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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녹색성장 선도국 되려면, 필요한 전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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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용 연세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교수정태용 연세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교수

탄소중립의 시급성

우리는 현실에서 기후변화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을 이미 체감하고 있다. 이 문제는 더 이상 미래에 예상되는 위험이나 도전이 아니라 우리가 해결해야 할 현재의 문제가 되어버렸다. 작년 강남역에서 하룻밤 사이에 발생한 기록적인 폭우와 이에 따른 인명과 재산의 피해는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규모이다.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 및 이상기후 현상의 규모는 점점 더 커지고 발생하는 횟수도 더 많아지고 있다. 작년에 발생한 파키스탄의 대홍수는 국토의 3분의 1을 물에 잠기게 하였다. 이로 인한 인명과 재산의 피해는 파키스탄이 혼자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다.

자연재해와 이상기후 현상과 인간의 경제 활동 증가 및 화석연료 사용의 증가에 따른 온실가스의 증가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점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IPCC)’가 과학적으로 밝히고 있다. 지난 3월 말 IPCC 제6차 종합보고서가 채택되어 온실가스 증가의 심각성과 인류가 대응할 시간이 별로 없음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동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지구의 온도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 이내로 억제하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온실가스 배출량의 정점이 2025년 이전에 이루어져야 하고, 2030년까지는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43%가 감소해야 하며, 메탄가스도 34%는 줄어야 한다.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과 국제협력

우리나라도 지난 정부에서 2018년 대비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40% 줄이겠다고 국제사회에 공표했다. 한국을 포함하여 각국이 화석연료에 기반한 에너지 시스템이나 경제구조 등을 바꾸는 데 시간이 걸리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2050년까지 탄소중립이 빠르게 이루어지지 않으면 1.5℃ 이내로 지구의 온도상승을 억제하려는 국제적 목표 달성이 어렵다.

국제적 목표 달성을 위한 시간은 별로 없고, 에너지 시스템을 전환하는 일은 시간이 걸리는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시간 싸움’이다. 여기에 더해서 현재 한국의 경제 상황은 매우 어렵다. 예기치 못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미·중의 갈등 등은 한국의 외부 경제 여건을 매우 힘들게 만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정부는 지난 정부의 감축 목표인 40%를 고수했다.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결정을 한 것이다.

한 국가가 국제사회에서 한번 신뢰를 잃게 되면 이를 다시 회복하는 것은 더더욱 힘든 일이 된다. 모든 국가들이 단기적인 경제적 상황을 이유로 장기적인 탄소 감축 목표를 후퇴시키면 2050년 국제사회의 탄소중립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이번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은 총론에서 국제사회의 흐름과 같이 하고 있다.

이번 기본계획에서는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구체화하고 있다. 선진국으로서 한국이 지구적 차원의 문제를 다루는 과정에서 개도국을 도와주고, 협력하는 ODA 부문에서 녹색 ODA 비중을 높이거나, 한국의 녹색성장 정책 수립의 경험과 과정을 국제사회와 공유하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더욱이 우리가 달성해야 할 탄소 감축 목표의 일부를 국제협력을 통해 실현하고자 한다.

구체적으로는 해외에서 공공부문과 민간이 시행하는 탄소 감축 사업을 통해 해당 국가의 탄소 감축에도 기여하고, 우리의 감축 비용도 줄이고, 국제사회의 목표 달성에도 참여하는 계획을 담고 있다. 이러한 계획을 어떻게 구체화하고 현실적인 방안으로 만드느냐는 앞으로 주어진 과제이다.
 
정책 방향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녹색성장을 통한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 있는 선도국이 될 수 있다. 한국의 경제개발 성공 경험과 노하우를 국제협력을 통해 다른 국가들과 공유하면서 한국의 미래 먹거리를 만들어 내고, 국제사회의 탄소중립 목표달성에도 기여할 수 있다. 일석이조의 윈-윈 전략이다.

인류 모두에게 닥친 도전을 미래 한국 성장의 기회로 만드느냐 여부는 전적으로 우리에게 달려 있다. 한국 경제는 이미 세계 10위 규모의 위상이지만 경제구조는 국제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 원자재를 수입하여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들을 만들어 수출하는 비중이 매우 높다. 탄소중립과 녹색성장도 해외 부문을 빼놓고 생각할 수 없는 개방형 경제구조이다.

탄소중립과 녹색성장의 선도국이 되려면 우리가 가장 잘하는 분야를 발전시키고 확대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반도체·철강·ESS(에너지 저장 시스템)·전기차·수소차 산업의 경쟁력은 세계 최고이다. 한국의 또 다른 강점은 디지털의 활용이다. 21세기 대전환의 흐름을 이끌고 있는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의 D와 녹색 전환(Green Transformation)의 G를 합친 ‘D+G’ 전략을 구체적으로 만들어 지역이나 국가별로 맞춤형으로 적용한다.

이에 더해서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K-컬처’와의 접목도 고민해야 한다. D+G가 K-Culture와 만나서 새로운 탄소중립의 활동이나 환경친환적인 문화를 만들어 낸다면, 전 세계에서 환경과 더불어 사는 사람들의 새로운 문화도 만들고 이를 선도할 것을 확신한다.

그동안 해 온 것처럼 D+G 전환 전략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정부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고 절대적이다. 장기적인 국가 목표와 국제사회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려면 정부의 적극적인 재원 배분과 인력양성 등 공적 영역에서 해야 할 일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탄소중립과 녹색성장, 여기에 환경친화적 한국 문화의 확산까지 더해진다면 민간이 주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디지털 전환, 새로운 문화의 확산에서 가장 필요한 요소는 창의성과 다양성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민간이 창의적이고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주고, 세계와 소통하고 글로벌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국제협력의 길을 열어 주는 새로운 역할에 집중한다. 민간과 정부가 어떻게 역할을 분담할 것인가 논의해야 한다. 누구나 부러워하는 20세기 한국의 경제발전은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수립과 매우 효율적인 이행을 통해 민간을 이끌면서 달성한 것이다.

그러나 21세기의 여건과 상황은 매우 다르다. 세계 10대 경제 대국인 한국이 상대하는 시장은 글로벌 시장이다. 수많은 수요자들의 매우 복잡하고 다양한 요구를 한국 정부가 모두 대응할 수는 없다. 민간이 주도하여 국내와 해외시장에서 녹색성장의 동력을 확보하고, 빠르고 창의적인 디지털 전환을 무기삼아 전 세계가 열광하는 K-컬처를 기반으로 탄소중립과 녹색성장을 주도한다면 21세기 대전환기에 선도국이 될 수 있다.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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