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목소리 ‘청년보좌역’이 직접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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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2022 대한민국 고졸 인재 채용엑스포’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학생과 교사, 제대 후 취업을 준비하는 군인 등 2만여 명이 참석했다.│문화체육관광부
9개 부처 장관실에 배치
“왜 인공지능(AI) 윤석열은 도리도리 안 하는 거죠?”
“아쉽지만 프로그램의 한계입니다. AI 윤석열의 도리도리가 구현될 수 있도록 대한민국 AI 산업 부흥을 함께 이뤄내겠습니다.”
대통령 선거운동이 한창이던 1월, 당시 대선후보였던 윤석열 대통령 측이 운영하던 공약 누리집 ‘윤석열 공약위키’에 등장한 ‘AI 윤석열’은 유권자들의 질문에 이같이 답해 누리꾼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AI 윤석열은 윤 대통령의 영상과 음성을 AI를 통해 화면에 구현한 것으로 윤 대통령의 딱딱한 이미지를 보완해 국민에게 보다 쉽게 다가가기 위해 기획된 것이었다.
‘윤석열 공약 위키’는 누리꾼들의 다양한 질문에 1분 내의 짧지만 재치 있는 답변으로 누적 조회수가 100만을 넘어서는 등 큰 화제를 모았다. 특히 2030세대는 “생각 없이 봤다 빵 터졌다”, “갑자기 윤 후보가 말을 잘하네”, “계속 보게 된다”며 폭발적인 관심을 보였다.
이 같은 콘텐츠를 만든 건 윤석열 당시 대선후보의 선거대책본부 소속 청년보좌역들이었다. 선대본부에는 21~36세(평균 나이 30세)인 총 42명의 청년보좌역이 있었다. ‘성범죄 처벌 강화’, ‘무고죄 처벌 강화’, ‘여성가족부 폐지’, ‘주식양도세 폐지’와 선거 당시 연일 시선을 끌었던 윤 대통령의 누리소통망(SNS) ‘한줄 공약’, 공약에 스토리를 담아 예능 영상처럼 제작한 ‘유튜브 쇼츠(59초 내의 짧은 영상)’ 역시 이들의 손을 거쳐 탄생했다.
청년보좌역들은 전권을 가지고 이 같은 콘텐츠를 주도적으로 제작함으로써 선대본부와 2030세대를 잇는 가교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청년은 정책 시혜 대상 아닌 국정 운영 파트너”
2030세대의 요구를 정책에 적극 반영하고 소통하는 데 있어 청년 스스로가 주역이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그 효과가 입증되면서 정부가 중앙행정기관에 청년정책을 전담하는 청년보좌역을 신설키로 했다. 우선 기획재정부, 교육부, 행정안전부, 문화체육관광부,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국토교통부, 중소벤처기업부, 금융위원회 등 9개 부처에 청년보좌역을 1명씩 배치한 뒤 전 부처로 늘린다는 구상이다. 이는 새 정부의 국정철학을 반영한 것으로 윤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윤석열정부에서 청년은 정책의 시혜 대상이 아니라 국정 운영의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청년보좌역은 각 부처·위원회의 장관실에 배치돼 근무하며 청년세대의 인식을 주요 정책에 반영하는 핵심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만 19~34세 청년을 대상으로 공개 모집한 뒤 별정직 5급으로 배치할 예정이다. 제도 시행에 앞서 9개 부처의 직제 등 법령을 개정해야 하는데 정부는 8월 목표로 대한민국 청년 누구라도 지원할 수 있도록 모집 기준을 완화할 방침이다.
모집 방법은 블라인드(정보 가림) 방식의 채용이 될 것이란 얘기도 나왔다. ‘공정’이 청년세대의 주요한 문제로 떠오른 시대적 배경을 고려한 것이다. 5급 대우를 받게 되는 처우는 전문임기제 등 일반직 공무원으로 채용할 경우 진입장벽이 높아지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 7급과 9급 공무원에 도전하는 ‘공시족’이 수십만 명에 달하는 상황에서 공정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지만 정부 관계자는 “공정성을 고려해 직급을 낮추는 것도 검토했지만 위계가 강한 공무원 조직에서 제대로 역할을 하려면 5급은 돼야 한다”고 밝혔다.
