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활동의 근원과 역사성에서 본 스포츠의 미래 > 정책소식 | 정보모아
 
정책소식

신체활동의 근원과 역사성에서 본 스포츠의 미래

작성자 정보

  • 칼럼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본문

btn_textview.gif

김경원 서원대학교 명예교수김경원 서원대학교 명예교수

들어가는 글

현대인들은 나름의 동기를 가지고 스포츠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그 수는 점차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문화체육관광부(2021)의 <2021 국민생활체육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주 1회 이상 생활체육 참여율은 60.8%로 나타났다. 그중 ‘건강유지 및 체력증진’이 56.3%로 가장 중요한 동기였으며, 가장 높은 참여율을 보이는 종목은 걷기와 등산이었다. 이러한 사실은 생활체육 참여자들이 어떠한 이유로 신체활동에 참여하는지를 함축하고 있으며, 만성질환에 따른 건강의 중요성 인식과 같은 현대사회의 환경 조건들을 고려하면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스포츠가 자신의 가치를 유지 및 확장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사회적 욕구에 부합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사회구성원들의 시대적 욕구가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더불어 스포츠 참여의 주체로서 인간의 본성과 신체활동 간의 관련성을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다. 국가의 스포츠정책은 이러한 것들을 함께 고려해야 성공을 담보할 수 있을 것이다. 

신체활동의 근원에 대해

인간이 어떠한 이유에서 신체활동을 수반하는 스포츠활동을 하는지, 즉 참여 동기에 대한 체육학분야의 연구는 많다. 그러나 인간의 신체활동을 일으키는 근원에 대한 논의는 국내에서는 거의 없으며, 이러한 문제에 접근하고 있는 관점은 크게 세 부류로 나뉜다. 

첫째, 문화인류학은 인간의 스포츠 행위의 근원을 의식이나 제례와 같은 사회적 관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우리 역사 속에도 고구려의 제천의례인 동맹, 부여의 추수감사 성격의 영고와 같은 의례에서 각저(씨름), 수박(전통무예), 기마, 무용 등과 같은 신체활동이 있었다. 또한 석전, 초판희(널뛰기), 추천(그네뛰기), 삭전(줄다리기), 차전놀이 등 다양한 전통 신체문화가 명절을 즈음해서 실시되었다. 이러한 전통 신체문화는 시대성을 반영하면서 일제강점기 이전까지 지속되었다. 고대 그리스의 올림픽도 초기에는 신을 숭배하는 제전의식의 일환으로 헬레니즘 문화의 동질성 유지에 기여했다. 인간의 놀이와 신체문화를 연구한 네덜란드의 문화사학자인 요한 호이징가( Johan Huizinga)는 인류문명의 4대 발상지에서 행해진 놀이와 신체문화를 자신의 저서 <호모 루덴스(Homo Ludens)>, 즉 ‘놀이하는 인간’에서 집약했다. 그에 따르면, 신체능력의 경쟁은 일상생활의 구속으로부터 벗어나 잠시나마 해방감을 느끼려는 욕구의 충족을 위해서 의례나 축제, 아이들의 놀이와의 관련성을 통해 모든 문화권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했다. 

둘째, 역사유물론의 관점은 스포츠와 같은 신체활동을 인간에게 고유한 노동 영역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았다. 달리기, 뛰기, 던지기와 같은 기본적인 신체활동과 창던지기, 활쏘기, 말타기 등은 사냥이나 국방과 같은 생존의 주요 수단이다. 스포츠활동을 포함한 인간의 모든 문화적 속성은 경제와의 관계에서 필연적 산물이다. 예를 들어 아이들의 놀이는 훗날 삶의 영위에 필요한 생활기술과 수단을 습득하는 과정이다. 

