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게임체인저 3나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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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6월 말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3나노 반도체 양산에 돌입한 지 반년 만에 대만의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기업인 TSMC도 3나노 공정에 가세하면서 반도체 선점 경쟁이 치열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3나노는 현재 반도체 제조공정 가운데 가장 앞선 기술이다. 3나노 반도체는 무엇이고 한국의 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얼마나 될까?
3나노 반도체는 회로 선폭 의미…작게 만드는 게 핵심
우리는 흔히 ‘전기가 통한다(전류가 흐른다)’ 또는 ‘전기가 안 통한다(전류가 흐르지 않는다)’라는 말을 한다. 금·은·동·철과 같이 전기가 잘 통하는 금속을 도체(導體)라 하고 유리·고무·플라스틱처럼 전기가 통하지 않는 물질은 부도체라고 한다. 반도체는 도체와 부도체의 중간 정도 되는 ‘전기 전도도(전기가 흐르는 정도)’를 갖는 물질이다.
반도체의 주원료는 실리콘(규소)이다. 실리콘은 원래 전기가 통하지 않는다. 그런데 여기에 열이나 빛을 가하거나 인(P) 비소(As) 붕소(B) 갈륨(Ga) 같은 특정 불순물을 주입하면 도체처럼 전기가 흐르게 된다. 전류를 흐르게 하는 게 목적이라면 그냥 도체를 쓰면 되지 왜 굳이 반도체를 쓰는 걸까? 그 이유는 전류와 전압의 흐름을 조절하는 기능의 스위치에 있다.
디지털은 0과 1이라는 두 가지 값을 가진다. 이를 전기로 해석하면 전기가 통하지 않으면 0, 전기가 통하면 1이다. 따라서 디지털 정보를 저장하고 처리하기 위해서는 0과 1을 오가는 스위치가 많이 필요하다. 전자기기에서 수많은 회로의 전기선 하나하나마다 스위치를 모두 달려면 부피가 커질 수밖에 없고 스위치의 켜고 끄는 작동을 자동으로 하려면 또 다른 장비가 있어야 한다. 반도체는 이런 기계적 장치가 전혀 없이 오로지 전기로만 스위치를 구현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반도체 칩, 반도체 산업, 반도체 등은 ‘반도체 집적회로(IC)’를 의미한다. 집적회로는 특정 기능을 수행하는 전기회로와 반도체 소자(주로 트랜지스터)를 하나의 칩에 모아 구현한 것이다. CD처럼 생긴 실리콘 판을 ‘웨이퍼(Wafer)’라고 하는데 이 웨이퍼에 전류나 전압의 흐름을 조절하는 트랜지스터, 배선회로 등을 새겨 넣고 작게 자르면 반도체 칩이 된다. 트랜지스터는 쉽게 말해 켰다(On) 껐다(Off) 할 수 있는 스위치이다. 손톱보다 작은 크기의 반도체 칩 하나에는 현재 10억 개 넘는 트랜지스터가 들어간다. 반도체 칩 생산이 얼마나 어려운 기술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반도체 기술의 핵심은 트랜지스터를 최대한 작게 만드는 것이다. 3나노 반도체는 회로의 선폭(線幅)이 3나노미터(㎚)인 것을 말한다. 회로를 가늘게 그릴수록 반도체가 작아지고 집적도가 높아진다. 5㎚에서 3㎚로 변화된다는 건 트렌지스터의 크기가 줄어들어 하나의 반도체 칩 안에 더 많은 트랜지스터를 넣을 수 있다는 의미다.
작은 칩 면적에 트랜지스터들이 빽빽이 들어가면 전기신호가 전달되는 속도가 빨라지고 전력 소모도 줄어든다. 3㎚ 반도체는 5㎚에 비해 칩 면적을 약 35% 이상 줄일 수 있다. 또 소비 전력을 50% 감소시키는 반면 정보처리 속도(성능)는 약 30% 향상된다. 이 때문에 기업들이 사활을 걸고 미세공정 개발에 몰입하는 것이다.
반도체 세액공제 확대, 반도체 업계의 봄
반도체는 컴퓨터와 가정용 전자제품은 물론 인공지능(AI), 로봇, 자율주행자동차, 스마트폰, 온라인 플랫폼 구축 등 쓰이지 않는 곳이 없어 ‘산업의 쌀’로 불린다. 첨단산업의 필수 부품이자 미래 기술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여서 주요국이 반도체 산업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반도체에 각별한 관심과 애정을 갖고 인적·물적 자원을 쏟아붓는 것도 반도체가 국가 경제 안보의 자산이자 우리 산업의 핵심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2022년 당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유럽을 순방하고 나서 첫째도 기술, 둘째도 기술, 셋째도 기술이라고 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부존자원이 없는 우리에게 경쟁력은 기술밖에 없다. 초일류 기술은 우리의 안보까지 책임질 수 있다.
삼성전자는 3㎚ 공정에서 차세대 트랜지스터 구조인 ‘GAA(Gate-All-Around)’ 신기술을 세계 최초로 적용하며 기술 혁신을 이뤄냈다. GAA는 전류가 흐르는 채널을 4면으로 둘러싸 전류의 흐름을 더욱 세밀하게 조정할 수 있는 기술이다. 또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인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23’에서 반도체 제조에 사용되는 공정 가스를 안전하게 처리할 수 있는 ‘대용량 통합 온실가스 처리시설(RCS)’을 처음 선보였다. 친환경 반도체 제작이 가능해진 셈이다. 반도체 업계에서 지구온난화지수가 낮은 RCS를 활용하는 곳은 삼성전자가 최초이자 유일하다.
반도체 업계에선 2023년 3㎚ 공정 고객을 확보하려는 경쟁이 뜨거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2㎚, 1㎚ 등으로 회로의 선폭을 좁히는 기술을 개발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해 3㎚ 공정이 2~3년 동안 파운드리 시장의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반도체의 중요성이 더해질 전망이다. 그만큼 반도체 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 정책도 중요하다.
윤석열정부는 새해 벽두부터 반도체 투자 세액공제 확대 방안을 내놓았다. 반도체 시설투자 금액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대기업은 15%, 중소기업은 25%로 해주는 것이 골자이다. 방안대로라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은 매년 수조 원의 세금을 절감할 수 있다. 반도체 업계는 경쟁국 수준의 세제 지원 혜택을 받게 됐다며 환영했다. 현재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한국 업체의 점유율은 20%. 정부의 이러한 지원을 바탕으로 한국 반도체 시장의 급신장세가 유지되길 기대한다.
김형자
편집장 출신으로 과학을 알기 쉽게 전달하는 과학 칼럼니스트. <구멍으로 발견한 과학>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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