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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반대 MBTI 부부도 이곳에선 행복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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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의성·군위 여행
요즘 유행하는 성격 테스트 MBTI를 해봤다. ‘마이어스 브릭스 유형지표(Myers-Briggs Type Indicator)’라 불리는 MBTI는 사람의 성격을 16가지 유형으로 나누는 검사로 성격유형에 따라 적합한 직무를 찾게 할 목적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처음에는 재미로 테스트를 해봤는데 신기하게도 내 성격과 성향을 너무나도 잘 맞추는 것이었다. 나는 내향적(I)이고 직관적이며(N) 감정적이고(F) 계획적(J)인 사람으로 나왔다. 이런 나의 성격은 여행에도 고스란히 투영됐다. 나는 여행을 떠날 때 사진이 잘 나오는 장소, 사연이 있는 장소를 우선적으로 고르며 가는 방법부터 여행코스까지 모두 계획을 해야만 떠나는 사람이다.
그렇다면 늘 함께 여행을 떠나는 남편은 과연 어떤 타입일까? 왠지 나와는 정반대일 것 같았다. 왜냐하면 우리는 첫 여행부터 심각하게 싸웠기 때문이다. 내 스타일대로 준비한 여행을 남편은 버거워 했다. 그는 내가 열심히 준비한 코스를 따라다녔지만 숙소에 돌아와서는 극기 훈련을 온 것 같다며 불평을 털어놨다. 열심히 여행 계획을 짠 사람의 성의도 몰라주고 서운한 마음에 크게 다퉜다. 다시는 함께 여행을 가지 않겠다고, 이제부터는 나 혼자 여행을 갈 테니 당신은 집에서 잠이나 자라고 감정적으로 대응했던 기억이 있다.
예상대로 남편의 MBTI는 외향적이며(E) 직관적이고(N) 감정적(F) 자율적·무계획적인(P) 성격으로 나왔다. 나와는 정반대 성향을 가진 그의 여행 스타일은 계획 없이 마음 가는 대로 떠나며 많은 장소를 다니기보다 느긋이 쉬는 스타일이었다. 그의 성격을 알게 되니 우리가 여행을 가서 왜 부딪혔는지 알게 됐다. 여행 성격이 너무 달랐다! 오랜 시간에 걸쳐 그런 차이를 알게 되고 이제는 서로 성향에 맞는 여행으로 절충해서 다니게 됐다. 이번 여행은 남편을 위해 느긋하게 떠나는 여행지 경북 의성과 이동동선을 완벽히 짜서 떠나는 경북 군위 여행이다.





천천히 느긋한 여행… 마늘의 고장 ‘의성’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뜨겁게 달군 컬링팀이 있었다. “영미! 영~미~~!” 냉철한 카리스마를 지닌 주장은 동료의 이름을 애타게 부르며 우리나라에 은메달을 안겨줬다. ‘팀 킴’으로 불리던 그들은 모두 의성 출신 선수였다. 전 세계에 한국의 저력을 보여준 그들의 힘의 근원이 바로 의성마늘이라는 소문이 있었다. 컬링의 고장, 마늘의 고장, 말로만 들었던 의성에 드디어 도착했다. 의성 여행을 하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일하러 간 곳에서 가까워서였다.
남편의 ‘계획 없는’ 계획대로 맛집을 미리 찾지 않고 의성 주민에게 물어봤다. 의성 주민이 알려준 곳은 의성전통시장 먹거리 골목이었다. 한 골목이 모두 백반집으로 이뤄져 있었는데 연탄불에 엄청난 양의 닭발을 산처럼 쌓아 놓고 굽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시장 곳곳을 장식한 마늘 요정, 의성 대장간, 성냥 조형물들이 눈에 들어왔다. 도시의 시장과 달리 정겨운 시골장이었다. 옹골차게 영근 마늘 다발을 나무 기둥에 매달아 말리고 있는 풍경은 어느 골목에서나 볼 수 있었다.
의성마늘은 즙액이 많고 매운맛이 깊고 강하다고 한다. 우리는 서늘한 바람을 맞고 있는 마늘 기둥을 바라보며 맛있게 백반 정식을 먹었다. 이번에도 남편은 넉살 좋게 식당 주인에게 주변 여행지를 추천해달라고 말했다. 주인은 우리나라의 마지막 성냥공장인 성광성냥공업사를 추천했다. 전통시장을 따라 성냥공장으로 걸어가는 길은 나지막한 언덕으로 이뤄져 의성의 전경을 내려다볼 수 있었다. 1954년 문을 연 성광성냥공업사는 해마다 성장을 거듭하며 70년대에는 월 매출이 6억 원을 넘었다고 한다. 그러나 일회용 라이터가 보급된 후 쇠퇴의 길을 걸었고 결국 2013년 과거의 영광만 남긴 채 문을 닫았다.
60여 년의 근대산업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이 성냥공장이 문화체육관광부와 경북도를 통해 ‘문화공장’으로 재탄생한단다. 성냥공장의 꺼진 불씨가 다시 타오르는 그날을 기대해봐야겠다. 우리는 숙소로 가는 길을 따라 아름답게 펼쳐진 들판을 드라이브했다. 그러다 뭔가 분위기 있는 장소를 발견했는데 의성읍을 따라 흐르는 남대천을 이어주는 남천교길이었다. 남천교 옆 오래된 녹빛 기찻길이 지닌 세월의 느낌이 좋아서 사진을 남겼다. 이곳은 의성읍 둘레길의 한 구간으로 구봉공원과 남천교를 잇는 산책로다. 우연히 발견한 이 장소는 우리에게 멋진 배경과 함께 커플 사진을 남겨줬다. 계획 없는 여행은 뭔가 예기치 않은 행운을 가져다주기도 하고 여행이라는 날것 그대로의 매력을 보여준다. 우리는 손을 잡고 천천히 둘레길을 걸으며 산 뒤로 넘어가는 노을을 바라봤다.





