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추천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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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운영하는 책나눔위원회가 매달 일곱 권의 책을 추천합니다. ▲문학 ▲인문예술 ▲사회과학 ▲자연과학 ▲실용일반 ▲그림책·동화 ▲청소년 분야의 추천 도서는 여러분의 독서 욕구와 지적 호기심을 샘솟게 할 것입니다. 은 책나눔위원회의 추천 도서를 독자 여러분에게 소개합니다.
어쨌거나 밤은 무척 짧을 것이다 세기의 아이들을 위한 반영화입문
유운성 지음 | 보스토크프레스
평범한 입문서와 달리 다양한 영화의 사례를 열거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특정한 철학이나 이론을 고수하고 있지도 않다. 저자는 독자의 지성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영화의 본질은, 어떠한 절대적인 이론적 접근도 허용하지 않고 역사적 사례에 호소하는 일도 무력하게 만드는 강고한 모호함이라는 점을 설득력 있게 논증하고 있다. 저자는 이란 영화감독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의 영화에서 이런 의미의 영화하기가 탁월하게 실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책은 평범한 교양 독자들이 흔히 기대하는 다이제스트식의 영화 입문서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냥 난해하고 복잡한 이론서의 성격을 띠고 있지도 않다. “교양 독자의 지성”을 믿는 저자의 믿음을 믿는 교양 독자들이라면 이 책에서 영화로 입문하는 근사한 길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진태원(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 선임연구원)
트로츠키와 야생란
이장욱 지음 | 창비
문학성과 문장력, 타인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과 울림 혹은 아름다움에 지적 유희와 소설의 형식에 대한 새로운 시도까지. 그런 소설을 등단 후 거의 20년 가까이 쓰고 있는 작가가 바로 이장욱이다.
은 2020년부터 2022년 상반기까지 쓰고 발표한 그의 네 번째 소설집이다. 어떤 문학상 수상 작품집에 수록돼 아마도 독자에게 가장 잘 알려진 듯한 ‘잠수종과 독’을 비롯해 ‘너’와의 추억이 담긴 러시아에 도착해 얼음과 어둠뿐인 상황 속에서 다시 ‘너’에게 돌아가기 위해 얼어붙은 밤의 호수를 걸어서 건너가는 ‘트로츠키와 야생란’까지 총 아홉 편의 단편을 묶은.
시와 소설을 쓰는 작가는 최근에 이런 말을 했다. “충돌, 균열, 어긋남 같은 것이 발생하는 순간을 느낄 때” 소설을 쓰고 싶다고. 그런 이야기들이 ‘얼음을 뚫고 피어오르는 식물들처럼’ 이 책에 심겨 있다.
조경란(소설가)
그런 세대는 없다 불평등 시대의 세대와 정치 이야기
신진욱 지음 | 개마고원
이 책은 세대 ‘간’ 불평등 논의가 희미하게 만드는 세대 ‘내’ 불평등을 이야기한다. 같은 세대 안에도 학력, 직업, 자산 규모, 주거지역, 성별, 주택 소유 여부, 가치와 이념 등 다양한 기준이 교차하면서 갖가지 방식으로 분화된 다양한 집단이 존재한다. 그런 세대 내의 다양성을 고려하지 않는 세대 불평등 담론은 정작 더 중요한 불평등의 차원을 지워버린다. 이 책은 세대 간 불평등의 진면목을 보려면 우리 사회의 ‘하이클래스’에 속한 부모들이 자식에게 어떻게 대를 이어 기득권을 유지하게 하는지를 살펴볼 것을 제안한다. 저자는 세대와 계급이라는 변수를 교차시켜 한국의 선거 정치를 설명하면서 한국 정치에도 점차 계급이 중요한 변수로 등장하고 있음을 실증적인 자료를 통해 보여준다. 책을 다 읽고 나면 정치 현상의 기저에서 작용하는 사회적 요인들의 역동성을 이해하게 된다.
