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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제주에는 두 얼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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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유일 유네스코 3관왕 제주 
180만 년 전 한반도 남쪽 바다의 대륙붕에서 시작된 해저 용암 분출은 100만 년에 걸쳐 이어졌다. 상상해보면 제주도 전역에서 시뻘건 불덩이들이 뿜어져 나오고 크고 작은 화산재가 폭탄처럼 하늘에서 날아오는 불지옥이나 다름없었을 것이다. 그렇게 무서운 시간 동안 땅이 솟고 재가 쌓이며 섬은 점차 타원형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지옥 같은 시간이 끝나갈 무렵 산방산이 생겨났다. 45만 년 전에는 차귀도, 20만 년 전에는 한라산, 7만 년 전에는 우도가 모습을 드러냈다. 2만 7000년 전에는 협재 앞바다에서 화산이 분출하며 비양도가, 1만 년 전에는 거문오름이 폭발하며 구좌읍에 수많은 용암동굴이 생겨났다. 겨우 5000년 전에야 왕관 모양인 성산일출봉이 형성됐다. 웅장한 탄생 이야기를 가진 제주는 ▲2002년 생물권보전지역 지정
▲2007년 세계자연유산 등재 ▲2010년 세계지질공원 인증으로 세계에서 유일한 유네스코 3관왕이 됐다.







붉은 동백과 눈꽃의 동거
우리나라의 최남단 제주가 겨울에도 따뜻하겠다고 생각한다면 반만 맞다. 제주 해안 지역은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경우가 거의 없어 한겨울에도 마당에는 잡초들이 자란다. 문제는 바람이다. 바람이 심할 때면 몸이 휘청거리고 코와 귀는 떨어져나갈 듯이 시리다. 반면 바람 없는 날은 봄날처럼 따뜻해 딴 나라에 온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연노랑 꽃송이가 수줍은 듯 고개 숙인 수선화, 짙은 노랑 꽃들이 향기를 흩뿌리는 유채밭, 연분홍 아름다운 꽃송이의 애기동백, 새빨간 꽃잎의 토종동백까지 화사한 꽃들이 계절을 잊게 한다. 이렇듯 겨울 제주는 혹한의 추위와 포근한 봄볕이 공존하는 신비로운 곳이다.
잘 가꿔진 애기동백 군락은 12월부터 2월까지 절정을 이뤄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풍경이다. 동백수목원을 비롯해 서귀포 표선의 청초밭, 서귀포 호근동 등은 애기동백이 유명하다. 애기동백이 지면 새빨간 토종동백이 핀다. 붉은 꽃봉오리는 은은하면서도 탐스럽다.
한라산(1950m)은 4월 말까지도 하얀 모자를 뒤집어쓴 듯 눈 쌓인 모습을 볼 수 있다. 한라산 등반이 예약제로 바뀐 후 백록담을 볼 수 있는 성판악 코스와 관음사 코스는 쉽게 입장할 수 없지만 영실, 어승생악, 돈내코 코스는 예약 없이 상시 탐방이 가능하다.
한라산 코스 중 가장 아름다운 영실 코스는 철쭉이 피는 5월뿐만 아니라 눈꽃이 피는 겨울철에도 인기가 있다. 두 시간 30분이면 윗세오름 대피소에 도착한다. 등산에 자신이 없다면 1100고지휴게소와 1100고지습지를 둘러보는 것을 추천한다. 제주의 설경을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다. 눈이 내리면 교통상황을 미리 파악해두는 것이 좋다.



제주도의 생태보물 곶자왈
용암이 흘렀던 길에는 오랜 시간이 흘러 식물이 자라기 시작했다. 제주 곶자왈은 원시림 속 몽환적인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다. ‘곶’은 숲을, ‘자왈’은 가시덩굴을 뜻한다. 제주 곶자왈은 크게 네 구역(▲한경~안덕 ▲애월 ▲조천~함덕 ▲구좌~성산)에 걸쳐 분포한다. 곶자왈은 흙 없이 용암으로만 형성됐기에 나무가 판근을 이루거나 돌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뿌리를 내린다. 캄보디아 앙코르 유적지인 타프롬 사원을 연상케 한다. 곶자왈은 연중 15℃ 안팎의 기온을 유지해 남방계·북방계 식물이 공존한다. 또 선태식물과 양치식물의 보고이다. 탐방로가 잘 가꿔진 곳으로는 제주곶자왈도립공원, 산양곶자왈(산양큰엉곶), 화순곶자왈, 환상숲곶자왈 등이 있다.
야생숲길 곶자왈 대신 잘 다듬어진 편한 숲길도 있다. 사려니숲·삼다수 숲길(무료)과 절물자연휴양림, 비자림숲길 등이 대표적이다. 사려니숲은 과거 표고를 기르던 주민들이 왕래하는 용도로만 이용됐으나 걷기 열풍이 일면서 2009년 일반에 개방됐다. 해발 500~600m 지대의 이곳은 울창한 삼나무가 신령스러운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비자림로 입구와 붉은오름 입구를 연결하는 10㎞의 숲길이다.