<리틀 포레스트>처럼… 힐링의 마을 ‘군위’
의성에서 하루 묵은 우리는 차로 20분 거리에 위치한 군위로 넘어갔다. 군위는 내가 꼭 가보고 싶었던 여행지였다. 얼마 전 영화 <리틀 포레스트>를 봤는데 그 배경지가 바로 이곳이었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교사임용시험을 준비하던 주인공 혜원(김태리 분)은 계속되는 실패로 지치고 잠시 숨을 돌리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온다. 시골이 주는 편안함, 자연이 주는 재료들로 만들어 먹는 귀한 밥을 통해 혜원은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다.
그 배경이 된 혜원의 집은 내가 상상했던 대로 포근한 모습으로 우리를 반겨줬다. 작고 아기자기한 부엌, 감을 말리던 처마도 그대로였다. 덩달아 내 마음도 힐링이 되는 것 같았다. 군위는 마치 동화처럼 이상적인 시골의 풍경을 보여준다. 정겨운 시골길과 실개천을 따라 야생화가 피어 있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행복해지는 곳이었다. 혜원의 집 근처에는 화본마을과 간이역인 화본역이 있다. 누리꾼이 뽑은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간이역으로 유명한 화본역은 역의 기능보다 관광지 느낌이 강하다.
화본역은 1938년 중앙선 보통역으로 시작해 2006년 간이역 시비가 세워지고 현재는 무궁화호만 정차하는 작은 역이 됐다. 영화에서 볼 수 있는 고즈넉한 간이역 모습 그대로다. 화본역사 안에 들어가면 꼭 고개를 들어보자. 천장에 푸른 용이 날아오르는 모습의 태피스트리(장식용 직물)가 전시돼 있다. 아이들을 위한 역장 모자도 준비돼 있으니 모자를 쓰고 화본역 앞에서 사진 한 장 남길 것을 추천한다. 철로를 지나면 증기기관차 급수를 위해 만들어진 급수탑이 있는데 높이 4m에 이르는 웅장한 모습은 군위의 명물이다.
우리는 화본마을에서 점심을 먹은 뒤 고택과 돌담길을 따라 산책하기 좋은 한밤마을에 도착했다. 한밤마을은 신라시대 홍란이라는 선비가 이 마을로 이주하면서 번창하게 됐고 마을의 돌담은 1930년 대홍수로 떠내려온 돌들을 이용해 축조됐다고 한다. 길게 늘어선 돌담의 특이한 모습 때문에 ‘내륙의 제주도’라고 불린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구성진 노랫가락이 들려왔다. 운 좋게도 한밤마을에서는 흥겨운 마을잔치가 벌어지고 있었다. 돌담 너머로 멋진 판소리와 함께 전통극이 한창이었다. 우리는 까치발을 들고 담장 너머로 한참을 구경했다.
고택과 아름다운 돌담길이 길게 이어지는 이 마을은 군위가 얼마나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여행지인지 한 번 더 알려줬다. 계획적으로 동선을 짜서 움직이니 이동시간을 줄이고 효율적으로 다양한 장소를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여행의 마지막은 오래된 고택 숙소였다. 옛것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고택은 오래전 예약해둔 곳이었다. 도착하니 벌써 해가 저물었지만 마지막 계획에 따라 우리는 한옥집 대청마루에 누워 별을 바라봤다. 그리고 온돌방에서 뜨겁게 몸을 지지며 잠들었다. 모든 것이 계획대로 이뤄진 완벽한 하루였다. 혹시 누군가와 여행을 가서 다툰 적이 있다면 가기 전 서로의 성향을 알아볼 수 있는 MBTI 테스트를 해볼 것을 추천한다. 그러면 서로의 여행 스타일을 파악하고 조금씩 양보하면서 더 즐거운 여행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글·사진 조유리 작가


