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만 붙잡고 있으면 경쟁력 떨어져 전략작물로 수익 다변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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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콩 우수 생산단지 선발대회’ 우수상 박효종, 이지훈
전북 익산시 익산역에서 차로 30분, 망성면 화산리에 다다르자 이지훈 성농영농조합법인 대표가 운영하는 성농목장이 보이기 시작했다. 한우 130두가 자라고 있는 축사 인근에는 이 대표가 경작하는 농지가 펼쳐져 있다. 이 대표는 익산 곳곳 20만~30만㎡에 달하는 농지에 여름에는 콩, 겨울에는 밀과 조사료(가축의 사료)를 기르면서 축사도 운영한다.
박효종 뿌리깊은영농법인 대표의 농사일도 규모가 크다. 한우 440두가 네 동에 걸쳐 크게 지어진 축사 안에서 자라고 있다. 2021년부터 경작한 콩을 잘 기르기 위해 농업법인도 세웠다. 이제 겨우 35세, 34세인 두 사람의 나이를 생각해보면 ‘성공한 청년 농업인’이라는 이름을 붙일 만하다.
두 사람이 이렇게 다양한 농사일을 넓은 농지에서 시작하게 된 것은 “그래야 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단일작물 재배로만 농사를 지어서는 경쟁력이 없다. 이모작도 하고 작물의 다변화를 꾀하며 다양한 방법으로 수익률을 극대화하는 농민이 많다. 이 대표와 박 대표 역시 10여 년간 시행착오를 겪으며 농촌에 단단히 자리 잡고 있다.
특히 2021년 심기 시작한 논콩의 수확량이 급속히 늘어나는 추세다. 최근에는 과잉공급되는 쌀 대신 논에 콩이나 밀 같은 전략작물을 심어 수익을 다변화하고 수확량을 늘리는 농민이 많은데 이 대표와 박 대표도 마찬가지다. 박 대표를 앞세운 뿌리깊은영농법인은 논콩 생산을 중심으로 하는 농업법인이다.
경작을 시작한 2021년 5톤가량 수확했던 법인의 논콩 수확량은 2022년 100톤으로 늘었다. 경작지도 5만㎡에서 25만㎡로 크게 확대됐다. 2023년에는 이보다 더 큰 규모로 농사를 시작했다. 46만㎡에 콩을 심으면서 200톤의 수확량을 기대하고 있다. 박 대표는 “매년 미진했던 부분을 개선해나가고 있다”며 “계속해 발전하는 농업법인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콩 농사를 시작한 지 2년 만에 농림축산식품부가 개최하는 ‘국산콩 우수 생산단지 선발대회’에서 우수상을 탔다. 어떻게 가능했나?
(박효종 대표, 이하 박) 첫해에는 좌충우돌하며 기대했던 것보다 못 미치는 수확량을 거뒀다. 콩이라는 작물은 물을 싫어하면서도 좋아한다. 그런데 첫해에는 물을 제대로 조절하지 못해 피해를 많이 봤다. 실패를 거울삼아 2년 차에는 많은 것을 준비했다. 우선 2021년 우수 생산단지 대상을 받은 김제 석산한우영농조합법인으로부터 컨설팅을 받았다. 배수로를 정비하고 퇴비를 밑거름으로 사용하는 등 재배기술을 전수받았다. 그러면서 생산량이 급격히 늘었다.
콩 외에도 다양한 작물을 재배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이지훈 대표, 이하 이) 여름에는 논에 콩을 재배하고 겨울에는 밀을 심는다. 조사료로 쓰이는 이탈리안라이그라스도 재배하면서 벼의 경작을 점차 줄여가는 중이다. 2021년에는 콩을 5만㎡, 즉 5헥타르(㏊) 심었고 나머지 40㏊에는 벼를 심었는데 2022년에는 콩 재배 면적을 늘려가고 있다.
벼 생산량을 줄이고 콩 생산량을 늘리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 콩과 밀이라는 재배 작물을 선택하게 된 이유와 같다. 벼는 기르기 쉬운 작물이다. 수확한 쌀은 정부가 다 거둬준다. 별 고민 없이 경작할 수 있는 반면 미래를 장담하지 못한다. 이미 쌀 소비량은 줄었고 공급과잉인 상태에서 정부의 수매에만 의존하고 있으면 자립할 수 없다. 그래서 전략적으로 작물을 선택하게 됐다.
