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한 육수에 텀벙 물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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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회국수
▶명천회식당 무침회 한국의 맛(21)
며칠째 습하고 끈끈하다. 차라리 불볕이 나으련만 문틈으로 스미는 물기 품은 공기는 손사래에도 끄떡없다.
밥은 먹어야겠기에 냉음식을 찾아 헤멘다. 냉면, 콩국수, 메밀국수. 이때 물회가 당당히 존재감을 드러낸다. 잘게 썬 꼬들꼬들한 생선 살이 매콤달콤하면서도 시원한 육수 안에 웅크리고 있다.
물회는 생선회를 물에 말아 먹는, 그래서 더욱 당당한 ‘우리식 생선회 문화’다. 생선회(사시미[刺身])의 원조를 주장하는 일본에도 물회 같은 건 없다. 국물을 특별히 챙기는 우리나라에는 다양한 물회가 존재한다. 여름에 차가운 것을 즐기는 문화도 물회의 인기에 한몫했다.
그저 물에 양념장을 풀고 날생선을 썰어 넣은 것 같지만 사실 다양한 종류가 있다. 지역별로 강릉식이 다르고 포항식이 다르다. 제주식, 통영식, 장흥식 등도 있다.
저마다 정통성을 주장하는 근거도 제각각이다. 어부들이 일을 나갔다가 뱃전에서 생선에 찬밥을 섞어 물에 말아 먹던 것에 원조가 어디 따로 있겠느냐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각자마다 품은 바다가 다르니 사는 생선도 다르고 선호하는 양념과 입맛에 기인하니 지역에 따른 특성만큼은 선명하다.
물회로 유명한 곳은 강원도 강릉을 비롯한 동해안이다. 광어나 가자미 등 가늘게 썬 흰살생선에 초고추장과 김칫국, 설탕 등을 섞어 마무리한 육수를 붓는다. 기본적으로 명태 육수를 쓰는 집도 있고 동치미를 섞어내는 집도 있다. 이름은 강릉식이지만 고성부터 삼척까지 강원도 동해안 곳곳에서 맛볼 수 있다. 동해안에는 오징어물회와 골뱅이물회도 있다. 졸깃한 살점이 차가운 육수와 만나면 더욱 존득해지며 진한 풍미와 차진 식감을 낸다. 냉국수처럼 국수사리를 넣어도 되고 찬밥을 텀벙 말아도 좋다.
포항식 중에서는 ‘북부시장식’이 다소 특이하다. 죽도시장에도 물회집이 많지만 북부시장 앞 물회를 파는 집들은 사실 무침회(비빔회)를 판다. 물회는 이 무침회에서 나온다. 가장 큰 특징은 무침회의 고추장 양념에 육수를 붓는 대신 맹물(냉수)을 그대로 넣어 먹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청어와 꽁치, 전어, 멸치, 숭어 등 등푸른생선을 주로 쓴다는 것이 큰 차이점이다. 맹물을 쓰지만 고추장 맛이 끝내주니 괜찮다. 집집마다 고추장에 마늘과 참기름 등을 넣고 숙성한 장을 따로 담가 쓰는데 이 맛이 매우 좋다.
맛이 진한 등푸른생선 살에 해초와 푸성귀를 듬뿍 곁들인 무침회를 먹다가 반쯤 비우고 나면 시원한 물을 붓고 밥을 말아 후루룩 마시듯 즐기면 된다. 부드러운 생선 살이 아삭한 채소와 매콤한 장맛에 어우러져 환상의 궁합을 이룬다. 비릴까 싶어 등푸른생선이 싫다면 가자미로만 넣어달래도 된다.
제주에선 자리돔이나 한치를 물회로 즐기는데, 식용 빙초산(아세트산)을 넣어 시큼하게 먹는 것이 특징이다. 자리물회는 제주 사람들의 여름철 별미다. 여름엔 성게를 넣어주기도 한다. 전남 장흥은 초고추장 대신 구수한 된장을 넣은 된장물회를 먹는데 이게 또 별미다. 자극적이지 않고 감칠맛이 마지막 국물 한 방울까지 배어든다. 한우를 넣은 한우물회 역시 장흥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별한 맛이다.
경남 통영은 앞바다에서 주로 양식하는 멍게(우렁쉥이)나 굴로 물회를 즐기는 것이 유별나다. 전남 고흥에도 겨울철 잡은 굴을 살짝 삶아 멀건 물회식으로 즐기는 피굴이 유명하다.
전국의 물회 맛집
★포항식 회무침 물회
북부시장 앞 명천회식당은 특제 고추장이 맛이 좋아 따로 장을 사 가는 이들도 많다. 일반적으로 많이 쓰는 흰살생선이 아니라 청어, 꽁치, 멸치 등 등푸른생선을 주로 쓴다. 포항 이외에선 본 적이 별로 없는 구성이다. 등푸른생선은 특유의 기름 맛이 진하다. 양도 푸짐하다. 밥에 쓱쓱 비벼 먹는 무침회(비빔회)도 구성은 같다. 비빔회로 먹다가 나중에 물을 말아도 된다.
★된장물회
전남 장흥에는 된장에 말아내는 물횟집이 많다. 된장물회는 고추장물회처럼 맛이 강하지 않아 좋다. 깔따구(농어 새끼의 방언) 등 제철 잡어에 신김치와 아삭한 열무, 된장을 넣고 시원한 얼음냉수에 말아 먹는다. 여름엔 생선이 빨리 상하는 것도 방지하고 식감도 좋으라고 회를 떠서 살짝 뜨거운 물을 부어 겉만 익힌 다음 물회로 낸다. 싱싱회마을(장흥읍), 삭금횟집(이하 회진면), 청송횟집, 우리집횟집, 삭금 남촌횟집 등에서 판다.
★동해안식
강원도 속초 영랑동 봉포머구리집은 일명 속초 3대 물횟집으로 손꼽힌다. 전국적으로 유명해 점심시간부터 저녁까지 수많은 사람이 몰려 북새통을 이룬다. 특히 전복해삼물회는 각종 과일과 매실 진액, 약초 등을 넣어 만든 특제 양념으로 맛을 낸 육수에 광어와 가자미, 해삼, 멍게 등 10여 가지 싱싱한 해산물을 푸짐하게 말아낸다. 오독 씹히는 해삼과 쫄깃한 전복, 바다 향 가득한 멍게와 향긋한 성게알, 활어회까지. 10여 가지 해산물은 골라 먹어도 맛있고 함께 떠먹어도 좋다.
이우석 놀고먹기연구소장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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