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행료 뺏던 산적들도 쉬어가고 싶은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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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악산국립공원 닷돈재4색야영장
충북 제천시에 위치한 월악산국립공원 닷돈재4색야영장을 두고 “한 번도 못 가본 캠퍼는 있어도 한 번만 가본 캠퍼는 없다”는 말이 있다. 야영을 하지 않는 사람에겐 발음도 어렵고 다소 우스꽝스러운 지명이지만 캠퍼들에게는 ‘로망’이다.
기암괴석과 계곡이 수려한 월악산국립공원은 소백산과 속리산을 연결하는 백두대간 중간에 자리하고 있다. 충북 제천시~충주시~단양군과 경북 문경시까지 네 개 시·군에 걸쳐 있다. 면적은 여의도 1000개 규모인 약 28만 7571㎢다. 신령스러운 ‘영봉’을 필두로 만수봉, 금수산, 도락산 등 22개가 넘는 크고 작은 산이 합창하듯 모여 있다. ‘악’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멋진 풍광만큼 험준하기로도 유명하다. 험한 만큼 성취감을 맛볼 수 있는 산이라 사계절 산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월악산국립공원은 등산객 못지않게 야영객에게도 인기가 많다. 야영장 다섯 곳을 거느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리산국립공원 다음으로 많은 야영장을 갖고 있다. 각기 개성이 있어 골라서 야영하는 재미가 있다. 송계계곡을 따라 송계야영장, 덕주야영장, 닷돈재4색야영장이 삼총사처럼 자리하고 있다. 바로 옆에는 용하야영장, 선암계곡에 하선암 카라반 전용 야영장도 있다.
닷돈재4색야영장의 행정구역은 충북 제천시 한수면인데 충주시와 경계에 있다. 대부분 충북 괴산 나들목에서 나와 충주 수안보를 거쳐 찾아간다. 옛날 험준한 이 고개를 넘으려면 산적들에게 통행료로 다섯 냥을 내고 넘어야 해서 ‘닷돈재’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닷돈재4색야영장으로 향하는 길, 구불구불한 길과 탄성이 절로 나오는 바위들을 보며 고개 이름에 수긍하게 된다. 과거와는 달리 이곳에 산적들도 혹할 만한 근사한 야영장이 들어섰다.
다양한 스타일의 4색 야영장
닷돈재4색야영장은 노지형 야영장을 2015년 정비하고 재개장하면서 새롭게 변신했다. 각기 다른 콘셉트를 가진 4색 야영장에서 다양한 형태의 야영을 경험할 수 있게 됐다. ▲자동차1야영장 ▲자동차2야영장 ▲풀옵션캠핑존1 ▲풀옵션캠핑존2로 구역이 나뉘어 있는데 대문부터 다른 색깔로 구별할 수 있게 했다. 입구에서 오른쪽으로 풀옵션캠핑존1 구역은 솔막이라는 방갈로가 자리하고 있다. 침낭 등 기본적인 용품만 챙겨 가볍게 야영하고 싶을 때 좋다. 용품이 없을 때는 대여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다. 각 솔막 앞에는 솥단지처럼 생긴 화로대가 하나씩 비치돼 있어 야외 바비큐도 즐길 수 있다.
반대편에는 1야영장 또는 A구역이라 부르는 자동차 야영장이 나온다. 여기엔 특별한 곳이 있다. 일명 탄소제로(0) 영지다.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한 구역으로 직접 전기자전거의 페달을 돌려 에너지를 생산해야 한다. 탄소 발생량이 없으므로 전기 사용료는 없다. 이곳을 이용하면 아이들과 자전거를 타며 운동과 야영은 물론 환경 교육도 하는 일석삼조의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입구에서 다리를 건너 들어가면 야영장 관리센터가 나온다. 그 뒤쪽 언덕을 오르면 풀옵션캠핑존2 구역이 나온다. 풀옵션캠핑존1 구역처럼 솔막들이 자리하고 있다. 다른 점은 계단식으로 돼 있어 오르락내리락해야 한다.
