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수도권 5곳에 국립문화시설 동네마다 ‘15분 문화슬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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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감소와 지방소멸은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로 꼽힌다. 2022년 우리나라의 합계 출산율은 0.78명에 불과하다. 법정 인구감소 지역 89곳 중 85곳은 비수도권에 있다.
이런 심각성 때문에 윤석열정부는 6대 국정목표 중 하나로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내세우고 있다. 진정한 지역주도 균형발전을 이루고 좋은 일자리를 만들며 지역의 고유한 특성을 살릴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3월 23일 이 국정목표를 달성할 비전을 담은 ‘지방시대 지역문화정책 추진전략’을 발표했다. 이번 정책은 윤석열정부의 핵심 국정 가치인 자유와 연대를 바탕으로 수립됐다. 지역 곳곳에 있는 다양하고 매력적인 문화를 살려 모든 국민이 어디서나 자유롭게 문화를 누리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 지역을 구성하는 다양한 주체와 세대 사이를 연결하고 함께 나아갈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지방시대 지역문화정책 추진전략의 정책비전은 ‘함께 누리는 문화, 문화로 매력 있는 지역’이다. 읍·면 지역 주민과 대도시 주민 간 문화격차를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현재는 문화예술 관람률과 여가생활 만족도 격차가 약 10%포인트지만 2027년에는 5%포인트 내로 축소한다. 이를 실현할 3대 추진전략은 ▲대한민국 어디서나 자유롭고 공정한 문화누림 ▲지역 고유의 문화매력 발굴·확산 ▲문화를 통한 지역자립과 발전이다. 구체적으로는 11개 추진과제가 선정됐다.
지역 구석구석 고품격 문화서비스
먼저 국립문화시설을 늘린다. 비수도권에는 수도권에 비해 국립문화시설 수가 적다. 양과 질을 모두 개선하기 위해 국립중앙박물관 소속관과 국가문헌보존관 등 주요 국립문화시설 5곳을 2027년까지 비수도권에 새로 혹은 이전해 건립하고 서울에 있는 국립민속박물관을 세종으로 옮긴다.
또 수도권에 가지 않고도 고품격 문화예술 공연과 전시를 관람할 수 있도록 국립예술단체와 박물관의 지역 순회공연·전시도 확대한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로 추진된 ‘이건희 컬렉션 지역순회전’은 2022년 10월부터 2023년 2월까지 총 54만 명의 관람객을 모으며 큰 호응을 얻은 바 있다. 이처럼 국립중앙박물관 주요 소장품의 순회전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
‘15분 문화슬세권’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슬세권이란 슬리퍼처럼 편한 복장으로 문화생활을 즐길 만큼 접근성이 높은 문화생활권을 말한다. 문체부는 걸어서 15분 내에 문화공간이 만들어지도록 다양한 지역 지원사업과 연계해오고 있다. 지역서점, 카페, 공방 같은 일상공간에서 소소하게 문화를 누릴 수 있는 문화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2022년에도 전국 18개 문화도시에서 3407개의 동네 문화공간이 탄생했다. 이 동네 문화공간을 2027년까지 1만 곳으로 늘린다.
문체부는 인구감소지역에 우선적이고 맞춤형 정책을 지원함으로써 지역소멸에도 대응한다. 우선 2023년부터 인구감소지역은 문화·관광분야 4개 공모사업에서 가점이 부여되는 등 우대를 받는다. 또 박물관·미술관을 운영할 때 법정 기준이 완화 적용되는 등의 정책특례도 받게 된다. 문화환경이 취약한 지역에는 문화인프라·프로그램·인력 등을 맞춤지원하고 관계부처와 협업을 통해 ‘지역활력타운’ 조성을 추진한다. 지역활력타운은 주거와 생활인프라·생활서비스가 복합적으로 구성된 생활거점을 만드는 사업으로 문체부는 선정된 지방자치단체에 국민체육센터 건립과 문화 프로그램 운영 등을 지원한다.
전 세계를 사로잡은 K-컬처의 매력은 각 지역이 가진 고유한 문화매력에서 비롯된다. 문체부는 지역 고유의 문화매력을 발굴하고 널리 알리기 위한 노력도 이어간다.
지역문화의 고유 매력 발굴
지역별로 문화자원을 활용한 특화콘텐츠 개발을 지원한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유·무형 문화자원인 ‘지역문화매력 100선’도 선정할 예정이다. 워케이션(휴가지 원격 근무), 생활관광(살아보기) 등으로 지역관광을 활성화하고 관광주민증을 발급해 지역 명소를 들르거나 상품을 구입할 때 할인혜택을 준다. 관광주민증 사업은 2022년 10월부터 강원 평창과 충북 옥천에서 시범 운영하고 있는데 2023년 2월까지 5개월간 발급자 수가 4만 7000여 명에 달한다. 두 지역 정주인구의 절반이 넘는 수치다.
한편 지역의 청년들이 문화를 통해 지역에 대한 자부심과 감수성을 키우고 이를 지역발전의 원동력으로 삼도록 하는 정책도 추진한다. 먼저 청년들이 고향을 떠나지 않고도 문화·예술 교육을 받고 관련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생애주기별 맞춤 교육을 하고 일자리를 창출해 체계적으로 연결한다. 학교교육과 연계한 문화예술교육을 지원(예술꽃씨앗학교)하는데 2023년부터는 초등학생이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알도록 수업용 교육자료 제작을 지원한다. 이 사업은 향후 ‘지역교과서’를 개발하는 사업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2027년까지 지역문화 기획자도 1850명 양성한다. 지역대학의 문화 관련학과 졸업생 등을 전문적으로 교육하고 지역 내 문화재단이나 문화원에서 일 경험을 할 수 있게 지원한다. 2024년부터는 지역 문화자원을 활용한 창작이나 창업에 도전하는 ‘로컬콘텐츠 프로듀서’를 지원하고 문화분야 인력 매칭 시스템인 ‘지역문화 인재은행’도 도입한다.
박보균 문체부 장관은 “지방시대는 문화로 펼쳐진다”며 “지역주민의 문화만족도가 높아져야 지역소멸을 차단할 수 있다”고 정책 수립 배경을 설명했다. 박 장관은 “경제, 교육보다 문화에 투자할 때 지역의 경쟁력이 높아진다”며 “오늘 발표한 정책과제들을 충실히 이행해 각 지역이 지닌 고유의 문화매력으로 도시의 경쟁력과 차별화를 이끌어내겠다”고 밝혔다.
김효정 기자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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