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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가 의사였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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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먹어야 몸에 좋나요?”라는 질문을 하루에도 몇 번이나 받는다. 그럴 때마다 나는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니나>의 유명한 첫 구절이 떠오른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엇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이유가 제각기 다르다.”
이 첫 구절이 바로 ‘안나 카레니나의 법칙’이다. 행복한 가정은 닮아 있지만 불행한 가정은 가난하거나 건강이 안 좋거나 외도를 하는 등 각기 다른 결정적인 문제로 불행한 것이다. 연기도 뛰어나고 외모마저 훌륭해 잘나가던 연예인이 몰락하게 된 건 과거의 학교폭력이나 음주운전, 마약과 같은 딱 하나의 문제였다. 또한 창의적이고 성실해 굴지의 기업을 이룬 사장을 무너뜨린 건 갑질이나 성추행 같은 사건이었다.
이는 식물의 성장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독일의 화학자 리비히의 ‘최소량의 법칙(Law of Minimum)’이다. 물통 안에 담을 수 있는 물의 양은 가장 위에 뚫려 있는 구멍이 아니라 가장 아래에 뚫려 있는 구멍에 의해 결정되듯이, 식물의 성장에 있어서도 다른 성분이 아무리 풍족해도 하나의 특정 성분이 부족하면 그 식물의 생육은 부족한 성분에 의해 제한을 받는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식물의 생산량은 가장 부족한 무기 성분에 의해 정해진다’.
사람이 섭취해야 할 5대 영양소가 있다.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미네랄, 비타민이다. 탄수화물은 우리 몸의 주요 에너지원이며 지방은 세포 기능과 성장·발달·지용성비타민의 흡수를 돕는다. 단백질은 모든 세포의 구성 물질이다. 각종 미네랄과 비타민의 역할은 굳이 말할 필요가 없다. 우리 몸도 다른 성분이 아무리 풍족해도 하나의 특정 성분이 부족하면 생육은 부족한 성분에 의해 제한을 받는다.
다시 질문으로 돌아가서 “무엇을 먹어야 몸에 좋나요?”에 대한 의사의 대답은 특정 영양제나 건강보조식품이 아닌 “골고루 잘 먹으세요”가 된다.
안나 카레니나는 모든 것을 갖춘 여성이었다. 아름다운 외모, 밝은 성격에 정치계의 거물인 남편과 사랑하는 아들까지. 하지만 마음속 한구석이 텅 비어 있었다. 남편에게서 사랑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그녀는 가족과 모든 것을 버리고 젊은 귀족 출신인 브론스키와의 사랑을 택한다. 하지만 둘의 사랑은 얼마 가지 못했고 그녀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다 갖춘 것 같았지만 딱 하나 ‘남편의 사랑’을 갖추지 못한 그녀는 불행했다.
우리는 돈만 많으면 행복할 것 같다. 돈이 부족하면 불행하기 쉽지만 돈이 일정 수준에 이르면 그 이상 소득의 증가는 행복을 가져다주지 못한다. 그건 우리 몸도 건강도 마찬가지다. 건강은 단 한 가지만으로 이룰 수 없다. 반대로 과도한 술, 담배, 스트레스, 비만, 불의의 사고와 같은 한 가지 이유만으로 건강을 잃을 수 있다. 건강하려면 잘 먹고 잘 자고 운동하고 담배 안 피우고 술 안 마시고 스트레스 적게 받고 안 다쳐야 한다.
톨스토이가 의사였다면, 톨스토이는 “건강한 사람은 모두 엇비슷하고, 건강하지 못한 사람은 이유가 제각기 다르다”라고 말했을 것이다.


양성관 의정부백병원 가정의학과 전문의
빛나는 외모만큼 눈부신 마음을 가진 의사. 글쓰기 플랫폼 ‘브런치’에서 200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한 작가이기도 하다.〈히틀러의 주치의〉를 비롯해 7권의 책을 썼다. 의사가 아니라 작가로 돈을 벌어서 환자 한 명당 진료를 30분씩 보는 게 꿈이다.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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