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TV에선 한류 광고 등장 한국 거리에선 ‘한일 평화’ 프리허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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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쌀쌀한 기운이 남아 있는 이른 봄 오후, 서울 서대문구 지하철 2호선 신촌역 앞에 두 팔을 벌린 채 손팻말을 든 사람이 나타났다. 팻말에는 ‘한일 양국의 평화를 바라신다면 안아주세요’라고 쓰여 있었다. 팻말을 든 주인공은 김연경 ‘한일국적자들’ 대표다. 한일관계 개선을 기원하는 프리허그(불특정 다수의 사람을 껴안아주는 것) 행사다. ‘한일국적자들’은 일본인·한국인 부모를 가진 사람들이 한일 평화의 디딤돌이 되겠다며 만든 단체다. 김 대표가 팻말을 들고 몇 분 후 지나가던 한 여성이 뛰듯이 걸어와 두 팔을 벌려 김 대표를 안았다. 김 대표는 “냉담한 분위기를 예상했는데 의외로 많은 사람이 달려와 안아주며 ‘꼭 한일관계가 나아졌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3월 16일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한일 정상회담을 가진 이후 경색돼 있던 한일 민간에서도 훈풍이 불기 시작했다. 2019년 일본산 제품을 사지 않겠다는 ‘노재팬’ 운동 이후 악화일로로 치닫던 분위기가 돌아선 것이다. 조짐은 여러 곳에서 보이고 있다. 일본정부관광국(JNTO)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23년 2월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은 147만 5300명이다. 이 중 한국인은 56만 8600명으로 전체 외국인 중 38.5%에 달한다. 2019년 2월에는 방일 외국인의 27.5%가 한국인이었다.
맥주도, 의류도 수입액 증가세
눈에 띄는 것은 최근 일본에서 제작된 애니메이션 영화가 20~30대 청년을 중심으로 크게 흥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3월 21일을 기준으로 박스오피스 1, 2위는 모두 일본 애니메이션이다. 이 중 만화 원작의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관객 수는 417만 명을 넘었다. 3월 8일 개봉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신작 <스즈메의 문단속>도 2주 만에 207만 명을 모았다. 이런 분위기에 대해 일본 언론은 노재팬이 아니라 ‘예스재팬’ 현상이 생겨나고 있다고 말할 정도다. 일본 최대 일간지 <요미우리신문>은 3월 17일 보도에서 “젊은 층에는 역사 문제를 장기적인 과제로 여기면서도 서로의 경제적인 발전을 향해 협력해야 한다는 생각이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에서도 K-컬처는 이제 주류가 됐다. 한일 정상회담 이틀 후인 3월 18일 일본 최대 도시가스 업체인 도쿄가스는 한국 아이돌 그룹의 팬이 된 엄마를 주제로 한 TV 광고를 시작했다. 광고에서는 한국말을 배우고 한국식 디저트를 먹고 한국에 가려고 하는 엄마가 등장한다. 그런 엄마를 위해 삼계탕을 끓여주는 딸의 모습으로 광고는 마무리된다. 이 런 광고는 한일관계 변화의 기류를 보여주는 것이다.
일본 ‘넷플릭스’ 시청 순위에는 한국 드라마가 줄곧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고 한국 아이돌 그룹의 이름이 가득 차 있는 각종 인기순위를 보는 것은 이제 흔한 일이다.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이 발표한 ‘2023 해외한류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음식을 접한 적 있는 일본인은 무려 83%에 달한다. 일본 내각부가 발표한 ‘2022 외교에 관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일본인 45.9%가 한국에 대해 ‘친밀감을 느낀다’ 고 답했다.
한일관계에 새로운 장을 열자는 한일 정상회담에 대한 평가도 높게 나타나고 있다. <요미우리신문>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5%가 한일 정상회담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미래세대의 소통이 필요한 때
이미 훈풍이 불기 시작한 한일관계를 한층 더 발전시키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은 윤석열 대통령이 여러 차례 강조한 바다. 윤 대통령은 3월 17일 일본 게이오대를 방문해 진행한 ‘한일 미래세대 강연회’에서 양국 간 교류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먼저 “한일 양국이 양국의 관계 개선과 발전을 위해 함께 노력하는 것이야말로 양국의 공동이익 그리고 세계평화와 번영에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메이지 시대 사상가 오카쿠라 텐신의 말을 인용했다. 윤 대통령은 “오카쿠라 텐신은 ‘용기는 생명의 열쇠’라고 했다”며 “25년 전 한일 양국의 정치인이 용기를 내어 새 시대의 문을 연 이유가 후손들에게 불편한 역사를 남겨줘서는 안된다는 믿음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한 학생이 ‘한일관계 개선에 기여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인지’를 묻자 윤 대통령은 “한일관계를 더 발전시키고 정상화하려면 자주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친구관계에서 서먹한 일이 생기더라도 관계를 단절하지 않고 계속 만나 소통하고 이야기해야 관계가 복원될 수 있듯이 국가관계도 그렇게 해야 한다”며 “한일 양국은 자주 만나고 각자 자신을 돌아보면서 한일관계의 발전을 가로막는 걸림돌을 하나씩 제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효정 기자
박스기사
한일 미래 문화동행(同行) 프로젝트 추진
“미래 세대가 한일의 미래”
컬처·웹툰·스포츠… 청년 교류 본격 재개
문화체육관광부는 한일 양국의 문화교류와 협력을 증진하기 위해 ‘한일 미래 문화동행(同行)’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다양한 문화별 사업을 추진한다.
문체부는 윤석열 대통령이 3월 16일부터 이틀간의 방일 기간 중 강조한 ‘미래세대가 한일 양국의 미래’라는 구상을 짜임새 있게 실천하기 위해 한일 문화장관 셔틀외교를 추진한다. 한일 정상회담에서 확인한 양국 관계 발전 의지를 정부와 민간의 다양한 문화·체육·관광 교류 및 협력 사업으로 정교하게 추진하기 위한 협의를 발전시키겠다는 계획에서다. 문체부는 4월 중 한일 문화장관이 만나는 것을 목표로 협의를 진행 중이다. 관광 분야를 총괄하는 일본 국토교통대신과의 관광장관 회담도 조속히 추진할 예정이다.
5월에는 일본에서 ‘케이-코믹스 인 재팬(K-comics in Japan)’ 프로그램을 내놓고 경쟁력 있는 만화와 웹툰 IP(지식재산권) 보유업체의 일본 진출을 지원한다. 10월에는 K-팝 일본 쇼케이스(Korea Spotlight)를 열고 11월에는 2021년부터 시작한 이스포츠대회도 개최한다. 그룹 ‘블랙핑크’의 도쿄·오사카 투어도 4월과 6월에 각각 열려 민간 차원의 활발한 교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4월부터는 코로나19로 중단됐던 한일 스포츠 교류가 본격적으로 재개되고 확대된다. 한일 청소년 간 동·하계 체육 교류의 종목과 규모를 늘리는 논의를 시작할 계획이다. 14개 종목 492명의 스포츠 우수 청소년을 초청하고 파견해 양국의 문화를 체험하는 사업도 재개한다.
박보균 문체부 장관은 “윤 대통령의 역사적인 방일 성과를 다지고 확장하는 ‘한일 미래 문화동행’은 김대중·오부치 선언의 정신을 계승해 발전시키는 프로젝트”라며 “MZ세대부터 교류와 소통의 장을 여러 형태로 마련해 문화협력의 지평을 넓히겠다”고 밝혔다.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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