정수복(사회학자·작가)
신비롭지 않은 여자들
임소연 지음 | 민음사
이 책의 문제의식은 여성은 과학자로도, 과학의 대상으로도 온전히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과학의 역사에서 여성은 비하되거나 신비화됐다. 그러나 여성은 여성이고, 여성에게서 그러한 “신비”를 벗겨낼 때만이 여성의 문제를 분명히 이해하고 접근할 수 있다. 이 책은 자연과학과 과학기술학을 전공한 저자가 여성의 시각에서 현대 과학을 쪼개어 파헤친 산물이다. 그 결론은 과학기술은 “엉망진창 내 삶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학은 삶과 동떨어진 그 무엇이 아니라 난자 냉동, 쌍꺼풀 수술, 화장품의 문제처럼 보통 여성의 삶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으며 우리가 주목해야 할 곳은 바로 그 지점이라는 것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중립적이라고 여겨지는 과학이 얼마나 젠더의 편견에 오염돼 있으며 그런 사실을 인지할 때 과학이 얼마나 더 풍요로워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권복규(이화여자대학교 의학교육학교실 교수)
심장 소리
정진호 글·그림 | 위즈덤하우스
한 아이가 오늘도 자신만의 속도로 달린다. 땀을 흘리고 여러 사람을 지나 앞으로 나아간다. 아이는 자신이 열심히 달리는 이유를 설명한다. 일등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고. 공을 잡거나 살을 빼기 위해서도 아니다. 친구를 만나기 위해 빨리 뛰어가는 것도 아니다. 아이가 달리는 이유는 남들이 달리는 이유와 다르다. 그렇다면 아이는 왜 달리는 것일까? 자기만의 속도로 달리던 아이는 전력 질주를 한 뒤 멈춰 서서 자기 가슴에 손을 얹는다. 손을 통해 전해지는 쿵쾅거리는 자신의 심장 소리. 그리고 심장 소리는 자신의 심장 소리를 건너 어린 시절, 엄마 품에 안겨 들었던 엄마의 심장 소리를 환기시킨다. 그림책의 마지막에 이르러 드디어 아이가 달리는 이유를 알게 될 때 독자들은 나에겐 어떤 그리운 기억이 있는지 생각해보게 된다. 우리는 어떻게 잊고 있던 기억을 불러낼 수 있을까라는 생각과 함께.
최현미(문화일보 문화부장)
이것도 산재예요?
회사 때문에 아픈지도 모르고 일하는 당신에게
노동건강연대 지음 | 보리출판사
이 책은 산업재해가 무엇인지 알려주고 산재보험 제도를 소개하며, 산재보상 신청 절차와 준비 서류를 안내해준다.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산재보상 제도를 어떻게 바꿔나가야 할지에 대해, ‘건강하게 일할 권리’와 직장에서 잘리지 않고 ‘회복할 권리’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산재보험 제도는 회사와 국가가 베푸는 혜택이 아니라 노동자 개인이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다. 그럼에도 많은 노동자에게 산재보험 제도 자체가 낯설다. 일하다가 다치더라도 오히려 숨기고 더욱 열심히 일해야 해고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노동 환경이 문제일까? “아프면 쉬어야 한다”는 기본적인 원칙조차 지켜지기 어려운 현실.
이 책은 산재보험 제도에 관해 “잘 몰라서 못하는” 사람이 없도록 법적으로 보장된 권리를 찾게 도와준다.
표정훈(평론가)
금융 프렌즈가 우릴 기다려 돈을 ‘벌고, 모으고, 쓰는’
나에게 힘이 될 경제 이야기
이현 지음 | 곰곰(휴머니스트)
의문과 호기심으로 가득한 청소년들에게 ‘현 기자’와 ‘금 앵커’의 짧은 대화는 실감 나게 들린다. 누구나 겪는 현실이면서 언젠가 내게 영향을 미칠 일들이기 때문이다. ‘돈’의 위력을 외면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경제 교과서와 뉴스에 등장하는 화폐, 자본, 금융은 어떻게 다르며 그 차이는 무엇일까? 마치 살아 있는 생물처럼 인간의 삶,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는 경제를 이해하려면 가까운 곳에서 벌어지는 일에 관심을 기울이는 데서 시작하는 좋다. 은행이 망하면 내 돈은 어떻게 될지, 환율은 누가 정하는지, 비트코인과 암호화폐 그리고 블록체인은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고민해야 한다. 저자는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춰 어렵지 않게 기초적인 원리를 설명한다. 천천히 읽으면서 세상을 관찰하고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보자. 또 하나의 세계가 열리는 신비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류대성( 저자)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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