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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식량 자급률 높이고 청년농 키우고 지속가능한 농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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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은 미래산업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국제 밀 값이 급등했다. 밀 공급 감소가 우려되자 인도를 비롯한 일부 국가가 밀 수출을 금지하며 상황은 더 악화됐다. 우리나라는 직격탄을 맞았다. 밀을 이용해 만든 빵, 라면, 국수 등의 식료품 가격이 올라 물가 상승에 악영향을 미쳤다. 우리나라의 밀 자급률은 2021년 기준 1.1%. 약 99%를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반면 쌀은 공급 과잉이다. 기계화율이 높은 벼는 다른 작물보다 재배가 비교적 쉽다. 태풍, 저온 등으로 작황이 좋지 않은 상황인데도 우리나라 쌀 생산량은 수요보다 많다. 쌀의 자급률은 84.6%로 곡물 자급률 20.9%와도 큰 차이가 난다. 물론 쌀은 우리 국민의 주식이다. 쌀의 자급률이 높을수록 식량안보에는 긍정적이지만 평소 식단의 쌀과 밀 비율을 떠올려보자. 2022년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이 56.7㎏인 것과 밀 소비량이
약 36.9㎏(통계청)인 것을 대비하면 자급률에는 명백한 불균형이 보인다.
정부가 4월 6일 발표한 ‘2023~2027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발전계획’에는 이와 같은 구조에 대한 전반적인 대책이 담겼다. 전략작물직불제를 통해 논에 밀, 콩, 가루쌀 등을 재배하는 농가에 직불금을 제공하며 다른 작물로 전환을 유도하는 방안부터 농가가 제대로 된 대가를 받아 소득 안정을 이루고 청년농 유입을 통해 농업·농촌의 혁신적인 성장을 이루는 계획 등을 제시했다.



2023~2027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발전계획
‘2023~2027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발전계획’의 골자는 ▲굳건한 식량안보 확보 ▲미래 농식품산업 육성 ▲농가 경영 안전망 구축 ▲국민이 안심하는 먹거리 공급 ▲쾌적하고 매력적인 농촌공간 조성 등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정부의 지향점 가운데는 식량 자급률 제고가 있다. 낮은 식량 자급률은 식량안보의 취약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식량 자급률은 1980년대 이후 하락 추세에 있으며 2021년 기준 식량 자급률은 44.4%, 곡물 자급률은 20.9%를 기록했다. 정부는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기초 식량 작물을 중심으로 국내 생산 확대부터 접근할 계획이다. 농지관리 체계화, 농업인력 확보, 논밭 기반 정비 등의 요소를 확충한다.
이때 곡물별로 수급 균형을 맞추는 게 중요하다. 쌀 수요를 늘리는 동시에 쌀 공급 능력을 다른 작물로 전환해가며 적정 생산을 유도하는 것이다. 쌀 소비 확대를 위한 대표적인 계획으로 가루쌀 생산을 늘려 수입 밀 수요를 대체하는 방법이 있다.
가루쌀 전문 생산단지를 만들고 표준 재배법을 보완해 생산량을 2027년 20만 톤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쌀 대신 밀·콩 등을 생산하는 농가에 직불금을 제공하는 전략작물직불제도 강화할 방침이다. 밀의 전문 생산단지를 조성하고 건조·저장 시설을 확충하며 정부의 보급종도 확대한다.
아울러 국산 밀에 대한 소비 활성화 캠페인을 추진한다. 대량 수요처와 계약재배를 늘려가며 안정적인 생산·소비 기반을 마련한다. 콩 역시 계약재배를 확대하고 정부가 매입한 콩은 할인 공급하며 신규 수요처를 발굴할 계획이다. 논에서 재배하는 콩 기술 컨설팅도 강화한다. 수입 의존도가 높은 밀과 콩의 자급률은 2021년 각각 1.1%, 23.7%에서 2027년 8.0%, 43.5%로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상대적으로 쌀 자급률이 높다고 자급률을 낮추는 정책방향은 아니다. 2021년 84.6%인 쌀 자급률을 쌀 수급 균형과 소비 촉진을 통해 2027년 98.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정부는 곡물이 부족한 비상시 대응력을 높이는 방안도 세심하게 점검했다. 쌀은 정부의 양곡 관리·운영을 통해 적정 재고를 상시 확보하고 밀은 정부 비축물량을 연차적으로 늘려가며 안정적으로 보관할 수 있는 정부시설을 설치하기로 했다. 콩의 비축물량도 확대하고 실제 매입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매입 가격을 결정하기로 했다.
또 민간 기업의 안정적인 해외 공급망을 확보할 수 있도록 곡물을 건조·저장·분류·운송하는 곡물 엘리베이터 등 유통시설에 낮은 이율의 융자를 제공한다. 민간 주도로 해외에 생산·유동·국내반입 기반을 구축하는 패키지 사업을 추진하며 아세안+3(한·중·일) 국가 간 쌀 비상물량을 공공 비축하는 범위에 밀을 포함한 다른 곡물을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한다.