조유리
여행작가이자 인스타그램(@curryuri) 팔로워
19만 8000명을 보유한 인스타 셀럽.
남편인 코미디언 김재우와 함께 ‘카레부부’로 불린다.
저서로 <카레부부의 주말여행 버킷리스트>(2021)가 있다.

박스기사
의성·군위에 갔다면 이곳도 들러보자

의성코스 의성전통시장→성광성냥공업사→남천교→금성산 고분군→만휴정

군위코스 혜원의 집→화본마을→화본역→엄마 아빠 어렸을 적에→한밤마을 돌담길→삼존 석굴사



1 만휴정
조선 전기에 건축된 별서정원으로 경북 안동시 길안면 묵계리에 있다. 의성여행을 하며 잠시 들르기 좋은 곳이다.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아름다운 정자가 있으며 특히 그 아래 떨어지는 폭포가 장관을 이룬다. 만휴정이라는 이름은 ‘만년에 쉬는 정자’라는 의미라고 한다.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의 촬영지 중 하나였으며 이 만휴정의 외나무다리에서 “합시다, 러브. 나랑. 나랑 같이”라는 명대사가 탄생하며 유명해졌다. 그래서인지 외나무다리에서 사진을 찍는 연인이 많다.

주소 경북 안동시 길안면 묵계하리길 42(묵계리)


2 의성 금성산 고분군
삼국시대의 고분군으로 의성군 금성면에 위치한다. 2020년 사적으로 지정됐다. 금성산 주변에는 약 370여 기의 고분이 분포돼 있는데 삼한시대 국가였던 ‘조문국’의 도읍지가 이곳이었다고 한다. 서기 185년에 신라의 영향권으로 편입됐다는 기록이 <삼국사기>에 남아 있다. 광활하게 펼쳐진 고분군을 감상하며 산책하기 좋은 곳이다. 이곳에는 역사 속에도 잘 기록되지 않은 조문국박물관과 민속유물전시관도 있는데 아이들과 함께 방문하기 좋은 역사유적지이다.

주소 경북 의성군 금성면 대리리, 경북 의성군 금성면 탑리리, 경북 의성군 금성면 학미리 일대


3 구)산성중학교–엄마 아빠 어렸을 적에
화본역 인근에 위치한 폐교된 산성중학교가 근현대사 체험박물관으로 재탄생했다. ‘엄마 아빠 어렸을 적에’라는 친근한 이름으로 변모했는데 시골학교 교실을 비롯해 사진관, 달고나 가게, 만화방, 이발소, 연탄가게 등 옛 골목이 생생하게 재현돼 있다. 1960~70년대 근현대사가 교실 안에 전시돼 있으며 그 당시 놀이문화도 체험할 수 있어 온 가족이 함께하기 좋은 여행지이다.

주소 경북 군위군 산성면 산성가음로 722


4 삼존 석굴사–제2석굴암
군위 부계면 팔공산에 위치한 삼국시대에 창건된 사찰이다. 이 절에는 1962년 국보로 지정된 군위삼존석굴이 있다. 이 석굴은 493년 극달화상이 창건했다고 하나 신빙성은 없다. 학계에서는 7세기 후반에 만들어졌다고 보고 있으며 불상 조각의 정수인 석굴암의 선례가 된다는 점에서 ‘제2석굴암’이라고도 부른다. 오랜 시간 폐허로 방치돼 있다가 1927년에 발견됐다. 현재는 석굴암 내부로는 들어가지 못하지만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삼존불의 모습이 얼마나 아름답고 경이로운지 알 수 있다. 그 외에도 신라시대 문화재가 많이 보존돼 있어 군위 여행을 할 때 팔공산 산책과 함께 들르면 좋은 장소이다.

주소 경북 군위군 부계면 남산4길 24 (남산리)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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