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유·벚꽃·배꽃… 꽃길 따라 봄이 춤추는 곳 > 정책소식 | 정보모아
 
정책소식

산수유·벚꽃·배꽃… 꽃길 따라 봄이 춤추는 곳

작성자 정보

  • 공감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본문

btn_textview.gif



봄 향기 따라 섬진강 여행
‘두꺼비 섬(蟾), 나루 진(津), 큰 내 강(江).’ 고려 말 왜구들이 경남 하동에서 전남 광양으로 넘어가려다 건너편 다압면 섬진마을 나루터에서 두꺼비 수만 마리를 만났다. 두꺼비가 몰려들어 울어대자 왜구들은 혼비백산해 도망가고 말았다. 그 덕분에 하동과 광양은 무사할 수 있었다. 섬진강에 얽힌 전설이다.
사수강, 두치강으로 부르던 ‘섬진강’은 한강, 금강, 낙동강, 영산강과 더불어 우리나라 5대 강 중 하나다. 다른 강에 비해 강폭이 좁고 수심이 얕다. 암반이 강바닥에 산재해서 개발이 어렵고 배들이 다니기에도 힘들다. 하지만 그게 바로 섬진강이 오랫동안 제 모습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데미샘은 그 섬진강이 시작되는 샘물이다. 전북 진안 선각산 오계치와 장수 팔공산 서구이재(896m) 사이 계곡에 있다. ‘데미’라는 어원은 발원 샘 주위가 돌무더기 또는 돌더미로 돼 있기 때문이다. 이곳 방언은 무더기를 무데기, 더미를 데미로 부른다. 실개천보다도 작은 물줄기가 졸졸 흘러 전북 임실군 관촌면에 이르면 운암호라는 이름보다 옥정호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커다란 호수에서 속도를 늦추며 몸집을 불렸다가 다시 작은 강의 모습으로 흐르기 시작한다. 회문산을 타고 유유자적하던 섬진강은 임실군 덕치면사무소를 지나 진메마을 앞을 스치는데 500리 섬진강 줄기 중 가장 아름답고 서정적인 풍광이 펼쳐지는 곳이자 김용택 시인의 고향이기도 하다. 전남 구례를 지나 하동과 광양까지 굽이굽이 이어지는 섬진강을 따라 봄은 시나브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산수유마을과 매화마을
옥정호를 지난 섬진강이 전북 순창에 닿으면 요천과 합쳐져 본격적인 강의 모습을 갖춰 구례를 한 바퀴 휘어 감는다. 지리산 풍경과 어우러져 더욱 아름다워진다. 구례에서 지리산의 풍광을 가장 멋지게 바라볼 수 있는 곳이라면 사성암을 빼놓을 수 없다.
오산(鰲山)의 꼭대기에 있어 오산암이라 했지만 원효, 의상, 도선국사, 진각국사 네 명의 고승이 수도를 한 곳이라 사성암(四聖庵)으로 바꿔 불렀다. 가파르고 험한 길 때문에 절에서 운영하는 왕복 순환버스를 타야만 사성암까지 올라갈 수 있다. 사찰로 들어서면 깎아지른 절벽 끝에 커다란 기둥을 받치고 지어진 약사전의 웅장한 모습에 눈이 휘둥그레진다.
구례 중에서도 산동면 일대는 3월부터 봄 축제가 시끌시끌하게 열린다. 약 300년 전 중국 산둥성에서 시집온 처녀가 산수유나무를 처음으로 가져와 심었다고 해 산동면이라 부른다. 마치 폭죽이 터지는 것 같은 모양을 한 노란 산수유꽃이 마을 전체를 뒤덮고 있어 산수유마을로도 불린다. 전국에 팔려나가는 산수유 열매의 절반가량이 이곳에서 생산된다고 하니 얼마나 많은 산수유나무가 있을지 짐작할 수 있다. 가을이 되면 탱글탱글 발갛게 익은 열매가 나무마다 탐스럽게 열린다.
저수지와 산수유꽃이 아름답게 어우러진 현천마을, 실개천 주변으로 산책길이 잘 꾸며진 반석마을, 돌담길이 그림 같은 하위마을, 계곡이 예쁜 상위마을은 이 시기에 최고로 걷기 좋은 곳들이다. 마치 노란 물감을 뿌려 놓은 것처럼 아침 햇살을 받은 꽃들은 온 마을을 환하게 물들인다.
구례를 지나면 광양 매화마을에 닿는다. 은은하게 흐르는 매화 향기가 마음을 설레게 한다. 산수유꽃이 필 때면 지긋하고 끈기 있는 매화도 덩달아 꽃을 피우기 시작하니 섬진강 주변은 봄꽃 향기가 가득한 꽃대궐이 된다. 매화는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피어나는 꽃이니 예로부터 선비를 상징했다. 고목 같은 나무에서 피는 향기로운 꽃이라 회춘을 의미하기도 했다.
섬진강을 사이에 두고 구례와 마주하는 하동에선 강바람을 타고 흐르는 달콤한 매화 향기와 함께 봄이 시작된다. 구례 쪽에서 산수유꽃이 만발하며 피어날 무렵 하동에는 길 따라 늘어선 벚나무의 꽃망울이 봄맞이를 준비한다. 4월이 되면 하동의 봄은 절정으로 치닫는데 바로 화개장터에서 쌍계사까지 이어지는 십리벚꽃길이 장관을 이루기 때문이다. 한 번이라도 그 풍경을 본 사람이라면 돌아오는 봄에 또다시 만나고픈 유혹을 쉽게 떨쳐내기 어렵다.
나무 데크를 따라 흩뿌려진 벚꽃을 지르밟고 전망대에 올라서면 화개천 양쪽으로 부드러운 에스(S) 라인을 그린 풍성한 벚꽃 길을 볼 수 있다. 연인이 두 손을 꼭 잡고 걸으면 백년해로한다고 해 ‘혼례길’이라고도 불렀다. 이 길 끝에 놓인 쌍계사(雙磎寺)는 불일폭포로부터 흐르는 물줄기와 화개천의 물줄기 2개가 합쳐지는 곳에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절 마당으로 들어서면 단정한 9층 석탑 뒤로 팔영루가 서 있다. 우리나라 불교음악인 ‘범패(梵唄)’의 창시자였던 진감선사가 섬진강의 물고기들을 보고 팔음률로 ‘어산(漁山)’을 작곡했던 곳이다. 국보 500호인 쌍계사 대웅전에는 특별한 불상이 모셔져 있다. 보물 1378호인 목조석가여래 3불좌상과 4보살입상이다.