셋째, 사회생물학은 진화론의 시각에서 스포츠 행위를 인간의 본능적 행동으로 본다. 즉, 인간의 생득적 본능인 공격성이 경쟁 형태를 띤 스포츠 행위를 통해 발현한다는 견해이다. 오스트리아의 비교행동학자인 콘라드 로렌즈(Konrad Lorenz)는 인간의 공격성을 다룬 자신의 저서에서 스포츠를 축복으로 간주했다. 그 이유는 스포츠가 인간의 공격성을 문화적으로 수용이 가능한 범주 안에서 발산하도록 하여 사회공동체의 안정에 기여하는 통제 메커니즘으로 순기능 하기 때문이다.

사회 변동과 스포츠

인류사에서 스포츠활동은 시기에 따라 사회적 관심의 정도나 형태는 달랐으나 항상 존재해왔다. 신체활동이 생존수단이라는 실용의 차원을 넘어 문화 행위로서 조직적으로 이루어진 시기는 경쟁문화가 꽃을 피웠던 고대 그리스 시대였다. 당시 신을 숭배하는 의식의 부속 행사로서 도시국가(폴리스)로 흩어져 있던 헬레니즘 문화의 공동체 의식을 보존하기 위해 제전경기가 여러 곳에서 열렸다. 올림피아(Olympia), 네메아(Nemean), 피티아(Pythian), 이스트미아(Isthmian) 제전경기가 대표적이며, 그 밖에도 많은 군소 제전경기가 있었다. 그러나 동로마제국의 황제이며, 기독교인이었던 테오도시우스 I세는 제전경기의 물질적인 부패를 빌미로 고대 올림픽을 금지한다. 실질적 이유는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신들에 대한 우상숭배를 배척하기 위해서였다. 그 후 고대 그리스의 제전경기 중 제우스를 숭배했던 올림피아는 프랑스의 저널리스트이며 교육자였던 피에르 드 쿠베르탱(Pierre de Coubertin)에 의해 1896년 근대 올림픽으로 부활한다. 

스포츠와 같은 신체문화는 산업혁명이 일어나기 전까지 오랜 기간 침체기를 겪는다. 18세기 중반 영국에서 시작한 산업혁명은 근대 스 포츠 형성의 계기였다. 산업혁명 초기 열악한 노동환경으로 인해 직접적인 스 포츠 활동보다는 당시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축구나 복싱 등을 관람하는 간접적인 스포츠활동의 형태가 일반적이었다. 산업혁명 이후 자본주의화가 가속화되면서 스포츠도 점차 상업화되고 이에 따라 스포츠는 조직화의 길로 접어든다. 스포츠의 제도화는 산업혁명의 발상지인 영국을 중심으로 이루어졌고, 서구의 조직화된 스포츠는 19세기 서구 제국주의의 팽창과 함께 세계로 확산한다. 우리나라도 19세기 후반 외국의 선교사나 교사 등을 통해 서구의 스포츠가 도입되는데, 일제의 문화 말살 정책과 함께 우리의 전통 신체문화의 역사성은 시련을 겪는다. 

미국의 미래학자인 앨빈 토플러(Alvin Toffler)가 언급했듯이, 인류사에서 산업혁명은 농업문명에 이어 인간의 생활방식을 크게 변화시킨 제2의 물결이다. 산업혁명은 증기기관, 방적기. 직조기 등의 발명과 같은 과학문명의 급속한 발전을 가져왔다. 이에 따라 인간의 생활방식은 큰 변화를 겪는다. 기계화, 자동화와 같은 노동과 일상 영역에서 생활방식의 변화 및 도시화, 인구의 집중과 같은 환경의 변화는 인간의 생득적 본능인 신체활동의 부족을 초래했다. 따라서 현대사회에 만연한 심혈관계질환, 당뇨와 같은 만성질환을 운동부족병으로도 일컫는다. 

