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는 문화다! 종이로 꿈을 꿀 수 있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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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복합문화공간 ‘더페이퍼랩’
종이를 산 적이 언제였을까? 아무리 떠올려 봐도 학창시절 미술시간 준비물로 흰색 도화지 정도를 샀던 게 전부다. 작가나 디자이너 같은 전문가가 아닌 보통의 사람들은 대부분 그럴 것이다. 하지만 종이라는 말을 책이나 다이어리, 달력이나 공책, 또는 포장지나 쇼핑백 등으로 살짝 바꿔보자. 아마도 저마다 선호하는 취향이나 선택하는 기준들이 제법 까다롭게 펼쳐질 것이다. 이처럼 우리는 매일같이 종이를 접하면서 살고 있다. 그저 자각하지 못했을 뿐. 디지털 시대에도 보통 사람들의 일상에서 종이는 빼놓을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더페이퍼랩(ThePaperLab)은 아주 흥미로운 공간이다. 전 세계 5000여 가지 종이를 한 자리에서 모두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구매부터 인쇄, 샘플 모크업(mock-up·실물 크기 모형) 패키지 제작까지 가능한 곳이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종이의 모든 것을 만나는 종이세상이다.
1월 11일 서울 광진구에 문을 연 더페이퍼랩은 국내 최대 특수지 전문 기업 ㈜삼원특수지(대표 이연욱)가 국내 최초로 만든 종이복합문화공간이다. 30년 이상 종이라는 한길을 걸어온 삼원특수지는 그저 무심히 흘려 봤던 종이가 사실은 우리의 삶과 밀접한 하나의 문화콘텐츠라고 더페이퍼랩이라는 공간을 통해 당당히 말하고 있다.
국내 최초 종이복합문화공간
종이를 단순한 소비재가 아닌 문화적 관점에서 접근한 시선이 새롭다. 이 새로움은 더페이퍼랩 입구에서부터 확인된다. 종이라고 하면 으레 나무를 활용한 우드톤의 공간이 아닐까 짐작하기 쉽지만 더페이퍼랩은 이름처럼 실험실(Lab) 콘셉트의 세련된 금속톤으로 첫 만남부터 상식을 깼다.
사실 삼원특수지의 종이 전시공간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전에 두 번이나 상설 전시관을 열었다. 제품 판매가 중심이었던 버전 1.0과 브랜드 홍보를 더한 버전 2.0의 공간이다. 그러나 이번엔 단순 전시, 판매 및 브랜드 홍보를 넘어 종이를 체험해볼 수 있도록 진화된 버전 3.0을 선보였다. 종이업계가 산업군에서 꽤나 보수적인 축에 속한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마케팅의 주요 대상인 디자이너 등 관련업계 종사자들을 넘어 일반인까지 고려한 공간은 혁신적이다. 약 396㎡(120평) 규모의 더페이퍼랩은 ▲디자인 레퍼런스(DESIGN REFERENCE) ▲프린팅 랩(PRINTING LAB) ▲페이퍼 라이브러리(PAPER LIBRARY) ▲더벙커(THE BUNKER) ▲포토 스튜디오(PHOTO STUDIO) 등 크게 8가지 존으로 구성된다. 종이를 다양한 관점에서 보고 느끼고 체험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모던한 메탈 감성의 더페이퍼랩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공간은 ‘지니어스 바(GENIUS BAR)’다. 종이 전문가와 인쇄 전문가가 상주하는 곳으로 방문 고객들에게 종이 구매부터 출력, 제작업체 정보까지 전문적인 컨설팅을 해준다. 물론 무료다. 종이에 관심 있는 일반인부터 규모가 작은 영세업체나 이제 사업을 시작하는 1인기업 사장님, 그리고 관련 전공 대학생들에게 든든한 길잡이가 돼주고 있다.
실험실 콘셉트, 곳곳 혁신 돋보여
그 뒤로 더페이퍼랩의 메인 공간인 ‘페이퍼 라이브러리’가 펼쳐진다. 삼원특수지에서 취급하는 모든 종이를 만날 수 있는 곳으로 최근 친환경 트렌드에 맞는 국제산림관리협회(FSC) 인증 용지, 재생지, 비목재는 물론 고급인쇄용지, 그래픽디자인용지, 산업용지, 화방미술용지, 색지, 보드류까지 다양한 평량(1㎡당 무게), 색상, 사이즈로 구성돼 있다. 공간 한 면엔 손바닥 크기의 정사각형 종이 타일이 가득하다. 전시 판매 중인 종이의 샘플로 방문자라면 누구나 다섯 장씩 무료로 가져갈 수 있으니 잊지 말고 원하는 종이를 잘 골라보자.