청년농 접근성 높여 스마트한 농업 기반 구축
청년농 육성으로 농촌의 인력 구조를 다변화해 미래 농식품산업의 기반을 조성할 방침이다. 청년농이 많아질수록 농업 기술과 제품 다양화에 창의·혁신의 바람이 커진다는 판단에서다. 1990년 14.6%였던 40세 미만 농가의 인구 비중은 2020년 1.2%까지 떨어진 실정이다.
정부는 자본이 부족한 청년농을 지원한다. 청년농이 선호하는 다양한 농지를 공급할 수 있게 농업 스타트업단지, 선임대·후매도 등의 방식을 도입하기로 했다. 상환·담보력이 부족한 청년농에게는 융자 상환기간을 연장하고 후계농자금의 금리 인하와 한도 상향을 제공한다. 청년의 육아 부담을 덜 수 있도록 농촌공동아이돌봄센터, 농번기아동돌봄방 등의 농촌형 돌봄 인프라도 강화한다.
청년농의 접근성이 높은 스마트 농법은 한층 강화된다. 임대형 스마트팜(지능형 농장) 조성, 보육센터 교육 개편 등을 통해 청년 창업 기반을 마련하고 스마트 농업 관련 교육·지도·상담을 전문으로 수행하는 스마트농업관리사 자격 제도가 신설된다. 수직형 스마트팜(스마트작물재배사) 설치를 농업진흥구역에 허용하고 민간 참여 기반의 간척지 ‘대규모 첨단온실’을 조성한다. 노지농업 디지털화를 위한 지능형 농기계도 늘린다.
또한 그린바이오 전용 펀드를 매년 200억 원 결성하고 ▲종자 ▲미생물 ▲동물용의약품 ▲곤충 ▲천연물 ▲식품 등을 그린바이오 산업의 6대 분야로 선정해 육성한다. 주요 소재의 원료작물 대량 공급을 위한 첨단농장을 구축하는가 하면 농식품 바이오파운드리도 구축한다. 바이오파운드리가 마련되면 디지털, 인공지능(AI), 로봇 등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바이오 분야의 연구 과정을 자동화·고속화·표준화하고 연구개발 기간을 단축하는 등 제조공정의 혁신을 가속화할 수 있다.
원자재 가격, 전기·난방·연료비 상승 등의 위험이 상존하는 가운데 농가의 경영 안정화를 위해 정부는 재해보장 대상 품목·지역 범위를 넓혀 보험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고 농작물 병충해와 가축 질병 치료 보상을 확대하기로 했다. 또 농가 소득을 보전하는 직불제 예산은 5조 원 수준으로 개편했다. 소농·고령 농업인의 농기계 구입 부담을 줄이는 방안으로 농기계 구입 자금 지원은 계속된다. 아울러 농기계임대사업소의 지원을 확대해 공동 이용을 늘리기로 했다.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경영비 부담을 덜 수 있게 무기질 비료 가격을 보조하고 수급안정, 원료구입자금 지원, 할당관세 등도 추진한다.

