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은 신데렐라가 아니라 평강공주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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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존재는 엄마다. 갓 태어난 아이에게 엄마는 세상이자 동시에 자신이다. 아이는 10개월에서 돌 사이에 기어다니고 걷기 시작하면서 엄마 품을 벗어나 세상을 향해 나아간다. 아이의 중대한 육체적 변화는 정신적 측면에서도 큰 변화를 불러온다.
이 시기에 아이는 방금 전까지 눈앞에 있던 물건이나 사람이 잠시 사라져도 대상이 없어지지 않고 계속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대상 영속성’을 지각하는 것이다. 이 ‘대상 영속성’에서 가장 중요한 대상이 바로 엄마다.
하지만 막상 따스한 엄마 품에서 멀어진 아이는 무서워진다. 뒤를 돌아본다. 엄마가 활짝 웃고 있다. ‘아 엄마가 있다.’ 아이는 몇 발자국 더 간다. 엄마가 없어졌을까 불안한 아이는 다시 뒤를 돌아본다. ‘역시 엄마가 있다.’ 이런 경험을 통해 아이의 마음속에 엄마가 눈에 보이지 않아도 항상 함께한다는 믿음이 자라난다.
아이에게 ‘엄마가 언제나 나와 함께 한다’는 믿음이 없다면 아이는 엄마에게서 떨어질 수 없다. 엄마가 나를 버리고 사라질까 두려워, 엄마가 잠시라도 안 보이면 불안하고 무서워서 곧바로 울기 시작한다. ‘분리불안’이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아이는 모든 일에 자신감을 잃고 엄마에게 달라붙은 채 세상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심리학자인 에이미 워너 교수가 미국 하와이주 카우아이섬에서 1955년 태어난 833명의 아이의 삶을 40년간 관찰했다. 하와이 북서쪽에 있는 카우아이섬은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어울리지 않게 마약과 알코올 중독자가 많았다. 워너 교수는 833명 가운데서도 201명을 추려내 연구를 이어갔다. 결과를 보니 결손가정이나 부모가 정신질환을 앓거나 약물중독일수록 아이가 학교나 사회에 잘 적응하지 못했다. 하지만 절망 가운데 희망도 있었다. 201명의 아이 중에서 72명이 자신이 처한 열악한 환경에서 벗어나 평균 이상의 삶을 살았다. 그중에는 전교 회장도, 전교 1등도 있었다. 과연 72명은 어떤 차이가 있었을까?
72명 아이의 가정은 가난했고 가족 중 마약중독자나 범죄자가 있었다. 그런 환경 속에서도 한 아이를 무조건 믿어주고 응원해준 한 사람이 있었다. 아빠나 할머니, 할아버지, 삼촌, 이모라도 상관없다. 조건 없는 절대적인 사랑을 받고 자란 아이들은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성격을 가졌으며 아주 친한 친구도 사귈 수 있었다.
이 연구를 통해 워너 교수는 큰 충격이나 실패를 경험했을 때 이를 회복하고 극복하는 능력을 의미하는 ‘회복탄력성(Resilience)’이라는 말을 만들었다. 같은 충격에도 회복탄력성이 높은 사람은 인생에서 예기지 않게 닥쳐온 큰 파도를 잘 넘어갔고 회복탄력성이 약한 이는 큰 파도를 넘지 못하고 좌절했다. ‘회복탄력성’을 결정하는 요소 중 가장 중요한 요소가 한 사람을 절대적으로 지지하고 사랑하는 사람의 존재 여부였다. 가끔 누군가를 사랑할 때는 무조건 사랑할 필요가 있다. 연애를 하든 아이를 키우든 아이가 공부를 못해도 배우자가 능력이 없어도 말이다. 당신의 무한한 사랑을 듬뿍 받은 아이나 배우자는 회복탄력성을 키워 고난과 실패를 딛고서 결국 성공하게 될 것이다. 신데렐라는 왕자님을 만들 수 없었지만 평강공주는 온달장군을 키웠다. 희망은 신데렐라가 아니라 평강공주에게 있다.
양성관 의정부백병원 가정의학과 전문의
빛나는 외모만큼 눈부신 마음을 가진 의사. 글쓰기 플랫폼 ‘브런치’에서 200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한 작가이기도 하다. 〈히틀러의 주치의〉를 비롯해 7권의 책을 썼다. 의사가 아니라 작가로 돈을 벌어서 환자 한 명당 진료를 30분씩 보는 게 꿈이다.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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