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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팔트 틈새 새싹을 대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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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프랑스의 루브르박물관을 견학할 기회가 있었다. 박물관에서 가장 보고 싶었던 것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였다. 루브르라는 역사적 공간에서 품위 있게 모나리자를 감상할 수 있다는 생각에 프랑스로 가는 내내 마음이 설?다. 하지만 박물관에 도착하자마자 기대는 산산이 깨졌다. 박물관은 전 세계에서 온 관람객으로 넘쳐나 도떼기시장처럼 소란스러웠다. 특히 모나리자 앞에는 수백 명의 사람이 모여 사진을 찍고 얘기를 하는 통에 정신이 없었다. 결국 나는 관람객들에게 떠밀려 1분도 제대로 그림을 보지 못했고 어떤 감흥도 느낄 수 없었다.
나처럼 당혹감을 느끼며 모나리자를 관람한 사람이 많았던 모양이다. 2019년 사람들의 불만을 달래기 위한 특별이벤트가 열렸다. 박물관이 폐관한 뒤에 경내를 여유롭게 둘러보며 모나리자 그림 앞에 설치된 테이블에서 와인을 마시고 숙박까지 하는 프로그램이었다. 무려 18만 20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당첨된 사람은 캐나다인 학생인 다니엘라 몰리나리였다. 그는 이벤트가 끝난 뒤 이런 말을 남겼다. “내가 마지막으로 여기에 온 것은 열두 살 때였어요. 나는 너무 작았고 사람들이 많아서 거의 아무것도 보지 못했어요. 하지만 지금 이렇게 모나리자를 바라보고 있으니 너무나 큰 감동과 감사한 마음이 들어요.” 그의 말을 기사로 읽으며 모나리자도 차분히 눈을 마주하지 못하면 아무런 감동을 주지 못하는 그저 그런 그림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온전히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이 있어야 마음을 울리는 감동도 일어날 수 있다.
소중하고 가치있지만 제대로 교감하지 못해 진가를 알아보지 못하는 경우는 박물관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꽃피는 봄이 되면 그런 일이 자주 일어난다. 봄이 선물하는 초록의 풍경을 느끼며 감사해야 할 마음이 개학, 취업 스트레스, 인사이동, 퇴직 같은 소란스러운 긴장감으로 채워져 주위를 둘러볼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아름다운 봄의 정취도 진심으로 교감하는 시간이 없으면 무의미한 풍경이 될 뿐이다. 긴장감이 오래 지속되면 아무것도 하기 싫은 무기력이나 우울함이 찾아오기도 한다. 이럴 때는 긴장을 풀 수 있는 자신만의 치유책을 적극적으로 찾아야 한다.
내가 찾아낸 치유책은 잊고 있던 봄의 온기를 다시 마음속으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다행인 점은 엄청난 경쟁률을 뚫지 않아도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단독으로 봄을 마주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봄을 독대하는 특별한 시간을 갖는다. 길을 걷다 담장에 핀 진달래나 개나리를 만나면 희뿌연 매연 속에서도 화사함을 잃지 않는 꽃의 의연함에 감사함을 보낸다. 아스팔트 틈 사이로 돋아나는 새순이 있으면 웅크리고 앉아 환경에 개의치 않는 새싹의 꿋꿋한 모습을 응원하기도 한다. 부드럽고 따듯해진 바람을 손으로 쥐어보며 걸림 없는 자유로움을 동경하기도 하고 석양을 감상하며 시간의 담담함에 눈물 쏟을 때도 있다. 그런 시간을 보내고 나면 흔들려도 빛나고 있는 새싹과 꽃처럼 나 또한 최선을 다해 살고 있다는 자연과의 유대감이 든다. 고단한 삶을 위로받는 치유의 힘을 얻는다. 인정받지 못하고 적응하지 못할까봐 걱정하는 마음을 봄의 온기로 채워가면 마음에도 나를 닮은 꽃 한 송이 피어나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신기율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마인드풀링(Mindfuling) 대표이자 ‘마음 찻집’ 유튜브를 운영하며 한부모가정 모임인 ‘그루맘’ 교육센터장이다.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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