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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의 결단이 미래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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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일본의 관계는 참으로 길고 깊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 양국은 1500년 이상이나 되는 교류의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중략) 그에 비해 역사적으로 일본과 한국의 관계가 불행했던 것은 약 400년 전 일본이 한국을 침략한 7년간과 금세기 초 식민지배 35년간입니다. 이렇게 50년도 안되는 불행한 역사 때문에 1500년에 걸친 교류와 협력의 역사 전체를 무의미하게 만든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입니다. 또한 이는 그 장구한 교류의 역사를 만들어온 두 나라 선조들에게, 그리고 장래 후손들에게 부끄럽고 지탄받을 일이지 않겠습니까?”
1998년 10월 8일 김대중 대통령이 일본 국회에서 한 연설이다. 이날 김 전 대통령은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 즉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발표한 사실을 언급하며 이 선언에 담긴 일본의 반성과 사죄가 “한일 양국 정부 간의 과거사 인식 문제를 매듭짓고 공동의 미래를 개척하기 위한 초석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한일관계 문제와 관련해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일본 방문 연설을 여러 차례 언급했다. 3월 16일 일본을 방문해 재일동포 오찬간담회를 가진 자리, 3월 21일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도 소개했다.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양국 간 불행한 과거의 아픔을 딛고 일본과 새로운 지향점을 도출하고자 한 노력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김대중·오부치 선언의 정신을 이어가려는 노력은 김 전 대통령 이후 후대 정부에서 계속돼왔다.

“과거 딛고 미래 향해야”
2003년 6월 일본을 국빈 방문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일본 TBS ‘한국 노무현 대통령과의 솔직한 대화’ 프로그램에 출연한 노 전 대통령은 한 일본 시청자의 과거사 관련 질문에 “북핵 문제에 관해서 긴밀히 협의하고 서로 의기투합해야 하고 신뢰해야 하는데 과거 얘기를 자꾸 들먹거리면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고 답했다. 노 전 대통령은 과거사를 “모든 문제를 다 후벼 파서 감정적 대립 관계로 끌고 가는 것이 우리 후손들을 위해서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끊임없는 시빗거리로 삼을 것이 아니라 과거사를 극복할 수 있는 공동의 프로그램을 만들어나가자”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나 노 전 대통령 발언에 담긴 뜻은 같다. 과거가 아닌 미래를 지향해야 한다는 것이다. 2019년 10월 23일 이낙연 당시 국무총리 역시 일본 도쿄 게이오대 학생들을 만나 김 전 대통령의 국회 연설을 언급하며 양국 관계는 “대화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 전 총리는 “개인적으로 지금 한일관계가 원만하지 못해 가장 제가 아프게 생각하는 건 청년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것”이라며 “아버지 세대가 역사로부터의 상처를 갖고 양국 관계를 바라봤다면 여러분은 그 어떤 상처도 받지 않으면서 상대를 보고 미래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인식이 실제 한일관계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한 이유는 하나의 걸림돌 때문이다. 국내 정치 문제가 한일관계의 방향성을 결정했다는 점이다. 과거사 문제에 민감한 국민여론을 의식했기 때문에 그간 정부는 공통된 인식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한일관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했다.
역대 정부와 달리 윤 대통령은 이런 걸림돌을 제거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보이고 있다. 3월 21일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윤 대통령은 “눈앞의 정치적 이익을 위한 편한 길을 선택해서 역대 최악의 한일관계를 방치하는 대통령이 될 수도 있었다”며 그간의 고뇌에 대해 말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작금의 엄중한 국제 정세를 뒤로하고 저마저 적대적 민족주의와 반일 감정을 자극해 국내 정치에 활용하려 한다면 대통령으로서 책무를 저버리는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우리 정부가 이제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결단’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 당시 박 전 대통령은 극렬한 반대여론에도 굽히지 않고 국교 정상화를 추진했다. 윤 대통령은 “박 전 대통령의 결단 덕분에 삼성·현대·LG·포스코와 같은 기업들이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결국 리더들의 결단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만들어온 것이다.

역사를 위한 결단
그러나 한일관계는 1965년 이후 진퇴만을 반복하며 제자리걸음을 했다는 것이 윤 대통령의 생각이다. 김성한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3월 14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한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가진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의 방일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보다 발전적인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윤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양 정상의 만남이 “한일관계의 새로운 장”을 여는 계기가 될 것이라면서 “윤 대통령의 결단과 솔직한 태도에 감동했다”고 말했다.
한일관계 개선에 대한 윤 대통령의 결단은 1965년 국교 정상화나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처럼 역사적인 전환점을 만들기 위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한일관계 개선으로 발전될 대한민국을 그렸다. “양국 기업이 글로벌 수주시장에서 공동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활짝 열 것”이라며 글로벌 공급망, 반도체 기술 발전, 에너지 안보 문제 등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한일관계 개선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일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2023년 3·1절 기념사에서 “변화하는 세계사의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미래를 준비하지 못한다면 과거의 불행이 반복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윤 대통령은 “우리 역사의 불행한 과거를 되새기는 한편 미래 번영을 위해 할 일을 생각해야 하는 날이 바로 오늘”이라고 강조했다.

김효정 기자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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