또 누리소통망(SNS)을 타고 ‘포토존’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는 조형물이 시선을 끈다. 라이브러리 중심에 자리잡고 있는 ‘칼라 카오스(Colour Chaos)’라는 제목의 이 거대한 작품은 A3 사이즈의 컬러플랜과 양면테이프만 이용해 만든 색지 조형물로 알록달록 종이 봉이 얽히고설켜 바닥에서 천장으로 이어진다. 색과 종이의 무한한 가능성을 표현한 것으로 세계적인 제지사이자 삼원특수지의 거래처인 영국 G.F SMITH에서 설계도를 받아 더페이퍼랩에서 직접 만든 것이다. 조형물은 분기별로 새로운 작품을 선보인다니 더페이퍼랩을 찾는 또 다른 즐거움이 아닐 수 없다.
종이가 이렇게 재밌어요?
페이퍼 라이브러리에서 돋보이는 것은 비단 조형물이나 수많은 종류의 종이만은 아니다. 창의적인 제작물들을 보여줄 수 있도록 배치된 독특한 형태의 쇼케이스(선보임 공연)도 흥미롭다. 레이어(layers) 01, 02, 03 등으로 불리는 이 가구들은 디자이너들이 많이 사용하는 프로그램 기능 중 층층이 겹쳐 볼 수 있다는 의미를 가진 레이어(layers)에서 착안했다. 특히 레이어 01 쇼케이스는 여러 개의 슬라이딩 형태로 구성돼 숨겨져 있는 전시판들을 하나하나 열어보고 디자인 제작품을 찾다보면 시간가는 줄 모른다. 각각의 다양한 쇼케이스를 살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더페이퍼랩 가장 깊숙한 곳에는 ‘더벙커’가 있다. 경사진 낮은 천장의 공간은 마치 숨겨진 비밀의 장소를 찾아 들어가는 것처럼 신비롭다. 더벙커는 본래 지하주차장을 내려가는 램프공간으로, 창고로 사용되다 용도 변경을 통해 감각적인 갤러리로 재탄생했다. 자투리 공간의 독특한 구조를 그대로 살려 팝업 스토어(반짝매장)와 전시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현재 1946년 뉴욕 맨해튼에서 설립된 세계적인 타이포그래피(활자 디자인) 공모전인 TDC(The Type Directors Club)의 수상 작품들을 전시(4월 11일까지) 중이다. 디자인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인 타이포그래피의 아름다움과 국내외 선진 작품들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는 기회이니 관심이 있다면 꼭 둘러보자.
이밖에도 인쇄 레이아웃과 다양한 가공방법 등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전시공간, 정성껏 만든 패키지 제품을 촬영할 수 있는 렌탈 스튜디오, 프린팅 랩에서 제작한 인쇄물을 확인하거나 간단한 작업을 할 수 있는 워크 스페이스(WORKSPACE) 등의 공간에서 종이를 다채롭게 체험해 볼 수 있다.
누군가에겐 꿈을 완성하는 공간
더페이퍼랩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공간은 ‘프린팅 랩’이다. 많은 사람들의 작업물을 현실화해주는 공간이라는 점에선 가장 핵심시설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곳에선 잉크젯, 레이저, 리소는 물론 UV인쇄, 대형인쇄, 평판커팅까지 디자인에 적합한 종이를 고르고 원하는 제작물을 원스톱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가격 또한 시중의 3분의 1 수준이다. 일종의 사회공헌 성격을 띤 이 공간은 누군가에겐 꿈을 완성하는 공간이다.
5000여 종의 종이를 실물로 확인하고 자신이 원하는 크기의 종이를 구매하거나 프린팅 랩 공간에 있는 맞춤 인쇄 장비를 활용해 출력할 수 있다. 또 평판 커팅기를 통해 종이 패키지 샘플을 제작하거나 제작한 샘플을 포토스튜디오에서 바로 촬영할 수 있다. 이처럼 더페이퍼랩의 모든 공간은 다양한 종이작업이 유기적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종이복합문화공간이자 전문 종이컨설팅공간이기도 한 더페이퍼랩으로 지금 가보자. 종이로 꿈꾸는 모든 것들을 실현해보기 딱 좋은 곳이다. 프린팅 랩과 포토 스튜디오는 네이버 예약을 통해 이용이 가능하다. 보다 자세한 사항은 삼원특수지 누리집(samwonpaper.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강은진 객원기자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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