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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는 자유를 지키는 행동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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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에게 자유는 최고의 신조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국가는 역사적·정치적 상황에 따라 혁명, 민족주의, 국가주의 등 여러 이념적 양상의 국가체제를 형성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자유주의라는 보편적 가치를 추구하는 종착점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다. 3월 15일 한일 정상회담 전날에 있었던 일본 <요미우리신문>과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은 “자유와 연대는 거의 같은 개념”이라면서 “연대를 통해 자유를 지킬 수 있고, 자유인은 연대하여 사회 구성원 모두가 한 사람도 빠짐없이 자유를 향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선 승리 후 지난 1년간 윤 대통령은 자유와 연대를 국정철학의 핵심 가치로 내세우며 국내외 복합적 위기 극복을 위해 매진해왔다. 자유와 연대를 당면한 정치적 진영갈등과 경제적 양극화 및 침체, 그리고 사회적 소외와 불안정의 총체적 난국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제시했다. 세계 질서의 불확실성과 지정학적 위협 및 세계 경제의 혼란과 공급망 교란 등의 곤경을 헤쳐나가기 위한 대안 역시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의 연대와 협력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근대문명의 발전과 번영을 가져온 동력이 자유라고 굳게 믿고, 2023년 신년사에서 자유는 “우리에게 더 많은 기회를”, 연대는 “우리에게 큰 미래를” 선사할 것이라는 비전을 역설했다.
윤석열정부의 국정철학에서 자유와 연대가 동일 선상에서 밀접하게 논의되는 것은 매우 특이하다. 왜냐하면 자유는 철학적 사유와 이념적 가치인 데 반해 연대는 철학적이라기보다 대체로 행동전략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자유라는 가치를 사회 전반에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연대라는 전략적 실천 요강이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연대가 특별히 강조되는 이유는 아마도 ‘집요한 기득권의 집착과 지대추구에 매몰된 나라’이기에 단순히 자유 추구만으로 극복될 과제가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자유가 보편적 가치라고 하지만 그동안 상당히 왜곡돼왔고 민주주의는 궤도 이탈 과정에 있으므로 실천적 행동전략으로서 연대가 중요하게 부각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연대의 가치와 개념을 정확히 파악하고 실천에 옮겨야 한다. 연대의 사전적 의미는 여럿이 함께 무슨 일을 하거나 공동으로 책임지는 일이다. 연대에는 복합적 의미가 내포돼 있다. 첫째, 단합(통합·solidarity/
unity)으로서 공동의 이익, 목적, 기준에 기반한다. 둘째, 집단성(collectivity)으로서 하나의 집단 또는 전체로 여겨지는 많은 수의 사람이나 사물의 상태를 뜻한다. 셋째, 책임성(responsibility)으로서 도덕적·법적·정신적 책임 또는 의무를 지는 상태를 말한다. 다시 말해서 연대는 공동의 이익이나 공감대가 발현돼 집단적 책임에 입각한 단합된 행동양식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연대가 과연 개인주의에 기반한 자유주의와 철학적 일관성을 지니는가는 또 하나의 문제다. 일단 철저한 개인적 자유와 권리를 주장하는 자유지상주의자들(libertarians)도 근대 시민혁명에서 했던 것처럼 자신들의 이익을 위한 투쟁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즉 집회와 결사의 자유에 기초한 집단 투쟁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논리적 하자는 없다. 개인의 행복과 불행에 대해서 적정 수준의 사회적 책임을 인정하는 사회적 자유주의자들에게 연대는 더 중요하고 빈번하게 사용되는 행동전략이다. 사회적 자유주의자들은 복지 문제에 대한 국가와 사회의 책임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물론 극단주의자들에게 연대는 일상화된 집단주의적 행동 양식이지만 말이다.
지난 글들에서 윤석열정부는 사회적 자유주의 틀 안에서 국정철학을 모색하고 있다고 논했듯이 연대 역시 그 전통의 맥락에서 추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윤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반지성주의’가 지나친 양극화와 사회 갈등을 유발해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사회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위대한 국민과 함께’ 헤쳐나갈 것을 다짐했다. 또 “어떤 사람의 자유가 유린되거나 자유 시민이 되는데 필요한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면 모든 자유 시민은 연대해서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관계에 있어서도 기아와 빈곤, 국가권력의 불법행위로 개인의 자유가 침해되고 존엄한 삶이 훼손된다면 “모든 세계 시민이 자유 시민으로서 연대해 도와야 한다”는 같은 논리를 전개했다.
윤 대통령에게 연대의 목적은 모든 사람이 자유 시민으로서 존엄한 삶을 영유하게 하는 것이다. 연대의 대상은 자유의 가치를 공유하는 사람들이다. 자유를 모르거나 부정하는 사람들에게 자유의 가치를 인식시키고 인정하게끔 필요충분조건을 준비하고 제공할 수 있는 사람들의 연대다. 한마디로 자유, 인권, 법치, 공정의 가치를 선호하는 자유주의자들의 연대다. 자유민주주의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은 연대의 직접 대상은 아니지만 연대의 효과를 누리게 될 대상이다. 연대가 효과적으로 진행되면 될수록 그 대상은 궁극적으로 모든 국민, 그리고 나아가 세계 시민으로 확대된다는 논리다.
자유주의 연대가 국정철학으로서 성공적인 기준이 되려면 자유주의 본연의 가치와 논리에 충실해야 한다. 자유 개념의 정립에 공헌한 이사야 벌린은 ‘우리’와 ‘그들’로 나누는 이분법적 사고는 위험하며 ‘그들’이 하는 대로 ‘우리’도 해야 한다는 식의 믿음은 더욱 위해하다고 주장했다. 좌익과 우익 극단주의자들이 세계를 적과 동지로 나누지만 자유주의자는 이를 거부하고 상대편을 설득하려 하며, 설사 그들이 설득되지 않더라도 우리와 함께 살아가야 할 대상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자유민주주의에서는 ‘그들’도 정당한 권리를 가지고 존재할 수 있다는 관용의 정신이 연대의 기본 원칙이다. ‘설득적 열린 연대’야말로 우리가 나아갈 길이다.


양승함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 한국정치학회장을 역임했으며 통일부 정책자문위원회 위원장, 연세대 행정대학원장, 국가관리연구원장을 거쳤다.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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