왕의 녹차를 만들던 곳
쌍계사 아래쪽에는 유난히 차밭이 많다. 대개 녹차 하면 보성을 떠올린다. 역사를 알면 오해라는 사실을 금세 깨닫는다. 차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은 <삼국사기>에 기록이 남아 있다. 신라 42대 흥덕왕 3년(828)에 당나라 사신으로 간 김대렴이 귀국할 때 녹차 씨를 가져와 지리산 쌍계사와 화엄사 인근에 심었다는 내용이다. 화개에 ‘천년차나무’가 있는 것만 봐도 우리나라 차나무의 시초는 하동이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 나무에서 딴 새순으로 만든 녹차 100g은 소형차 한 대 가격과 맞먹는다고 하니 하동의 차가 ‘왕의 녹차’로 불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형제봉 아래쪽 볕이 잘 드는 언덕에 위치한 최참판댁은 장장 25년에 걸쳐 완성된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의 무대였던 곳이기도 하다. 주차장에서부터 양쪽으로 줄지어 늘어선 가게들을 지나면 ‘최참판댁’이란 이정표가 눈에 들어온다. 입구의 솟을대문으로 들어서면 고래등같이 으리으리한 만석꾼의 안채가 보인다. 아직도 글 읽는 소리가 들릴 것만 같은 사랑채에 올라서니 최 참판이 여기서 많은 하인을 호령하며 위용을 과시했을 상황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하지만 최 참판이 쌓아둔 돈에는 수많은 탐욕이 들끓게 되고 결국 그로 인해 많은 사람이 몰락하게 되니 권세라는 것은 참 허망하다. 부의 축적보다는 마음의 행복을 축적하는 방법이 사뭇 궁금해진다.
악양면사무소 뒤쪽에는 ‘조씨고가’가 자리잡고 있다. 160여 년 전 약 3300㎡(1000여 평) 땅에 17년에 걸쳐 지어진 기와집으로 ‘조 부잣집’이라고도 불렀다. 태조부터 태종까지 3대에 걸쳐 영의정을 지낸 중시조할아버지 선대 조준의 직계 후손인 조재희가 구한말 거부가 돼 지금 터와 서울에 집을 지었다고 한다. 박경리는 <토지>를 쓰기 위해 조 부잣집을 몇 번에 걸쳐 찾아왔다. 아직도 옛 모습 그대로를 간직한 고가(古家)의 대청마루에 앉으면 악양 들판의 넉넉한 풍경에 푹 빠져들게 된다.





재첩국에 부추가 등장하는 이유
하동 8경 중 하나인 송림 앞쪽 강변에는 챙이 긴 모자를 깊이 눌러 쓴 아낙들이 허리춤에 커다란 대야를 매단 채 ‘거랭이’를 이용해 강바닥을 훑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강조개라고 부르는 재첩을 캐는 풍경이다. 하동 포구가 내려다보이는 강가의 식당에서 재첩국을 시켰더니 봄나물이 한 상 가득하게 밑반찬으로 깔렸다. 김이 펄펄 나는 뚝배기에 담긴 재첩국엔 소복한 재첩과 초록 부추가 듬뿍 얹혔다. 재첩국은 하동을 대표하는 슬로푸드(느림 음식)다. 강바닥을 끌어서 걷어올린 다음 돌멩이를 걸러내고 다시 푹 삶아 껍질을 벗겨 알맹이만 빼내야 하는 번거로운 작업이지만 그만큼 맛과 영양이 풍부한 음식이다. 재첩도 흠이 있는데 유독 비타민A가 부족하다. 선조들은 이를 어떻게 알았는지 부추에 비타민A가 풍부하다는 것을 알아냈다. 씹히는 맛이 좋고 뒷맛이 개운한 재첩국. 그냥 뚝딱뚝딱 금세 만들어 먹는 인스턴트 음식에 길든 우리 입맛에도 그 정성스러움은 혀끝으로 전해진다. 섬진강을 따라 이어지는 마을은 우리의 눈과 입을 즐겁게 한다. 매화를 시작으로 산수유꽃과 개나리꽃이 피어나고 벚꽃이 화려한 봄을 수놓으며 배꽃과 철쭉꽃이 만개하는 구례와 하동에서 이 봄의 정취를 가득 느껴보자.

글·사진 박동철 사진작가/여행작가

박동철 <여행이 즐거워지는 사진찍기> <대한민국 주말가족여행> <사진의 구도 구성> <슬로시티 걷기여행> <신께서 허락한 나만의 별> <베트남 사진여행> <가볼까 두근두근 문화유산 여행> 등 40년을 넘긴 작품 활동을 통해 많은 책을 집필했다.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관련자료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최근글


  • 글이 없습니다.

새댓글


  • 댓글이 없습니다.
알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