관리소 앞으로 돌아와 오른편으로 들어가면 드넓은 주차장과 자동차2야영장이 등장한다. 대부분 평지여서 짐을 옮기는 데 큰 어려움은 없다. 자동차2야영장은 편의상 B~F구역으로 분류한다. 100여 동 규모로 자리하고 있어 닷돈재4색야영장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 B구역은 입구 양지 쪽에 일렬로 마주 보는 구조로 돼 있다. 그늘이 적은 것이 여름에는 단점이지만 빛이 반가운 겨울에는 장점이 된다. 주차장과 화장실 등 편의시설이 붙어 있고 그 옆에 나머지 C·D·E구역이 자리한다. 편의상 나눴을 뿐 모두 각양각색의 나무들이 품어주는 숲속이다. 커다란 숲 사이에 오솔길처럼 길이 있고 그 사이사이에 모양과 크기가 각각인 사이트가 자연스럽게 들어앉아 있다. 여름에는 계곡 방면 자리가 인기가 많고 겨울에는 편의시설이 가까운 주차장 쪽 자리가 먼저 찬다.
마지막으로 야영장 제일 안쪽, 언덕 위로 올라가면 화장실이 하나 더 있고 F구역이 나온다. 이곳은 깊은 산속이라 자연휴양림에 온 기분이 든다. 계곡과 멀고 짐 옮기기도 가장 힘들지만 호젓한 분위기를 선호하는 사람들은 이곳을 찾는다.
사계절 전천후 야영장, 워케이션까지
닷돈재4색야영장은 사계절 내내 즐길 수 있다. 형태가 다양하고 시설도 좋은 데다 대부분 야영장이 문을 닫는 겨울에도 일부 구역(A구역 일부, F구역)을 제외하곤 운영된다. 동계야영을 즐기고 싶은 사람들에겐 참 고마운 곳이다. 봄에는 충주호 벚꽃길이 닷돈재4색야영장으로 이어진다. 월악산 붉은 단풍도 닷돈재까지 손을 내민다. 울창한 숲은 계절마다 다른 그림으로 다가오고 그 그림을 배경으로 야영을 즐길 수 있다.
닷돈재의 진가는 여름에 발휘된다. 시원하고 깨끗한 계곡은 닷돈재의 자랑. 야영장 가운데를 흐르는 물놀이장은 평탄해 안전한 물놀이를 할 수 있다. 아이들은 보트도 타고 물총도 쏘며 여름을 시원하게 보낸다. 자동차2야영장, 특히 C·D·E구역에 자리잡으면 타프(그늘막)가 필요 없을 정도로 울창한 나무들이 시원한 지붕이 돼 준다. 가만히 앉아 계곡물 소리만 듣고 있어도 청량감이 몰려온다.
닷돈재4색야영장에는 소나무가 유난히 많다. 곧은 나무는 하나도 없다. 하나같이 개성적인 곡선의 몸짓을 보여준다. 야영장 입구 광장에는 작은 무대가 있고 월악산 마스코트인 산양 두 마리가 반겨준다. E구역 끝, 길 건너에 매점이 하나 있다. 그 앞을 지날 때는 닷돈재 터줏대감인 씩씩한 천하대장군, 지하여장군과 인사해야 한다.
야영장 입구에 위치한 탄소제로 영지로 가기 전에 세모 지붕의 세련된 건물이 눈에 띈다. 예전 농산물판매장이 닷돈재 워케이션(workcation·휴가지 원격근무) 장소로 변신했다. 이곳에서 야영하면서 일도 할 수 있다. 이용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확대되면서 새로운 근무 트렌드로 자리잡은 워케이션이다. 근무를 마치곤 곧장 숲속 야영장 텐트로 돌아가 야영을 즐길 수 있으니 닷돈재에서는 일과 휴식,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다.
글·사진 안윤정 여행작가
안윤정
여행작가이자 휴양림·캠핑 여행 전도사다. 주말마다 전국 방방곡곡에 발도장을 찍고 있다. <우리는 숲으로 여행간다> <캠핑으로 떠나는 가족여행> 등을 썼다. 산림청 매거진 <숲>, 국립공원 블로그 등 각종 매체에 숲 여행을 소개하고 있다.
