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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마음을 청소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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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잘 관찰하면 내가 사는 공간이 마음과 연결돼 있다는 상호 연관성을 발견하게 된다. 채우지 못한 마음의 결핍감이 물건을 버리지 못하는 저장 강박증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타인의 실수를 용납하지 못하는 강박적인 관계 성향이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 한 올도 불편해하는 청결 결벽증으로 드러나기도 한다. 우울증이 있는 사람은 회색이나 어두운 청록색 위주의 실내장식을 하고 불안한 사람은 붉은색 계열의 소품들로 집을 채우는 모습도 자주 볼 수 있다. 마음의 상태가 공간에 투사되는 것이다.
투사의 관점으로 어질러진 집이나 균형이 맞지 않는 공간을 보면 게으름이나 취향의 문제가 아닌, 정리되지 않은 마음의 문제와 연결해 생각하게 된다. 공간을 정리하는 일이 청소를 넘어 마음을 정리하는 일이 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마음이 어지럽거나 산만해지면 내가 머무는 공간을 정리한다.
정리는 먼저 버릴 것과 보관할 것을 분류하는 일부터 시작한다. 옷 정리를 예로 들면 3년의 세월을 선별 기준으로 삼는다. 3년 동안 한 번도 손대지 않은 옷은 내놓을 옷으로 두고 그중에서 새것과 다름없이 깨끗하고 좋은 옷은 기부품으로 분류한다. 적당한 사용감이 있지만 쓸 만한 옷은 재활용 수거함에 넣고 낡아서 입을 수 없는 옷은 버린다. 막상 옷을 포기하려고 하면 금방이라도 그 옷을 다시 입을 상황이 생길 것 같은 미련이 남을 때가 많다.
물론 실제 그런 상황이 일어날 수도 있겠지만 희박한 가능성만으로 옷을 쌓아두면 정리는 요원한 일이 된다. 그래도 아쉬움이 남으면 옷을 버리는 일이 욕심을 끊는 일이고 마음에 쌓아놓은 묵은 감정을 없애는 일이라고 생각하며 마음을 다독인다. 나 자신에게 옷 취향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것도 잊지 않는다. 나는 왜 특정한 색의 옷만 고집하는지, 새롭게 추가할 색 조합이나 스타일은 없는지 생각하며 내가 한 선택의 의미를 되새겨본다.
옷이 정리되면 옷을 담고 있던 옷장을 정리한다. 옷장 속에 숨겨져 있던 부러진 옷걸이나 바닥에 수북이 쌓인 먼지를 깨끗이 닦고, 옷장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고 나뒹구는 액세서리나 벨트, 목도리 같은 잡화의 제 자리를 찾아준다. 다음은 옷장 주위를 살펴보며 화장대에 놓인 화장품을 점검하고 거울을 닦고 선반을 정리한다. 시간이 있으면 주제를 바꿔 같은 순서로 책이나 문구류, 차 도구를 들여다본다. 그러다 보면 결국 집 전체를 손보게 될 때도 많다.
그렇게 온종일 집을 정리하면 몸은 피곤하고 고단하지만 뿌듯한 성취감이 들면서 집안의 공기가 달라졌음이 느껴진다. 기분 탓이 아니라 실제 바뀌는 점이 많기 때문이다. 먼저 어지럽게 흩어져 있던 무질서한 것들이 질서 있게 정돈된 모습을 보는 시각적인 정갈함을 느끼게 된다. 먼지가 잘 닦인 물건을 만질 때 느껴지는 청결한 촉감과 공간에 베인 냄새가 좋아지는 후각의 만족을 경험할 수도 있다.
예민한 사람은 물건의 배치에 따라 음향의 울림이 달라지는 청각적 자극을 받기도 하고 분위기에 따라 음식 맛이 달라지는 미각의 변화를 경험하기도 한다. 공간에 필요 없는 것들이 비워질 때마다 마음은 새롭게 정돈된 오감들로 채워진다. 그렇게 비울수록 채워진다는 철학적 격언은 공간과 마음의 관계 속에서 더욱 선명해진다.


신기율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마인드풀링(Mindfuling) 대표이자 ‘마음 찻집’ 유튜브를 운영하며
한부모가정 모임인 ‘그루맘’ 교육센터장이다.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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