인간은 생물학적으로 동물성 단백질에 대한 의존성이 커서 이를 얻기 위해 고도의 유동성이 필요했다. 이에 따라 인간은 고도의 유산소성 지구력을 유전적으로 습득한다. 생존을 위해 많은 거리를 이동해야 했던 생활양식은 오랜 진화의 역사에서 뛰어난 유산소성 지구력, 뇌 용량의 확대, 땀샘이나 피부의 탈모와 같은 냉각체계의 생성 등 몇 가지 선별적 이득을 가져왔다. 서구의 스포츠강국에 비해 과학적 훈련이나 경제적 지원 등에서 뒤처진 아프리카의 선수들이 육상 중장거리를 석권하는 사실은 이러한 환경적 요인과 유전자 간의 관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남아프리카 지역에 흩어져 생활하는 한 종족을 대상으로 한 영화 [부시맨]은 1980년에 제작되어 국내에서도 흥행에 성공했다. 이 종족은 오랜 생존에도 불구하고 현대화된 생활방식을 택하지 않고 현재에도 수렵과 채취를 위해 하루 30km를 이동한다. 학자들은 이 종족을 인류 조상의 원형에 가장 가까운 것으로 본다. 과학문명이 고도로 발달한 문명화된 사회일수록 인간은 오랜 진화의 역사에서 획득한 유전적 능력, 즉 심순환계 지구력을 상실한다. <국민생활체육조사>에서도 나타났듯이 걷기, 등산, 조깅, 에어로빅 등 유산소성 종목에 많은 사람이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은 인간이 오랜 기간 유전적으로 체화된 자연성으로의 회귀를 염원하는 것일 수도 있다.

나가는 글

인간의 신체활동 근원에 대한 세 가지 견해는 서로 관점이 다르지만 이를 융합하여 이해하는 것이 타당할 듯하다. 신체활동 욕구는 인간의 본능이며, 이러한 본능적 욕구는 각 시대의 환경 조건에 영향을 받으면서 그 모습과 형태를 변화시켜 왔다. 이러한 성공적인 진화과정이 오늘날 스포츠가 문화의 한 영역으로서 사회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된 밑거름이라 생각한다. 다시 말해, 스포츠의 역사성은 사회의 요구와 부합할 때 유지될 수 있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건강은 사람들에게 중요한 이슈 중 하나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신의 건강 수준에 대해 다른 나라 사람들에 비해 낮게 인식하고 있으며, 해를 거듭할수록 인식수준이 낮은 수치를 보인다. 자신의 건강 수준이 ‘좋다’, ‘매우 좋다’고 응답한 비율은 2005년 43.9%에서 2014년에는 32.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Organis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 국가 중 가장 낮았다(장영식, 2017). 

오늘날 스포츠가 건강증진에 효과적이라는 것이 보편적인 인식이며, 실제 스포츠를 통한 사회의료비용 효과에 대한 연구도 많이 있다. 그 예로 스위스의 경우 스포츠를 통한 의료비용 절감효과는 연 5조 6천억 원으로 보고되었다. 경제적으로 안정되었지만 건강문제에 직면한 40~60대 중장년층의 생활체육 참여율은 타 연령층에 비해 높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 사회가 스포츠에 어떠한 요구를 하는지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스포츠는 자신의 역사성을 지속하기 위해 이러한 사회적 필요성에 적극 부응해야 한다. 

1988 서울올림픽 이후 우리나라 정부는 국민의 신체활동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해왔다. <국민생활체육 진흥을 위한 종합계획(호돌이 계획)>을 시작으로 체육진흥계획 수립, 관련법 제정, 스포츠클럽 조직화, 시설확충 등 다양한 정책을 통해 국민의 생활체육 환경을 개선하는 노력을 해왔다. 신체활동의 욕구가 인간의 근원적 본성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국가의 지속적이고 효과적인 스포츠정책은 스포츠 발전에 크게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다.

*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이 발행하는 <스포츠 현안과 진단> 기고문 입니다.

* 이번 호의 내용은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과학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님을 밝힙니다.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관련자료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최근글


  • 글이 없습니다.

새댓글


  • 댓글이 없습니다.
알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