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에 집착하지 않고 할 수 있는 것에 최선 다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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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육상 최초 아시아실내선수권 우승 정유선 선수
열매를 맺으려면 혹독한 겨울과 뜨거운 여름을 견뎌야 한다. 포환던지기 국가대표 정유선 선수가 한국 선수 최초로 아시아실내육상선수권대회 금메달리스트의 타이틀을 얻기까지는 오랜 담금질이 필요했다. 정 선수는 그동안 쏟은 땀의 결실을 이번 시즌부터 본격적으로 거두고 있다.
지난 2월 11일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에서 열린 ‘제10회 아시아실내육상선수권대회’에서 태극기를 두른 정 선수와 이수정 선수가 나란히 시상대에 오른 것은 우리나라 육상 역사상 일대 사건이었다. 그동안 여자 장대높이뛰기의 최윤희 선수가 2012년 중국 항저우 대회 때 딴 은메달이 유일한 메달이자 최고 성적이었다.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대회가 끝난 후 뜻깊은 기록을 세운 정 선수에게 축전을 보냈다. 박 장관은 “이번 우승은 한국 육상의 기념비적 순간이자 전 세계에 한국인의 저력을 과시한 놀라운 장면이었다”며 “태극기를 가슴에 단 두 선수(정유선·이수정)가 마지막까지 펼친 치열한 경쟁은 우리 국민의 가슴에 벅찬 감동과 자부심을 선물했다. 끝까지 자신을 믿고 뛰어난 기량을 발휘한 정 선수의 열정과 투지에 힘찬 박수를 보낸다”고 전했다.
대회가 끝난 지 한 달 여, 긴장을 늦출 틈도 없이 훈련에 전념하고 있는 정 선수를 충북 진천국가대표선수촌에서 만났다. 여전히 추운 날씨 때문인지, 생애 첫 대면 인터뷰를 한다는 긴장감 때문인지 정 선수는 잔뜩 긴장한 얼굴로 나타났다. 인터뷰가 진행되면서 20대 특유의 쾌활한 표정이 드러났다. 경기에서 진지한 모습으로 포환을 던지던 태극전사와는 또 다른 얼굴이었다.
아시아실내육상선수권대회 금메달 수상을 축하합니다. 경기에 들어가기 전에 이런 결과를 예상했나요?
사실 어느 정도는 좋은 성적을 낼 거라는 마음이 있었어요. 그런데 막상 경기에 들어가니 긴장을 너무 많이 해서 떨리더라고요. 나중에 코치님이 열심히 연습했는데 왜 그런 걱정을 하냐면서 잘할 수 있다고 격려해주셔서 그때부터 자신감이 붙었던 것 같아요.
정 선수가 국제대회에서 처음으로 딴 금메달이라고 들었어요. 개인적으로도 의미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2022년 전국체육대회에서 7년 만에 금메달을 땄어요. 그 전까지는 정말 힘든 시간을 보냈거든요. 그런데 전국체전부터 아시아실내육상선수권까지 좋은 성적이 이어져서 자신감이 조금씩 올라가고 있어요. 이번 시즌 시작이 좋으니 마무리까지 잘해내고 싶어요.
이번 대회 우승으로 박보균 문체부 장관의 축전도 받았어요. 깜짝 놀랐다면서요?
어느 날 갑자기 코치님이 제 메일주소를 알려달라고 하셨어요. 박보균 장관님이 저한테 축전을 보내신다고요. 영광스럽기도 했지만 처음에는 얼떨떨했어요. 축전을 받으니까 금메달을 딴 게 실감이 났어요. 제가 우승한 소식이 뉴스에도 나오고 정말 신기했어요.
결선 경기에서 이수정 선수와 선의의 경쟁을 펼쳤어요. 두 선수가 꽤 친한 사이로 알고 있는데 부담감은 없었나요?
수정 언니는 제가 고등학교 때 국가대표 상비군에 들어가면서 처음으로 알게 됐어요. 그때부터 언니가 저를 많이 챙겨줬어요. 고등학교 졸업하고 실업팀에 입단했는데 모든 게 낯설어서 적응하는 데 꽤 시간이 필요했거든요. 그때 언니 도움을 정말 많이 받았어요. 평소에는 고민도 많이 들어주고 조언도 많이 해줘서 저한테는 굉장히 의지가 되는 선배예요. 그런 시간이 있다 보니 서로 성적 때문에 불편하거나 부담스러웠던 적은 없어요.
국민 입장에서는 우리 선수 두 사람이 결선에서 겨루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어요. 또 이 선수는 정 선수보다 먼저 대중에게 얼굴을 알렸잖아요.
그렇죠. 수정 언니가 E채널 <노는언니2>에 출연하고 나서 포환던지기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전보다 높아졌거든요. 이번 대회를 통해서 저희가 각자 좋은 성적을 내니까 종목에 대한 관심이 예전보다 더 커진 것 같아서 좋아요.
포환던지기는 어떤 계기로 시작했나요?
초등학교 5학년 때 운동을 시작했어요. 제가 잘 뛰는 편이라 그랬는지 체육 선생님이 “이거 한번 던져볼래?”하면서 포환을 주셨어요. 해보니까 재미있더라고요. 때마침 시 대회가 있어서 출전했는데 제가 1등을 한 거예요. 그래서 도 대회에도 나가려고 했는데 아버지가 반대하셨어요. 제가 2남 1녀 중 막내인데 힘든 길을 가는 게 싫었나봐요. 그때 교감 선생님이 부모님을 찾아가서 대회에 나가게 해달라고 설득하셨어요. 덕분에 무사히 도 대회에 나가서 우승했어요.
