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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과후 놀이터로 어르신 배움터로 학교복합시설 주민 사랑방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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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시흥 학교복합시설 배곧너나들이를 가다
경기 시흥시에 있는 학교복합시설 배곧너나들이 3층 단체활동실(GX실)에서 흘러나오는 K-팝이 복도에 울려 퍼졌다. 음악에 맞춰 몸을 움직이고 있는 어린이들은 배곧누리초등학교 2학년 학생들이다. 배곧누리초등학교와 배곧너나들이 건물은 서로 연결돼 있다. 학생들은 화요일과 금요일 오전 동아리 시간에 배곧너나들이 3층에 와서 활동하다가 2층 연결통로를 통해 학교로 돌아간다.
배곧너나들이 4층에는 아이누리돌봄센터가 있다. 방과후 돌봄이 필요한 배곧누리초등학교 학생들을 돌봐주는 학교돌봄터다. 이곳에서 학생들은 저녁 7시까지 각자 일정에 따라 돌봄을 받을 수 있다. 센터로 이어지는 출입문에는 학생 35명의 학원 일정이 빼곡하게 적힌 시간표가 부착돼 있다. 이를테면 한 학생은 오후 5시까지 돌봄센터에서 영어공부를 하다가 셔틀버스를 타고 태권도학원으로 향한다. 그 사이 간식도 챙겨 먹고 친구들과 어울려 놀이도 한다. 이용료는 없다.
학생들만 배곧너나들이를 찾는 것이 아니다. 배곧너나들이 2층에는 작은도서관이 있다. 배곧누리초등학교 학생들은 물론 인근 주민들도 편하게 찾을 수 있는 장소다. 연간 1만 2000명이 찾을 정도로 주민들의 출입이 잦은데 특히 다른 도서관의 도서를 빌려보는 상호대차 서비스의 이용률이 높다고 한다.
층마다 있는 강의실에서는 다양한 평생교육·취미 활동이 펼쳐진다.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체육이나 미술수업도 있고 책을 쓰고 출간까지 할 수 있게 돕는 ‘책 출간 과정’ 같은 이색적인 교육과정도 있다. 주민동아리 활동이 열리기도 한다. 글쓰기, 악기 연주 등 주제는 다양하다. 김보람 배곧너나들이 센터장은 “주민이 주도해 만든 동아리 활동을 통해 자격증을 취득해 강사로 활동하는 주민도 여럿 있다”고 말했다.







지역 공동체의 중심이 되다
학교와 연결돼 있지만 일반에 개방돼 있는 이런 시설을 학교복합시설이라고 한다. 학교복합시설 설치 및 운영·관리에 관한 법률(학교복합시설법)에 따르면 학교복합시설은 학생과 지역주민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공공·문화체육시설, 주차장, 평생교육시설 등을 말한다. 주민이 이용할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 등이 펼쳐지는 한편 방과후 수업이나 동아리 활동 등이 학교복합시설에서 함께 이뤄진다.
학교복합시설이 필요한 이유는 명확하다. 학교시설을 활용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할 수 있는 공간적 효율성은 물론이다. 학교를 중심으로 마을공동체를 만들고 활성화할 수 있다는 것이 학교복합시설이 갖는 가장 큰 장점이다. 학교복합시설 안에서 자녀의 방과후 수업, 학부모 모임이 함께 열릴 수 있다. 지역 청년을 위한 공간 대여, 어르신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이 동시에 운영되면서 끊어졌던 주민 간의 교류가 활성화될 수도 있다.
배곧너나들이는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학교복합시설 중 하나다. 2019년 문을 연 배곧너나들이의 이름은 시흥시민이 직접 만든 것이다. 문을 열기 전에도 두 차례에 걸친 주민설명회를 통해 학교복합시설 설립의 필요성과 운영 방향을 함께 논의했다. 운영을 시작하면서 주민이 주도하는 활동이 더욱 많아졌다. 주민동아리를 비롯해 주민이 참여하는 축제, 마을신문 제작 같은 활동은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이어져왔다.
배곧너나들이는 학교와 연결된 학교복합시설로서 역할에도 충실하다. 김보람 센터장은 “교육과정에 맞게 학교와 협의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운영한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6학년 학생을 위한 진로체험 프로그램이나 작가와의 만남, 추석맞이 행사 등이 열렸다. 김 센터장은 “추석 행사는 교사가 제안해서 지역사회와 학교, 센터가 함께 준비하고 학부모들이 참여해 치렀다”며 “방과후 수업이나 돌봄센터는 인기가 많아 늘 이용하려는 학생들로 붐빈다”고 말했다.
연간 3만 명이 찾는 이 학교복합시설의 긍정적인 영향은 지역사회 모두가 입을 모아 인정하는 바다. 학부모 박시현 씨는 “배곧너나들이를 통해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나’라는 사람을 찾을 수 있어서 좋았고 아이에게 당당한 엄마가 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배곧누리초등학교 조나영 교사는 배곧너나들이를 “마을의 든든한 사랑방”이라고 칭하며 “아이들에게 ‘학교 끝나고 나서 뭐할 거니’ 물어보면 ‘너나들이에서 놀 거예요’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아이들에게 안전한 놀이터를 제공해주는 것 같아 좋다”고 말했다.