‘독립성’ 보장받아 ‘2030 자문단’과 활동
이전에도 ‘청년비서관’ 제도가 있었지만 이는 대통령의 청년정책을 보좌하는 대통령실 소속 고위 공무원으로 청년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정책에 반영하는 청년보좌관과는 다르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특히 청년보좌역은 MZ세대(밀레니얼+Z세대) 20여 명으로 구성되는 ‘2030 자문단’과 함께 활동한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갖췄다.
2030 자문단은 청년들의 의견을 청년보좌역에게 전달하는 또 다른 가교 역할을 맡게 된다. 청년보좌역이 부처별로 한 명씩 배치되는 점을 보완하는 동시에 더 직접적으로 청년들의 삶 속에서 다양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부분이다. 정부는 앞으로 청년보좌역 간 교류 활동도 마련해 청년보좌역 간의 소통도 촉진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9개 부처·위원회의 직제를 개정하고 국무총리 훈령을 제정해 청년보좌역과 2030 자문단 운영 기반을 마련할 예정이다.
2021년 9개 부처별로 청년정책 전담 부서가 새로 마련된 것과 청년보좌역의 역할이 중복되는 것이 아니냐는 물음에 대해서도 정부는 명확히 선을 그었다. 국무조정실 청년정책협력관실 김우철 과장은 “청년보좌역은 청년세대의 인식과 요구를 청년이 직접 수시로 기관장에게 알림으로써 정책 수립과 시행에 도움을 주는 역할이다. 청년정책을 직접 총괄하고 수행하기 위한 청년정책 전담 조직과는 기능과 역할이 다르다”면서 “다만 신설되는 제도임을 감안해 일단 청년정책 전담 조직이 설치된 기관에 우선적으로 청년보좌역을 운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청년보좌역의 독립성을 특히 강조했다. 그는 “청년보좌역이 기관장을 직접 보좌하는 독립된 기구는 아니지만 장관실 등 기관장실에 배치돼 비서실장 등의 지휘·감독을 받는 과정에서 청년보좌역의 취지가 자칫 퇴색할 수 있어 업무 수행에 있어선 가급적 기관장 이외의 상급자에 대해 지휘·감독을 받지 않도록 독립적인 근무 여건을 조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청년기본법 제정 2년, 청년보좌역이 힘 실을 것”
청년기는 누구나 겪는 생애주기의 시기로 청년세대는 미래 성장 동력이다. 하지만 현재 청년들은 이전 세대에 비해 일자리, 주거, 소득, 자산 등 여러 분야에서 불리하고 열악한 여건에 놓여 있다. 정부가 여러 세대 중에서도 청년세대를 위한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는 2020년 2월 ‘청년기본법’ 제정(8월부터 시행)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국무총리 소속 청년정책조정위원회는 2020년 12월 청년과 청년 전문가를 위원으로 위촉해 청년의 손으로 직접 만든 ‘제1차 청년정책 기본계획(2021~2025년)’을 발표했다. 청년을 대상으로 한 정부 최초의 종합 계획으로 앞서 일자리 중심이었던 청년정책에서 벗어나 주거, 교육, 복지·문화, 참여·권리 등 청년의 삶 전반을 아울렀다는 데 의미가 크다.
청년기본법이 제정된 지 2년이 지난 지금, 정부는 아직까진 갈 길이 많이 남았다는 입장이다. 청년보좌역은 청년기본법이 제대로 구실을 다하기 위해서도 더욱 중요하다. 김우철 과장은 “청년들은 그동안 정책 결정 과정에서 소외됐다. 청년기본법 역시 청년의 정책 참여 범위를 청년정책만으로 한정하는 등 아직까지는 부족한 부분이 많다”면서 “이전 세대보다 빠른 정책 변화를 원하는 디지털세대의 요구를 국정 전반에 신속히 반영하기 위해 청년보좌역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제성장 둔화 등으로 점점 더 청년들이 살기 어려운 사회 속에서 청년들의 정치참여 열기는 날로 더해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청년보좌역은 우리 사회에서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하게 될까?
김 과장은 “청년보좌역이 정책 결정 과정에서 소외됐던 청년의 요구를 직접 국정에 반영하는 중추적인 역할을 함으로써 정부도 정책 환경 변화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을 걸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9개 부처의 청년보좌역 운영 결과를 토대로 청년보좌역 도입을 확산하는 등 청년의 국정 참여를 계속 확대해나가겠다”고 포부를 전했다.
조윤 기자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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