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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교 위기 시골고교 사랑이 꽃피는 명문고로 만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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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훈장 목련장’ 해성학원 이중명 이사장

조선 중기의 문인 자암 김구가 신선들의 섬(一點仙島)’이라 칭했던 경남 남해군은 ‘보물섬’으로도 불린다. 공장 굴뚝 하나 없는 청정자연을 가장 큰 ‘보물’로 꼽지만 남해 사람들에게는 ‘인재’가 많이 배출된 곳이라는 나름의 자부심이 있다. ‘인재의 산실’을 자랑하는 남해에 진짜 보물이 있다. 남해군에 자리한 남해해성고등학교다. 한때 폐교 위기에 처했던 작은 시골 학교는 현재 전국에서 오고 싶어하는 공교육의 롤모델이 됐다.
2023년 대학입시에서 남해해성고는 수시에서만 서울대 여덟 명, 연세대 여섯 명, 고려대 여덟 명 등 서울 소재 대학에 다수의 합격자를 배출했다. 학생 수 대비 서울대 진학률은 전국 1800여 개 일반고 중 최고다.
놀라운 변화의 중심에는 해성학원 이사장인 이중명 아난티그룹 회장이 있다. 이 이사장은 폐교 위기의 시골 학교를 되살려낸 공로가 인정돼 2023년 1월 ‘국민훈장 목련장’을 수상했다.
1960년대 중후반 인구 13만 명에 달하던 남해군은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떠나면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잦아들고 학교도 하나둘 문을 닫았다. 이 이사장이 해성학원 운영을 맡았던 2006년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이 이사장은 국내 골프업계에서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며 탄탄한 성공가도를 달려왔다. 그가 작은 시골 학교 재단을 인수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결정의 배경에는 충남 부여에서 교육감을 지낸 할아버지와 평생 교직에 몸담았던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지금은 이 이사장이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 중 하나로 꼽는 것이 ‘해성학원 이사장’ 직함을 갖게 된 것이다.



이사장으로 그가 처음 한 일은 전 교직원이 모인 자리에서 교장의 발을 직접 닦아준 일이다.
“전 교직원이 모인 자리에서 이사장님이 회의 시작 전에 갑자기 대야에 물을 좀 받아오라고 하시더니 교장 선생님 앉은 자리로 가서 직접 양말을 벗기고 발을 닦아주시는 거예요. 요즘이야 흔한 풍경이지만 당시엔 상상도 못한 일이라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선생님이 진땀을 흘렸죠.” 최성기 당시 남해해성고 교감(현 창선고 교장)은 이 이사장과 첫 만남을 이렇게 회상했다. 이 자리에서 이 이사장은 남해해성고의 변치 않는 철학을 밝혔다. 바로 ‘사랑’이다.
이 이사장은 자신의 철학을 멘토링(지도) 제도로 실천에 옮겼다. 이즈음 농어촌자율학교에 선정되면서 서울과 경기권에서까지 학생들이 찾아왔다. 전교생이 기숙생활을 해야 하는 특성을 활용해 멘토링 제도를 만들었다. 학생들이 학교에서 보내는 모든 시간 동안 교사와 선후배로 구성된 멘토링 그룹이 주축이 되게 했다. 치킨페스티벌, 삼겹살데이, 명소탐방 등 모든 교내외 활동을 멘토링 그룹 중심으로 이뤄지게 했다. 자연스레 교사와 학생 간에 유대감이 형성됐고 선후배 사이엔 친밀감이 쌓였다.
이와 더불어 이 이사장은 100억 원의 사재를 들여 기숙사를 새로 짓고 낡은 학교 시설 곳곳을 손봤다. 2023년은 학생들의 창의력을 최대한 높일 수 있는 북카페를 조성 중이다. 아난티그룹의 복합문화공간 브랜드인 ‘이터널 저니’를 학교로 옮겨온 이른바 ‘남해해성고판 이터널 저니’를 만드는 공사가 한창이다.
교직원 선발 등 실질적인 교육 현장에서 행사되는 모든 권한은 교장에게 위임했다. 이 이사장은 ‘교사와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생활하고 창의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자신의 의무이고, ‘학생들과 만나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 유일한 권한이라고 믿고 있다. 그는 학교의 모든 이들과 만나 이야기하는 것을 즐긴다. 손자를 보러온 할아버지처럼 복도에 서서 수업 중인 학생들을 지켜보는 것이 그의 큰 즐거움이다. 아이들의 먹을거리를 챙기는 급식실 조리사들에게 고마움을 표하고 격려하는 일도 학교를 찾을 때마다 빼놓지 않고 챙기는 일이다.
남해해성고 학생들에게는 다른 학교에는 없는 특별한 숙제가 있다. ‘부모님 발 씻겨드리기’ ‘조부모님 안마해드리기’ 등이다. 이 이사장이 내준 숙제다. 학생들과 만날 때마다 이 이사장이 늘 강조하는 것이 있다.
“긍정적이고 창의적으로 생각하라. 늘 칭찬하라. 내 주위 사람을 섬기고 배려하라.”
이 이사장이 “외우는 공부 하지 말고 사람 만드는 교육, 제대로 된 공교육을 해봅시다”라며 해성의 땅에 뿌린 ‘사랑의 씨앗’은 뿌리를 내리고 줄기를 뻗어 열매를 맺고 있다. 이 이사장은 “경남, 전국을 넘어 세계에서 손꼽는 명품학교로 키워가고 싶다”고 했다. 어떻게? 남해해성고 학생들의 인사법에 그 해답이 숨어 있다. 남해해성고에선 이 인사말이 하루 종일 울려 퍼진다. “사랑합니다.”

글·사진 정영식 객원기자(前 남해미래신문 편집국장)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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