채널에서 글쓰기와 책쓰기 강연을 하고 있다.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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