학교복합시설이 늘봄학교 기반으로
이렇게 지역의 사랑방 역할을 하면서 교육과 돌봄을 한번에 해결할 수 있는 학교복합시설을 늘리려는 정책이 마련되고 있다. 교육부는 3월 17일 사회관계장관회의를 통해 ‘학교복합시설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전국 229개 모든 기초지방자치단체가 하나 이상의 학교복합시설을 운영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 방안은 교육 분야 핵심 개혁과제로 1월 9일 교육부가 발표한 ‘늘봄학교 추진방안’과 연계해 추진되는 정책이다. 학교복합시설은 늘봄학교의 다양한 방과후 프로그램 운영에 필요한 문화·체육·복지시설 등을 제공할 수 있다. 그래서 교육부는 학교복합시설을 확충할 때 늘봄학교를 시범운영하는 학교와의 연계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한다. 그간 전국에 226개 학교복합시설이 운영되고 있었는데 이 중 늘봄학교와 연계할 수 있는 돌봄시설을 포함한 곳은 14곳에 불과했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교육부는 늘봄학교 시범운영 지자체 중 돌봄시설이 포함된 학교복합시설이 설치되지 않은 지자체에 학교복합시설을 먼저 설치하는 것을 추진한다.
이렇게 세워진 학교복합시설에는 늘봄학교의 프로그램과 연계할 수 있는 멀티룸, 수영장, 체육관 등이 필수로 포함될 전망이다. 공예교실이나 발명교실 같은 창작 공간,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스튜디오 같은 공간도 시설의 특성에 맞게 설치한다. 초등 저학년 학생들이 안전하게 보낼 수 있도록 바닥 난방을 하고 안전장치를 설치하는 등 아동친화적 시설도 마련한다.
학교복합시설에는 인공지능(AI), 코딩, 빅데이터, 드론 등 신산업 분야와 관련된 방과후 프로그램이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게 디지털 인프라도 구축할 전망이다. ‘거점형 돌봄센터’도 마련해 인근학교 학생도 문화·예술·체육 등 프로그램에 공동으로 참여할 수 있게 한다.
예를 들어 낮 12시에 수업을 마친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은 곧바로 학교와 연결된 학교복합시설의 돌봄실로 이동할 수 있다. 출석체크가 끝나면 학교복합시설 동아리실에서 방과후 수업을 받고 다시 돌봄실로 이동해 간식을 먹는다. 수영장에서는 생존수영 수업을 받고 도서관과 함께 설치된 열람실에서는 숙제를 마칠 수 있다.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해결하고 도서관에서 책을 읽다가 귀가할 수 있도록 학교복합시설을 설계할 수 있다.



지역소멸 막는 학교복합시설
더불어 교육부는 학교복합시설이 지역공동체의 중심이 돼 지역소멸을 막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운영할 계획이다. 사업 계획단계부터 지역특성을 반영해 특화방안을 마련한다. 학교복합시설이 들어설 지역이 구도심이라면 학생 수가 감소해 생긴 유휴공간에 학교복합시설을 조성해 주민들의 참여를 유도한다. 농산어촌에 생길 학교복합시설은 공공·문화·복지 시설을 집약시켜 마을의 거점 기반시설로 조성해 마을의 주거환경을 개선할 수 있도록 한다.
다만 학교복합시설을 설치할 때 가장 많은 지적을 받는 부분이 안전에 대한 것이다. 누구나 학교복합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보니 학생들의 안전을 담보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비판이다. 교육부는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설계 단계에서부터 범죄예방환경설계(CPTED)를 적용한다. 학교복합시설의 구역을 독립적으로 설계해 학생과 이용자의 동선을 분리하게 하는 방식이다.
교육부는 학교복합시설이 지역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통해 학교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할 전망이다. 2027년까지 총 사업비로 6조 원이 들 것으로 추산하는데 이 중 1조 8000억 원은 교육부가 투자한다. 교육부는 설치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설치비 일부를 교육부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지원한다. 특히 재정여건이 열악한 지자체에서도 참여할 수 있게 재정자립도가 낮을수록 지원 규모를 확대할 예정이다.
사업대상도 점차 확대해 소외지역이 생기지 않도록 한다. 교육부는 학교복합시설 설치 대상을 대학까지 확대할 계획인데 지역대학의 인적·물적 자원을 활용하면 지역과 대학이 상생하는 선순환구조를 만들 수 있다.
앞으로 교육부는 학교복합시설과 관련된 부처 협업을 위해 컨트롤타워(지휘본부) 기능을 수행한다. 사회관계장관회의를 활용해 지자체와 관련 부처 사업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지원할 예정이다. 이미 생활문화센터와 도서관, 어린이집이 어우러진 학교복합시설이 성공적으로 운영되는 곳도 있다. 이처럼 다양한 사업이 연계될 수 있게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교육부의 계획이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역발전을 위해서는 학생의 소질과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환경의 제공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학교복합시설이 활성화돼 국가가 교육과 돌봄을 책임질 수 있도록 관계부처, 지자체 및 지역사회 모두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김효정 기자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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