오름의 천국, 368개 곡선
현무암과 푸른 바다, 곳곳에 솟아오른 오름은 제주를 상징한다. 제주도에는 368개 오름이 산재해 있다. 엄마의 젖가슴처럼 부드러운 곡선을 지닌 오름의 선을 따라 자박자박 빚어내는 발자취는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허벅지가 터질 듯한 ‘등산’과 설렁설렁 뒷짐 지고 걷는 마실의 중간쯤이라고나 할까? 10~20분이면 어지간한 오름 정상은 모두 오를 수 있으니 등산에 자신없어도 해볼 만하다.
겨울철엔 해 질 녘에 맞춰 다랑쉬오름에 올라가 보자. 오름의 천국인 구좌에서 ‘오름의 여왕’이라는 별칭이 붙은 아름다운 곳이다. 지그재그로 이어지는 계단을 지나 분화구 둘레길에 닿는다. 여기서 오른쪽 오르막을 따라 걷다 보면 금세 다랑쉬오름 정상에 도착한다. 노을빛에 반짝이며 파도를 이루는 억새를 따라가면 멀리 한라산 아래로 펼쳐지는 수많은 오름이 눈에 들어온다.
동쪽 해안에는 해 뜰 무렵 풍경이 예사롭지 않은 오름도 많다. 말미오름(두산봉)이나 지미봉이 대표적이다. 두 곳 모두 15분이면 전망대에 오를 수 있다. 일출 풍경을 보기 위해 오름에 오른다면 특별히 방한용품 준비에 신경을 써야 한다. 제주 겨울바람은 생각보다 매섭기 때문이다.
많은 관광객의 사랑을 받아 탐방로가 심하게 훼손됐던 용눈이오름은 2021년부터 휴식년에 들어갔다가 2023년 다시 개방된다.
제주에 내린 비와 눈은 현무암으로 스며들어 서서히 바다로 빠져나간다. 한라산 정상인 백록담에 내린 눈과 비는 바다까지 흘러가는 데 40년이 걸린다고 한다. 제주를 대표하는 생수 ‘삼다수’는 조천읍의 중산간 지역에서 뽑아 올리는데 백록담에서 약 18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만들어진다. 이 지하수가 솟아오르는 곳을 제주에서는 ‘용천수’라고 부른다.



올레 18코스의 용천수 탐방길
제주 해안가에는 우물 역할을 하는 용천수가 600개가량 남아 있다. 조천읍 지역에만 90여 개 용천수가 있었다고 한다. 조천읍 해안가에는 ‘용천수 탐방길’이 올레 18코스에 구성돼 있으니 한 번 걸어볼 만하다. 용천수 탐방길을 걸으면 모두 23개 용천수를 볼 수 있다. 총 길이가 1.5㎞여서 쉬엄쉬엄 걸어도 30분이면 충분하다. 10번 자리물 용천수는 바다 한가운데 있어 썰물 때만 모습을 드러낸다. 제법 규모가 큰 용천수는 여름철 동네 아이들의 수영장이 되기도 한다. 서귀포의 논짓물, 삼양일동의 샛도리물, 김녕리의 청굴물 등은 한여름이면 수영장으로 쓰일 만큼 규모가 크다.
겨울 제주에서 꼭 먹어야 할 음식이 있다면 방어를 빼놓을 수 없다. 여름 방어는 개도 안먹는다지만 겨울 방어는 지방질이 많고 근육조직이 단단해 별미 중 별미다. 육지의 동네 횟집에서 유통되는 방어는 대부분 2㎏ 내외다. 기름지고 고소한 맛을 느끼려면 대방어 이상의 큰 방어를 맛봐야 한다. 크면 클수록 맛있다는 등푸른생선의 법칙처럼 특방어가 가장 맛이 좋다. 다만 비싼 게 흠이다. 8~10㎏ 정도 되면 대방어라고 부르고 그 이하는 중방어라고 한다. 특방어는 10㎏ 이상이다. 등살은 근육이 많아 담백하고 뱃살은 기름기가 많아 감칠맛이 좋다. 목살은 지방이 많아 입에서 살살 녹고 꼬리 살은 쫄깃하다. 기호에 따라 기름장, 초고추장, 쌈장, 고추냉이 등에 찍어 김 등에 싸먹으면 좋다.
제주에는 저마다 개성으로 가득 찬 카페와 빵집도 많다. 제주 빵집 투어, 카페 투어를 하는 젊은이들이 많다. 나는 제주가 대한민국 땅이란 것이 너무 행복하다. 제주의 자연이 주는 휴식과 위안은 삶에 지친 이들에게 재충전할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글·사진 박동철 사진작가/여행작가

박동철
<여행이 즐거워지는 사진찍기> <대한민국 주말가족여행> <사진의 구도 구성> <슬로시티 걷기여행> <신께서 허락한 나만의 별> <베트남 사진여행> <가볼까 두근두근 문화유산 여행> 등 40년을 넘긴 작품 활동을 통해 많은 책들을 집필했다.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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