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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 출범
2월 21일 발대식을 갖고 출범한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이하 새로고침)’에 소속된 노동조합들에게는 별명이 있다. ‘MZ노조’다. 조합 구성원부터 임원까지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대다수인 노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새로고침에 청년, 즉 MZ세대만 있는 것은 아니다. 위원장이 50대인 노조도 있고 여느 노조와 다름없이 다양한 연령대로 구성된 노조도 있다. 그럼에도 새로고침을 일컬을 때 MZ노조만큼 적절한 호칭은 찾기 힘들다.
그 이유는 새로고침이 지향하는 방향성 때문이다. 새로고침은 발대식에서 네 가지 방향성을 제시했다. 자율, 공정, 상식 그리고 새로움이다. MZ세대라고 하면 떠오르는 가치들이다. 이 가치들이 새로고침이 지향하는 바가 된 배경을 알기 위해서는 새로고침이 왜 탄생했는지를 먼저 짚어봐야 한다.

노동조합의 본질 되찾기
새로고침은 ‘다른 노조’가 필요하다는 인식에서 시작됐다. 유준환 의장이 위원장을 맡아 운영하는 LG전자 사람중심사무직 노조(사람중심)를 예로 들면 사람중심은 2021년 생긴 신생 노조다. 기존 노조에는 생산직 직원만 가입돼 있었다. 업무도 연봉도 다른 사무직 직원들로서는 성과급 체계나 임금 인상률이 결정된 근거 같은 것을 알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유 의장은 사무직 직원을 위한 노조를 새로 만들었다.
송시영 부의장이 결성한 서울교통공사 ‘올(All)바른노조’는 기존 노조의 활동이 노동조합의 ‘본질’에서 벗어나 있다고 생각하는 문제의식에 기반해 출발했다. 송 부의장은 “왜 노조가 한미연합훈련을 반대하고 특정 정치인을 지지하나”라고 반문했다. 노조 본연의 역할은 조합원의 권익 향상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라며 “노조는 정치와 거리를 둬야 한다”고 말했다. 대신 추구해야 할 것은 공정과 조합원의 권리다. 채용비리 사건이나 인력감축 같은 문제에 좀 더 신경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와 거리를 두고 본질에 충실한 노조를 만들겠다는 것은 새로고침이 소리 높여 주장하는 바다. 여기에 같은 문제의식을 가진 다른 사업장의 노조와 평등하게 연대하고 새로운 쟁의방식이나 노사관계에 대한 연구를 이어나가기 위해 새로고침이 결성됐다. 송 부의장은 “기존 노조는 직원의 권익과 무관한 정치·불법행동을 일삼아 노조의 기본권인 쟁의와 시위가 안 좋은 것이라는 인식만 심어주고 있다”며 “노조의 단체행동권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방안을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형성된 새로고침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나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처럼 노동조합법상 연합(상급)단체가 아니라 개별 노조가 모여 만든 협의체다. 즉 수평적인 모임이다. 발대식 당시 새로고침에는 총 8개 노조가 참여했지만 이들 노조 간에 위계는 없다. 각 노조 위원장이 새로고침의 위원이 돼 그중 의장과 부의장을 선발하기는 했지만 이들에겐 어떤 권한도 없다. 유 의장은 “조직적인 역할보다 각각의 노조가 사안을 협의하고 협력하는 데 중점을 두기 위해 협의체로 결성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새로운 방식의 노동운동이 필요
유 의장은 새로고침에 대한 오해가 있다는 점을 짚었다. “새로고침은 기본적으로 노조이기 때문에 ‘투쟁’을 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노조의 본질과 어긋난 정치적이거나 불법적인 방식이 아니라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방식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송 부의장은 “우리는 지극히 상식적이고 당연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그것이 이렇게 많은 주목을 받을 만한 일인가 궁금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근로자의 권리가 보장되는 노동환경을 만들기 위해 적법하고 합리적인 행동을 하는 것이 노조의 본질이라는 얘기다. 송 부의장은 “시위를 안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시대가 바뀐 만큼 다른 방식의 시위로 실질적인 효과를 이끌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고침의 8개 노조가 갖고 있는 문제점은 일견 다르지만 공통적인 부분도 있다. 이를테면 교섭창구 단일화의 문제다. 현재 노동조합법상 회사 측과 임금을 협상하고 복지제도를 논의할 수 있는 근로자 측 교섭단체는 한 곳이다. 그러나 기존 노조가 전체 근로자의 대변인 역할을 하지 못하는 현재 상황에서 교섭창구를 단일화하고 있는 것은 이를 빌미로 ‘권력’을 휘두르는 근거가 된다는 것이 새로고침의 설명이다.