박스기사
국립공원에서 운영하는 야영장은?
국립공원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생태계와 자연·문화 경관을 보전하기 위해 환경부가 지정하고 국가가 관리하는 구역이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총 22개 국립공원이 있다. 이곳에는 야영장, 대피소, 생태탐방원 등이 조성돼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도모한다. 국립공원에서 우리가 먹고 자고 즐길 수 있는 곳이 있는데 바로 야영장이다. 국립공원 야영장은 대개 노지형으로 돼 있다. 최근에는 데크형과 체류형 숙박시설(카라반, 솔막 등)도 늘어나는 추세다. 국립공원 야영장은 유명 탐방로 초입에 있어 숙박과 산행, 자연 탐방을 함께할 수 있다.
닷돈재4색야영장 예약 방법
닷돈재4색야영장에서 야영하려면 국립공원 예약시스템(reservation.knps.or.kr)을 이용해야 한다. 국립공원 야영장은 선착순 예약과 추첨제를 병행한다. 국립공원은 보통 여름 성수기뿐 아니라 봄·가을에도 성수기가 있다. 정확한 성수기 기간과 추첨 일정은 유동적이다. 보통 꽃피는 5월과 단풍이 물드는 10월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성수기에는 일정에 따라 신청하고 결과를 기다리면 된다. 성수기를 제외한 기간에는 한 달에 두 번, 보통 1일과 15일 오후 2시에 선착순 예약이 시작된다(1·15일이 주말이나 공휴일이면 이어지는 평일 오후 2시에 시작).
닷돈재4색야영장 주변 즐기기
1 덕주산성
월악산국립공원 남쪽에 있는 충북기념물 35호. 위쪽 덕주사를 에워싼 내성과 바깥의 하성, 조선시대 쌓은 남문, 동문, 북문 등 아치형 성문 3곳이 남아 있다. 이 성은 축조 연대가 각각 달라 성 축조 방법에 대한 귀중한 자료가 된다고 한다. 신라 마의태자의 누이인 덕주공주가 덕주사를 세우고 덕주산성을 쌓았다고 한다. 닷돈재4색야영장을 향하는 길,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우뚝 솟은 덕주산성을 마주하고 간다.
주소 충북 제천시 한수면 송계리 산3
2 만수계곡자연관찰로
다섯 냥 내고 넘던 험준한 고갯길을 걷다 보면 만수계곡을 만난다. 만수봉으로 가는 길목으로 걷기 좋은 자연관찰로가 있다. 만수교에서 1㎞ 남짓인 무장애 탐방로 구간도 있어 몸이 불편한 가족, 친구와도 동행할 수 있다. 휠체어를 타고도 만져볼 수 있는 계곡물 체험장이 인상적이다. 다리를 건너면 야생화 단지도 있다. 일제강점기 때 송유를 채취하던 가마도 있어서 아픈 역사도 짚어보고 간다.
주소 충북 제천시 한수면 미륵송계로 988
3 제천사자빈신사지 사사자구층석탑
충북 제천시 한수면 사자빈신사터에 있는 고려 시대 석탑으로 보물 94호. 기단부에 네 마리의 사자를 원각해 배치한 특수한 형태의 탑이다. 이 탑은 화엄사 사사자삼층석탑을 계승한 고려탑으로 구조, 연대, 조각 수법이 명확해 다른 탑의 기준이 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주소 충북 제천시 한수면 미륵송계로1길 38
4 미륵대원지/하늘재
닷돈재4색야영장은 충주 미륵대원지와는 3㎞ 거리다. 미륵대원지는 고려 절터로 석굴식 법당 안에 석불입상을 봉안했다. 석불입상은 보수공사 중(2023년 1월)이다. 미륵대원지 옆으로는 최초 고갯길인 하늘재도 있다. 편도 2㎞ 가량의 편안한 숲길이라 누구나 걷기 좋다. 중간중간 동식물 설명도 읽고 전 피겨 스케이팅 선수 김연아의 몸짓을 닮은 ‘김연아 소나무’도 만나며 충청도와 경상도를 넘나든다.
주소 충북 충주시 수안보면 미륵리 52-2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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