농촌 주민 삶의 질 만족도 높일 수 있게
이번 발전계획에는 국민이 안심하는 먹거리 공급 방안도 담겼다. 친환경 농지 비중이 높은 지역을 집적지구로 정해 시설·장비, 유통 컨설팅, 농가 교육 등을 집중 지원하면서 친환경 농산물 생산 기반을 구축한다. 무항생제·유기축산 제도를 개선하고 판로지원, 방목생태축산·저탄소인증제 연계 강화 등으로 친환경 축산 환경도 활성화한다. 채소가격 안정제 가입 물량은 2022년 17%에서 2027년 35%까지 확대해 주요 채소류 가격 변동률을 2018~2022년 14.4%에서 2023~2027년 13.4%까지 낮춰 가격 불안정에 따른 국민들의 부담까지 덜도록 했다.
농촌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쾌적하고 매력적인 공간으로 만드는 게 중요하다. 농촌 주민의 삶의 질 만족도를 2022년 5.7점에서 2027년 6.7점까지 향상시켜 도시(6.5점)보다 만족도 높은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정부의 목표다. 의료, 돌봄 등 필수생활 서비스를 확충하고 기초생활 서비스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농촌 복합생활SOC센터를 2023년 900곳에서 2027년 1250곳까지 늘리는 것은 기본이다. 농촌을 ▲농촌마을보호지구 ▲농촌산업지구 ▲축산지구 ▲농촌융복합산업지구 ▲재생에너지지구 ▲경관농업지구 ▲농업유산지구 등 7개 유형으로 나눠 특화지구로 지정한다. 또 농촌에서 살아보기 등을 통해 유입 인구를 늘리고 농업·산림의 치유기능을 활용한 체류·교류를 확대하는 방안도 도입된다.

선수현 기자

박스기사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아십니까?



초과 생산 쌀 매입 의무, 혈세 부담 커져
양곡관리법은 양식으로 쓰는 곡식의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 1950년대 제정됐다. 양곡의 주요 대상은 쌀이다. 쌀이 과잉 생산됐을 경우 정부가 매입해 농가의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하고 식량안보를 확보하는 장점이 있다. 우리나라의 주식인 쌀 보급이 무너지거나 다른 나라 쌀 수입에 의존하는 것을 방지하는 효과도 더해진다.
정부는 국회에서 가결된 ‘양곡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4월 4일 재의(거부)하기로 결정했다. 개정안의 핵심은 초과 생산된 쌀의 정부 매입을 ‘의무화’한 것. 그동안 정부의 재량권이 존중됐지만 개정안에 따르면 수요량이 생산량의 3~5%를 초과할 경우 초과 생산된 분량을 전부 매입해야 한다. 현재도 남는 쌀이 매년 5.6% 수준인 상황에서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해야 하는 초과 생산량에 대한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정부가 비축하고 있는 쌀의 양은 남아서 문제일 정도다. 비용을 들여 저온저장고에 보관한 쌀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주종용, 사료용 등으로 매입가보다 10~20% 낮은 가격에 판매된다. 여기에 들어가는 세금은 매년 증가해 2030년 1조 4000억 원대에 달할 전망이다. 이를 두고만 볼 수 없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또 정부가 초과 생산분을 의무적으로 매입하면 이듬해 재배농가는 벼를 다시 초과 생산하고 쌀값은 폭락하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쌀 매입을 위한 정부의 재정 부담이 커지는 동안 청년농 육성, 품종 다각화, 농업의 혁신 등에 투입할 예산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재배농가가 다른 작물을 키울 유인 요소도 떨어진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정부의 쌀 매입 의무화가 이뤄질 경우 2022년 385만 7000톤인 연간 쌀 생산량은 2030년 386만 톤으로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가 내놓은 대안은 전략작물직불 강화다. 전략작물직불이란 벼 대신 콩·밀 등을 논에서 재배하는 농가에 직불금을 지급하는 제도로, 1헥타르(㏊)당 100만~430만 원을 지원해 벼 재배면적을 줄이면서도 수입 의존도가 높은 작물의 자급률은 높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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