적법하고 합리적인 투쟁
금호타이어 사무직 노조는 새로고침에 합류하는 시점에 교섭권을 확보한 노조가 됐다. 기존 금호타이어에는 생산직 직원만 가입한 민주노총 금속노조 소속 노조가 있었다. 사무직 직원들로서는 근무처도 서울과 광주로 서로 다르고 직무 연계도 없는 생산직 노조의 교섭에만 권익 창출을 맡겨 놓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사무직 노조를 따로 결성한 김한엽 위원장은 “생산직 직원에게만 격려금을 주는 등 기존 노조가 사무직 직원을 전혀 대변하지 못했다”며 “교섭권을 인정받을 수 있는 법원 판결이 나와 생산직 노조와는 별도로 회사와 교섭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2월 17일 서울행정법원은 금호타이어가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를 상대로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했다. 중노위는 금호타이어 사무직 노조가 생산직 노조와 교섭을 따로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신청한 교섭단위분리 결정 신청에 “교섭단위를 분리하라”고 판정내린 바 있다. 회사 측은 이에 반발해 법원에 행정소송도 제기하고 중노위를 상대로 판정을 집행하지 말라는 집행정지 신청을 냈으나 기각됐다. 이에 따라 사무직 노조는 행정소송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교섭권을 갖게 됐다. 노조를 대리한 한용현 변호사(법률사무소 해내)는 “이번 판결로 새로고침을 비롯해 교섭권 분리를 요구하는 여러 노조의 요구가 힘을 받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새로고침이 앞으로 진행할 투쟁 방식은 이와 같이 적법하고 합리적인 것이 될 것이다. 새로고침은 당장의 활동 목표로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의 개선, 포괄임금제 개선 등을 꼽았다. 포괄임금제는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 연장근로를 미리 정해서 예정된 수당을 지급하는 것으로 근로자의 실제 근무시간을 제대로 측정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있다. 유 의장은 “근로자에게 불합리한 포괄임금제를 정부가 감독하고 있다는 점에 찬성한다”며 “감독이 제대로 이뤄지는지를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추진 중인 노조의 회계투명성 강화 방침에도 “원칙적으로 찬성한다”며 “다만 회계장부 요구가 적법한 절차를 거쳐 이뤄지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송 부의장도 발대식에서 “노조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기금은 조합원들의 노동의 대가로 이뤄진 것이기 때문에 정말 깨끗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로고침이 발대식에서 낭독한 설립 선언문에는 활동의 방향성이 그대로 담겨 있다. 새로고침은 “민주적이고 자주적이며 높은 조직률의 노조가 미래의 지속가능한 사회를 완성시킬 요소”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기업은 노조를 경영의 장애물로 인식하고 노조와 투쟁에 대한 대중의 인식은 부정적이며 일부 노동조합은 본질을 잃은 채 일부 노동조합은 힘을 빼앗긴 채 위태롭게 유지되고 있다”고 했다. 또한 노조 조직률이 14%에 불과하다는 점을 짚으며 “궁극적인 목표는 86%의 인식을 바꾸고 가능성을 보여줘서 진정으로 노사가 상생해 나아가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선언문에 따르면 새로고침의 활동 방향은 사회 기준에 맞추는 것이다. 사회가 요구하는 공정과 상식의 기준에 맞게 불공정한 채용 정책이나 성과 평가에 대한 기준을 바꿔나가는 것이다. 또 노사가 일방적인 양보를 하거나 대척 관계에 서는 것이 아니라 상생할 수 있는 길을 찾는 것이다.

젊은 노조? 가치를 공유하는 노조!
이렇게 공정과 상식, 자율과 새로움을 추구하는 자세는 일반적으로 MZ세대가 추구하는 바라고 여겨진다. 유 의장은 “마침 MZ세대의 특징이라고 일컬어지는 것과 새로고침이 지향하는 바가 맞아떨어졌고 위원장의 연령대도 젊어 우리를 두고 MZ노조라고 칭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중요한 것은 새로고침을 MZ노조라고 정의할 수 있다면 그것은 젊기 때문이 아니라 가치를 공유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유 의장의 설명이다.
송 부의장은 “서울교통공사 올바른노조의 경우 90%는 20~30대지만 기성세대 직원 중에도 가입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연령대가 문제가 아니라 가치관의 문제가 중요하다는 것이 새로고침의 설명이다. 공정과 상식이라는 가치관이 공유되면 누구든지 MZ노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새로고침이 노동운동에 새 바람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사실이지만 과연 유의미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품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새로고침은 근본적인 인식의 변화를 꾀하고 등장한 협의회라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새로고침에 대한 안팎의 지지가 이어지는 만큼 기업과 정부도 새로고침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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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조합에 대한 변화의 요구
국민 56.1% “노조에 부정적”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1년 전국 노동조합 조직현황’에 따르면 2021년을 기준으로 전국 노동조합 조직률은 14.2%에 그쳤다. 반면 노조가 필요하다는 인식은 널리 퍼져 있다. 2017년 조사이기는 하지만 한국노동연구원이 실시한 ‘노사관계 국민의식 조사’ 결과를 보면 “노조가 필요하다”는 응답은 청년층일수록 더 높았다. 20대의 88.6%가 그렇다고 답했는데 60세 이상의 82.4%보다 많았다.
하지만 국민은 노조에 거리감을 느낀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2022년 9월 발표한 ‘우리나라 노동조합 및 노동운동에 대한 국민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노조와 노조활동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이라고 답한 사람은 56.1%에 달했다. 경총은 조사에서 노조와 노조활동에 부정적인 이유에 대해서도 물어봤다. ▲‘불법행위’가 자행되는 것 ▲노조가 소수 조합원의 기득권에만 집중하는 것 ▲노조 내부에서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는 것 ▲정치적 주장에 몰두하는 것이 문제라는 답이 나왔다.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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