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휴가로 ‘한 달 살기’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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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휴가로 ‘한 달 살기’ 갈 수 있다
근로시간 제도 개편… ‘1주 52시간’에 막힌 연장근로 자유롭게
A 사업장에서 일하는 한 근로자는 한 달 동안 매주 52시간씩 근무했다. 주 평균 52시간을 근무했으니 적법한 근무형태다. 반면 B 사업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는 한 달간 1~3주는 매주 40시간을 근무하고 마지막 주에 55시간을 일했다. 마지막 주는 동료의 코로나19 확진에 따른 불가피한 근로시간 조정으로, 한 달 동안 주 평균 43.8시간을 일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법을 위반하게 됐다.
낡고 불합리한 제도 개선하는 노동개혁
이는 우리나라 근로시간이 주 단위 상한 규제 중심으로 운영돼 발생한 제도의 맹점을 드러내는 사례다. 2018년 근로시간 단축을 위해 주 52시간제를 도입했으나 획일적이고 경직적인 규제 방식은 그대로였다. 그 결과 근로자와 기업의 근로시간 선택권을 가로막고 다양화·고도화되는 노사의 수요를 담아내지 못하는 문제가 생겼다.
정부는 경직적 근로시간 제도에 따른 불합리한 사례를 개선하기 위해 ▲근로시간 선택권 확대 ▲근로자 건강권 보호 강화 ▲휴가 활성화를 통한 휴식권 보장 ▲유연한 근무방식 확산 등의 원칙을 바탕으로 한 ‘근로시간 제도 개편방안’을 마련했다. 현행 1주 단위의 연장근로 시간 선택권을 월·분기·반기·연 단위로 확대하는 것이 골자다. 개편방안에 따르면 1년 동안 일하는 총 근무시간은 그대로일지라도 일하는 시간과 휴식 시간을 몰아서 사용해 근로자와 사용자의 선택권을 높일 수 있다.
근로시간 제도 개편은 70년 동안 유지돼온 ‘1주 52시간’ 칸막이 제거부터 시작된다. 정부는 주 52시간 틀 내에서 노사 합의로 연장근로를 운영할 수 있도록 월·분기·반기·연 단위 추가 선택지를 노사 재량에 맡기기로 했다. 장시간 연속근로 방지, 실근로시간 단축을 위해 단위 기간에 비례해 연장근로 총량을 분기 90%, 반기 80%, 연 70% 단위로 줄인다.
또 근로자 대표제를 제도화해 노사의 대등함을 확보하고 직종·직군별로 근로시간 등을 결정하며 다양한 수요를 반영한다. 현재는 근로자 대표의 선출·활동 관련 규정이 없고 직종·직무별로 당사자의 이해를 적절히 대변할 수 있는 절차도 미흡한 실정이다. 앞으로는 근로자 대표의 공정한 선출 절차, 권한, 책무 등을 마련해 근로자 대표의 민주적 정당성과 대표성을 강화한다. 이때 과반수 노조가 있는 경우 과반수 노조, 없는 경우 노사협의회 근로자 위원, 투표로 선출된 근로자 대표 순으로 지위를 부여한다.
선출·활동에 대한 사용자의 개입, 방해, 해고, 불리한 처우 등을 막아 근로자 대표의 활동을 보장하고 근로자 대표는 다양한 근로자의 의견을 수렴하고 반영할 의무를 갖는다. 근로 형태에 차이가 있어 특정 직종·직군 등에만 적용되는 근로조건의 경우 해당 근로자의 의사를 반영하는 절차를 마련한다. 부분 근로자에게만 적용되는 사항에 대해서는 부분 근로자와 근로자 대표 간 협의해야 한다.
3중 건강보호조치도 시행
1일 근로시간이 4시간인 근로자는 근로기준법에 의해 30분 이상 휴게시간을 받아 30분이 지나야 퇴근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30분 휴게 면제를 신청해 먼저 퇴근할 수 있다. 이는 다수의 국민이 제안한 아이디어를 정책에 반영한 것이다. 또 근로시간 기록·관리는 연장근로 총량관리·근로시간저축계좌제 등 근로시간 선택권을 확대하기 위해 필수 선결과제인 만큼 근로시간 기록·관리 범위와 방법, 근로시간 개념 정립 등을 위한 연구를 하고 기록·관리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정부는 특정 제도가 아닌 연장근로 총량관리 시 3중 건강보호조치를 시행한다. 이에 ▲근로일간 11시간 연속휴식 부여 또는 1주 64시간 상한 준수 ▲산재 과로인정 기준인 4주 평균 64시간 이내 근로 준수 ▲관리 단위에 비례해 연장근로 총량 감축을 추진한다.
출퇴근 시간 선택 가능
2023년 하반기에는 ‘야간작업 건강보호 가이드라인(가칭)’을 제작해 보급하고 ‘근로환경조사’를 통해 야간작업 근로자의 규모, 근로자와 사업자의 특성 등 실태 파악에 나선다.
소규모 사업장의 특수건강진단 비용 지원을 확대하고 특수건강진단 이행률을 높인다. ‘산업보건 혁신방안’을 마련해 사고성 부상 외 야간작업 등 업무상 질병 위험요인까지 포함하도록 위험성 평가도 개선한다. 취약 근로자의 근로시간 적용 제외는 축소하고 고소득·전문직은 예외를 인정해 근로시간 적용의 사각지대 해소를 검토할 방침이다.
일할 때 일하고 자유롭게 쉬는 문화는 생산성과 노동의 질을 높이는 방법이다. 정부는 휴가 사용에 대한 제도적 선택지 확대와 문화 확산이 필요한 만큼 현행 보상휴가제를 근로시간저축계좌제로 대체·강화하고 연장·야간·휴일근로의 적립, 사용 방법, 정산원칙 등 법적 기준을 마련한다. 또 단체휴가와 시간 단위 연차 사용, 10일 이상의 유럽식 장기휴가 활성화를 위한 대국민 캠페인을 추진한다.
현재 선택근로제를 활용하면 근로자가 일하는 날짜와 출퇴근 시간 등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으나 법상 허용하는 최대 활용 기간이 얼마 되지 않았다. 이에 시차출퇴근과 주 4일제, 주 4.5일제 등을 확대하고 선택근로제를 전 업종 3개월, 연구개발 업무 6개월로 확대한다. 근로자가 사용자에게 선택근로제 적용을 요청할 수 있는 절차도 도입한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근로시간 제도 개편은 낡고 불합리한 제도·관행을 개선하는 노동개혁의 핵심 과제”라며 “경제규모 10위권인 대한민국의 위상에 걸맞게 근로시간에 대한 노사의 ‘시간주권’을 돌려주는 역사적인 진일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근로자에게는 주 4일제, 안식월, 시차출퇴근제 등을 선택할 수 있게 하고 기업에는 인력 운용의 숨통을 틔워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선수현 기자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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