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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개인예산제로 필요한 서비스 스스로 선택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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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명의 비장애인이 열 가지 다른 성격을 지닌 것처럼 열 명의 장애인은 열 가지 다른 장애를 갖고 있다. 각기 다른 필요와 요구를 가지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한편으로 장애인은 그저 취약하기만 한 사람이 아니다. 전문가의 판단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결정하는 것은 장애인을 복지서비스의 수혜자로만 바라보는 것이다. 장애인은 직접 능동적으로 자신이 받을 서비스를 결정할 수 있다.
윤석열정부에서 국정과제로 추진하는 ‘장애인 개인예산제’의 도입 배경이다. 영국, 독일, 스웨덴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시행 중인 장애인 개인예산제는 장애인이 서비스를 신청하면 여러 절차를 거쳐 총급여가 결정된다. 그 범위 안에서 자유롭게 설계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제도다. 대개는 장애인이 자신의 필요에 따른 지출 계획을 세우고 이에 맞게 현금이나 현물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보건복지부는 2022년 10월부터 ‘개인예산제 도입 추진단’을 꾸려 개인예산제 시범사업의 바람직한 모델을 연구했다. 이에 따라 2023년 두 가지 사업모델을 결정해 120명에게 시범적으로 적용해보기로 결정했다. 그중 한 가지는 ‘급여유연화 모델’이다. 활동지원 급여의 10%를 각자 필요에 맞는 공공·민간서비스 구매에 활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4월부터 도입될 발달장애인 긴급돌봄 서비스를 구입한다거나 보조기기를 구입하고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데 쓰는 등 장애인 각자가 세운 계획에 따라 서비스를 구입할 수 있다. 다른 하나는 ‘필요서비스 제공 인력 활용 모델’이다. 간호사, 언어치료사, 물리치료사 같은 자격을 갖춘 활동자원 인력을 지원받는 데 활동지원 급여의 20%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시범사업 결과를 반영해 본격적인 사업은 2026년에 추진될 전망이다.
정부는 3월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개인예산제 시범사업 추진방안과 제6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2023~2027년)을 확정했다. 장애인정책종합계획은 장애인복지법에 따라 5년마다 수립하는 장애인정책 최상위 법정계획이다.
1998년 제1차 종합계획을 수립한 이후 장애인정책종합계획은 다양한 정책 영역에서 장애인 맞춤형 지원체계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왔다. 그러나 장애인은 여전히 정책 수혜대상으로 주어진 서비스와 급여를 소비할 뿐 자유롭게 서비스나 급여를 선택할 수 없었다. 여기에 장애인의 사회진출이 늘어나면서 보다 다양한 정책을 수립할 필요성도 커졌다. 이에 따라 정부는 ‘약자복지’라는 윤석열정부의 국정철학에 발맞춰 장애인을 더욱 두텁게 지원하고, 사회서비스 고도화를 통해 장애인의 자유로운 선택권 보장과 서비스 품질을 높이며, 글로벌 스탠더드에 따라 전 생활 영역에서 장애인의 권리보장 확대를 추진한다. 5년간 이번 종합계획에 따른 필요 예산은 31조 3000억 원으로 추산된다.



장애인의 삶의 질을 향상하는 정책
먼저 복지부는 3월 13일 제6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에 따라 ‘발달장애인 긴급돌봄 시범사업’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발달장애인의 보호자가 입원하거나 경조사를 겪어 자리를 비워야 하는 등 긴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한 번에 7일까지 24시간 긴급돌봄서비스를 신청할 수 있는 제도다. 보호자가 결혼했을 때는 5일, 보호자가 심리적으로 완전히 소진돼 장애인을 돌보지 못하게 됐을 때는 우울증 진단서 등을 바탕으로 7일까지 쓸 수 있다. 연간 최대 30일까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시범사업은 공모를 받아 진행되는데 2년여간의 시범사업 결과를 반영해 2025년에 본격적으로 실시된다.
전반적으로는 장애인 활동지원 대상자를 2023년 14만 명에서 2027년 17만 명까지 지속적으로 확대해나간다. 장애인의 일상생활과 사회활동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장애아동 발달재활서비스 지원대상도 2023년 7만 9000여 명에서 2027년 10만 명까지 늘려간다.
최중증 발달장애인의 돌봄 지원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최중증 발달장애인 통합돌봄서비스를 2024년 6월부터 제공한다. 일상생활과 의사소통이 어렵고 도전적 행동이 심한 최중증 발달장애인에 대한 돌봄 부담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는 2022년부터 광주광역시 최중증 발달장애인 20명을 대상으로 24시간 돌봄 시범사업을 운영 중이다. 낮에는 장애인복지관에서 제빵, 미술, 체육 등의 활동을 하고, 저녁에는 지원주택으로 귀가해 상주 지원인력으로부터 식사, 청소 등 일상생활을 지원받고 있다.
정부는 최중증 발달장애인과 가족을 위해 현재 실시 중인 24시간 돌봄 시범사업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최중증에 특화한 서비스를 개발해 당사자의 욕구에 기반한 통합돌봄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장애인이 자신의 건강주치의를 선택해 건강 상태를 지속적으로 관리받는 장애인 건강주치의 시범사업 대상을 장애인 전체로 확대하고 2025년부터 본사업으로 전환 추진한다. 영유아 발달 평가결과 심화평가 권고 대상자에 대한 정밀검사 지원기준을 확대하고 장애아전문·통합 어린이집을 늘려 영유아에 대한 지원도 강화한다. 장애인의 삶의 질을 향상하기 위해 장애인연금 지원단가를 지속적으로 인상하고 장애인 일자리 지원 규모를 2023년 3만여 명에서 2027년 4만 명까지 단계적으로 늘린다.
특히 정부는 현행 장애인복지법상 장애 개념을 의학적 장애 모델에서 사회적 장애 모델로 확장할 전망이다. 장애인복지법 제2조에는 장애인을 ‘신체적·정신적 장애로 오랫동안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상당한 제약을 받는 자’로 정의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는 은둔형 외톨이처럼 사회 구성원의 태도나 환경적 장벽으로 사회 참여가 저해되는 경우도 장애로 인정하게 될 전망이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3월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6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이에 대해 “앞으로 사회적 장애 모델 도입을 위해 국회, 장애인, 장애계 전문가와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복지부도 적극 참여해 좋은 모델이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효정 기자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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