콩과 밀, 조사료 같은 재배 작물은 어떻게 선택했나?
(이) 이를테면 콩은 우리나라 콩 자급률이 24%가 되지 않는 것에 주목했다. 그런데 콩은 쌀보다 수익률이 좋다. 여기에 정부가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지원정책을 펼치는 것을 보고 콩 농사를 지어보자고 생각했다.
전략작물이 당장은 정부의 지원을 받아 더 높은 수익률을 낸다고 해도 정부의 지원이 끊기면 문제가 될 텐데.
(이) 조금 다른 사례긴 하지만 포도 품종 중 하나인 샤인머스캣 재배 면적이 최근에 급속도로 늘어났는데 손해를 본 농가가 많다. ‘돈’이 된다는 소식이 들리면 너도나도 뛰어드는 경우가 많아서다. 당장의 수익률만 생각해서는 농가가 지속적으로 자립하기 어렵다. 판로(販路)를 개척해야 한다.
(박) 결국 농가의 자립을 위해서는 유통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벼농사만 해도 그렇다. 쌀을 거둬주는 농협에만 의존하면 안된다.
유통 문제는 농업인뿐 아니라 소비자도 실감하는 문제인 것 같다.
(이) 개인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한우 축사를 예로 들면 2022년 가을에 소값이 반토막이 났다. 그러나 시장 소매 가격은 큰 변화가 없었다. 유통구조가 복잡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농민은 농민대로 소비자는 소비자대로 손해 보는 일이다. 농민이 자립해서 경쟁력을 기르는 일은 단지 농민에게만 유리한 것이 아니라 모든 국민에게 도움 되는 일이다.
뿌리깊은영농법인과 성농영농조합법인에서는 자립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이) 지금까지는 콩과 밀 생산량을 안정적으로 늘리는 데 집중했다면 이제는 새로운 판로를 만들어내야 한다. 지금 두 법인에 소속된 20명의 농업인이 판로 개척을 위한 교육 컨설팅을 받고 있다. 아마 2024년쯤 가공 공장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은데 콩을 가지고 두부를 만들든 음료를 생산하든 가공해 소비자에게 직접 다가가는 방법을 개발 중이다.
모든 농업인이 각자의 판로를 가지고 있을 수는 없다.
(이) 그래서 농업법인이 필요하다. 개별 농업인이 농사에 성공하기는 무척 어렵다. 농기계를 예로 들어보자. 수확에 쓰는 농기계를 수천 만 원 들여 구입해놓고는 1년 내내 묵혀놓는다. 대출금은 꼬박꼬박 갚으면서 말이다. 그러나 공동경작을 할 경우에는 농기계를 쓰는 효율성도 높아진다. 개인으로 사면 비싼 재료를 공동으로 구입하면서 비용도 줄일 수 있다. 판로는 더욱 큰 문제다. 개인이 판로를 홀로 개척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함께라면 할 수 있다. 꼭 농업법인이 아니라도 자립을 위해서는 전문가 그룹, 작목반 같은 조직을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농업인의 자립은 ‘6차 산업’으로서 농업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는 말과 같이 들린다.
(이) 이제 농업은 단순히 수확하는 데서 그치면 안된다. 이미 우리 법인들도 홍보·마케팅 담당 인원을 육성하고 고용하는 데 신경을 쓰고 있다. 가공 공정도 개발하고 이것을 바탕으로 소비자와 직접 만나는 방법도 고안 중이다. 소 키우는 일도 마찬가지다. 이제는 소만 키워서는 안된다. 아예 식당을 차려 직접 소비자를 만나는 방법도 좋은 것 같다.
최근 이슈가 된 ‘양곡관리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이) 관성대로 정부에만 의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미 오래전에 공급과잉 상태인 쌀 하나만을 붙잡고 있으면 경쟁력을 기를 수 없다. 당연히 지속가능한 수익을 올릴 수도 없다. 다른 작물을 재배하려는 노력같이 변화를 주는 것이 필요하다.
