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콤플렉스를 웃어 넘길 수 있을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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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아홉 살에 대학 입시에 실패하고 머리가 M자로 빠지기 시작했습니다. 재수를 하게 돼 심한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의대에 들어왔는데도 머리는 새로 나기는커녕 더 빠지기 시작했습니다. 머리를 길러도 보고 짧게 잘라도 보고 빗으로 머리를 두드려 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효과가 전혀 없었습니다.
사람들을 만나면 가장 먼저 보는 것이 제 머리였습니다. 저의 콤플렉스였죠. 길에서 처음 보는 아저씨가 대뜸 “세상에 불만 있냐? 왜 머리를 밀고 다니냐?”고 시비를 걸기도 하고 병원에 오는 아이들은 “앗 대머리다”라고 놀리기도 했습니다. “스님이세요?”라고 물어보는 분도 있었고 심지어 두 손을 곱게 모아 합장하는 분도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울컥 화가 났습니다. 거울을 보면서 마음속으로 ‘이건 내가 아니야’라고 외치기도 했습니다. 거울을 보면 화가 나니까 아예 거울을 치우기도 했습니다. 저의 외모를 지적하는 사람에게는 저 또한 그 사람의 외모를 공격하기도 했습니다.
약을 먹으면 되는 거였는데 그걸 몰랐습니다. 적기를 놓친 사이 시간이 흘러 제 머리는 숲에서 초원이 되더니 급기야 사막이 됐습니다. 약을 먹으면 초원이 다시 숲으로 돌아갈 수 있는데 사막이 된 이상은 돌이킬 수 없습니다.
사람은 변하지 않습니다. “달을 닮았다”고 친절하게 알려주는 사람들을 비롯해 제 머리에 대한 반응은 여전합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니 제 마음이 변했습니다. 이제는 콤플렉스를 글로 쓰며 웃습니다.
인간은 언제나 평화를 원합니다. 하지만 평화를 깨는 질병이나 타인의 방해 같은 일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일어납니다. 그것을 극복하려는 마음의 노력을 정신건강의학과와 심리학에서는 ‘방어기제’라고 합니다.
방어기제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신경 쓰지 않고 상황을 피하면 ‘억압’과 ‘억제’ 그리고 ‘회피’가 방어기제로 작동한 것입니다.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부정’과 함께 가장 기본적인 방법입니다. ‘투사’도 있습니다. 자신의 실패나 패배를 남의 탓으로 돌리는 것입니다. 가장 미숙하고 병적인 방어기제입니다.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눈 흘긴다”는 속담처럼 강자에게 받은 모욕을 약자에게 갚아주는 ‘전치’도 있습니다.
있는 그대로 현실을 받아들이면 방어기제 중 ‘수용’이 작동한 것입니다.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다른 강점을 키우는 것을 ‘보상’이라고 합니다. 아예 농담으로 넘기는 ‘유머’도 방어기제입니다. 자신이 받고 싶은 것을 타인에게 베푸는 ‘이타주의’도 있습니다. 이런 고통이나 갈등을 더 차원 높은 단계로 변화시키면 ‘승화’입니다.
약점과 콤플렉스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완전하지 못한 우리는 무수히 많은 약점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그러면서 예상하지 못한 수많은 일들을 겪게 됩니다. 원치 않은 일도 겪게 됩니다. 우리가 막을 수 있는 일이 아니기에 할 수 있는 것은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뿐입니다. 받아들이며 웃음으로써 승화시키는 일이 필요합니다.


양성관 의정부백병원 가정의학과 전문의
빛나는 외모만큼 눈부신 마음을 가진 의사. 글쓰기 플랫폼 ‘브런치’에서 200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한 작가이기도 하다. 〈히틀러의 주치의〉를 비롯해 7권의 책을 썼다. 의사가 아니라 작가로 돈을 벌어서 환자 한 명당 진료를 30분씩 보는 게 꿈이다.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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