중학교 때는 부상을 당했다고요.
대회에 나갔다가 무릎을 다쳤어요. 그때 수술을 할 정도로 안 좋았거든요. 수술이 잘 끝나서 재활훈련에 매진하느라 운동을 오래 쉬었어요. 그때 다친 게 지금까지 이어지다보니 많이 힘들었어요. 그 당시에는 수술하고 나면 안 아플 줄 알았는데 한 번 부상당한 곳은 또 다치기 쉽잖아요. 꾸준히 관리해야 하는 게 힘들었어요. 무릎이 제 속을 썩인 날이 더 많았지만 이제는 적응이 돼서 괜찮아요. 영양제도 잘 챙겨먹고 컨디션도 잘 조절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2022년은 정말 힘든 시기이자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었다고 들었습니다.
2022년에는 몸이 좋지 않았어요. 그래도 쉬면 안된다고 생각했어요. 꾸준히 운동을 했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안하면 남들보다 뒤처진다는 생각이 컸거든요. 그런데 많은 선배들이 지금은 쉬어야 할 때라고 조언해줬어요. 수정 언니나 우리나라 포환던지기 신기록 보유자인 정일우 선수도 쉬어도 된다고 하더라고요. 조금 쉬고 오니 운동에 대한 제 마음가짐도 달라졌어요. 포환던지기가 기록경기다보니 아무래도 기록에 연연하게 되거든요. 이제는 기록에 집착하지 않고 제가 할 수 있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어요. 이런 마음가짐이 전국체전이나 아시아실내육상선수권대회에서 긴장하지 않고 경기를 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 것 같습니다.
포환던지기 선수들은 선후배 사이가 끈끈한 것 같아요.
네 맞아요. 운동을 하면서 어려운 부분이 생기면 물어볼 선배가 굉장히 많아요. 전국체전에 나가면 많은 선수를 만날 수 있는데요. 거기서 다양한 조언을 들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서로 운동을 대하는 태도나 바라보는 시선이 다르니까요. 좀 아쉬운 부분은 지금 선수촌에는 포환던지기 선수가 많이 없다는 점이죠. 저와 수정 언니뿐이거든요. 남자 선수들도 많이 들어와서 같이 운동하면 좋을 것 같아요.
다가올 시즌을 준비할 때가 됐어요. 특히 2023년엔 아시안게임도 있어서 마음가짐이 남다를 것 같아요.
지금 저의 마음가짐을 잘 유지하는 게 관건일 것 같아요. 조급해하지 않고 제가 할 수 있는 만큼 잘 준비하면 되지 않을까요? 천천히 하나하나씩 나아가면 전국체전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고 아시안게임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9월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달성하고 싶은 목표가 있나요?
저의 개인 최고기록을 깨고 싶어요. 저의 최고기록이 17m12인데요. 2023년에는 조금 더 좋은 성적을 내서 17m60까지 기록을 올리는 게 개인적인 목표입니다. 사실 3등 안에 들어서 메달을 따고 싶은 게 가장 큰 꿈인데요. 거기에 연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게 가장 중요할 것 같아요. 중국의 공리쟈오 선수도 만나보고 싶어요. 제가 정말 좋아하는 선수거든요. 이번 아시안게임에 가게 된다면 진짜 꼭 만나고 싶어요.
포환던지기에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선수들은 모두 몸무게가 100㎏ 이상이다. 지름 2.135m의 원형 콘크리트 경기장에서 포환던지기 선수들은 투척종목에서 가장 무거운 포환을 한 손으로 던져야 한다. 정 선수가 던지는 포환은 무게가 4㎏이 넘는다. 기자가 들어보니 한 손으로는 들어올릴 엄두가 나지 않았다. 정 선수는 포환던지기 선수 중에서 호리호리한 체형을 유지하고 있다. 부상당한 무릎에 주는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다. 불리한 신체조건을 견디고 더 성장한 정 선수는 자신의 꿈에 다가가기 위해서는 다른 누군가가 아닌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장가현 기자
박스기사
포환던지기는?
포환던지기는 육상종목 중 필드에 속한다. 필드는 멀리뛰기, 높이뛰기 등의 종목이 있는 도약과 창던지기, 원반·해머·포환던지기가 있는 투척으로 구분된다. 포환던지기는 지름 2.135m의 콘크리트로 다진 원 안에서 포환을 던져 가장 멀리 던진 선수가 이기는 종목이다. 투척종목에 사용되는 것 중 포환이 가장 무거운데 회전력을 이용하지 못하고 오로지 강한 팔의 힘이 필요하다.
포환은 표면이 매끈한 구형이다. 남자용은 7.257㎏ 이상, 지름 110~130㎜고 여자용은 무게 4㎏ 이상, 지름 95~110㎜를 사용한다. 포환은 어깨로부터 한쪽 팔을 밀어 뻗듯이 던져야 한다. 포환을 쥔 손이 어깨선보다 뒤로 움직이거나 아래로 내려오면 안된다. 투척할 때 서클 또는 발막이 위에 발이 닿은 경우, 서클 바깥쪽 지면에 닿았을 경우, 서클 원심에서 65℃ 각도선 바깥에 떨어졌을 경우는 무효처리된다. 경기는 선수들이 3회씩 던지는 것으로 시작된다. 상위 여덟 명을 추린 후 다시 3회씩 포환을 던져 우승자를 가린다. 세계기록은 남자의 경우 2021년 6월 19일 미국의 라이언 크라우저가 세운 23.37m, 여자는 1987년 소련의 나탈리야 리솝스카야가 세운 22.63m다.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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