3월 2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양곡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쌀 생산량이 평년보다 3~5% 증가하거나 쌀값이 평년보다 5~8% 떨어질 경우 정부가 초과 생산량을 의무 매입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다. 농가 소득을 보장해주는 법안 같지만 장기적으로는 농업인은 물론 농업 전체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법안이다.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는 성명을 통해 “쌀농사는 기계화율이 높아 상대적으로 재배가 쉬운 만큼 판로에 대한 부담이 해소되면 다른 작물로 유인이 쉽지 않다”며 개정안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다시 말해 과잉공급되고 있는 쌀 생산량 문제를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농업에 쏟는 예산의 상당수가 쌀 수매에만 활용되는 것은 물론이다. 이렇게 되면 식량자급률이 개선되기 어렵고 재배작물의 다양화 또한 이뤄질 수 없다. 자연히 농업 경쟁력은 떨어진다.
청년 농업인 인구가 극히 적은 상황에서 두 사람이 농업에 뜻을 두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이) 부모님이 농사를 지으셨다. 언제부터 농사를 지었느냐는 질문도 받아봤는데 ‘태어날 때부터’라고 답한 적 있다. 그만큼 오래 농사일을 지켜보고 농사일에 참여해왔다. 가장 많이 접했고 제일 잘할 수 있는 일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농사일을 시작했다. 부모님 곁에서 일을 시작하다 보니 나고 자란 익산에 터를 잡게 됐다.
(박) 나 역시 부모님으로부터 배웠다. 다만 부모님은 논농사를 주로 하셨는데 나는 축사일을 한다는 것이다. 어릴 때부터 농업인이 돼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농업고등학교에 진학했는데 축산업이 좀 더 적성에 맞는 것 같았다. 원래 고향은 전남 해남인데 처갓집이 익산이다. 아무래도 지리적 접근성이 좋은 익산에 축사를 차리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정착하게 됐다.
농촌에서 자립을 꿈꾸는 청년 농업인도 많다. 성공하고 싶은 예비 청년 농업인에게 조언한다면?
(이) 사실 농업은 초기 자본이 무척 많이 필요한 산업이다. 농업 창업을 하겠다고 온 100명 중 99명은 자본만 많이 투입한 채로 실패하고 떠난다. 그 이유 중 하나가 시작부터 잘못됐기 때문이다. 농지에 맞는 작물을 선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농지만 먼저 덜컥 결정하거나 작물만 대충 염두에 두고 시작할 것이 아니라 농지와 작물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어떤 작물을 할 건지 직접 땅을 보고 결정해야 한다.
(박) 충분히 경험하고 제대로 된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실패도 많이 한다. 그렇지만 실패에서 성공의 방법을 얻어내야 한다. 지금은 안정적인 것처럼 보이는 우리도 수많은 실패를 겪었고 지금도 겪고 있다. 계속해서 거듭 발전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효정 기자
박스기사
전략작물직불제
2023년부터 ‘전략작물직불제’가 본격 시행됐다. 전략작물직불제는 밀·콩 같이 수입에 의존하는 작물의 국내 생산을 확대하고 공급과잉 상태인 밥쌀용 벼 재배를 줄이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논에서 전략작물을 재배하는 농업인이나 농업법인에 추가로 직불금을 제공한다. 전략작물직불제가 도입되면서 겨울철에 식량작물이나 조사료를 재배하는 농가는 1㏊당 50만 원을 지급받는다. 여름철 논에 콩이나 가루쌀을 재배하면 100만 원을 지급받는데 여름과 겨울철에 이모작하면 100만 원이 추가돼 총 250만 원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논콩’ 재배 면적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농업의 6차 산업화
현대 농업은 농작물을 생산하는 1차 산업에서 벗어나고 있다. 1차 산업은 직접 생산물을 만드는 농·수·축산업 등을 일컫는다. 2차 산업은 이 생산물을 가지고 가공하는 공업 등이다. 3차 산업은 1·2차 산업을 소비하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산업으로 서비스업이 대표적이다. 6차 산업은 1·2·3차 산업을 모두 포함하는 복합산업으로서 농업을 가리킨다. 다시 말하자면 농작물을 생산하고 이를 가공해 직접 소비자와 연결하고 생산물을 바탕으로 관광이나 체험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의 농업을 ‘6차 산업화 농업’이라고 말한다.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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