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재즈·힙합이? 서가마다 음악이 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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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음악도서관
서가에 꽂힌 건 비단 책만이 아니었다. 장서 가득한 도서관은 잊어도 좋다. 희귀 LP부터 최신 CD, 클래식 악보에 이르기까지 음악에 대한 모든 것을 만나는 의정부음악도서관이다.
바야흐로 융합의 시대다. 책과 동영상·이미지·문서 파일 등의 디지털 콘텐츠가 만나 전자책(e-book)이 됐고 로봇카페와 자동판매기가 만나 스마트 무인매장이 됐다. 이처럼 융합은 기존에 있던 것에 다른 것을 더해 완전히 새로운 것을 탄생시킨다. 그렇다면 음악에 책을 더하고 공간을 더한다면 어떻게 될까? 어렵게 상상할 필요는 없다. 그 수고로움을 덜어주는 완벽한 현실이 존재한다. 바로 의정부음악도서관이다.
도서관이라고 하면 수만, 수십만 권의 책과 정적, 그 사이를 가르는 책장 넘기는 소리가 떠오를 것이다. 그러나 의정부음악도서관은 다르다. 처음 방문하면 조금 당황할지도 모르겠다. 문 닫힌 공간마다 음악소리가 새어나오는 건 기본이고 도서관에는 음악이 흐르며 서가 중심에는 LP, CD, DVD 음반들이 당당히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경기도 의정부시 신곡동 장암발곡 근린공원 안에 위치한 의정부음악도서관은 책·음악·공간이 융합된 음악 전문 공공도서관이다. 연면적 1691.27㎡, 지상 3층 규모로 2021년 6월에 개관해 아직 만 2년이 되지 않았다. 요즘 말로 ‘신상’이다. 그러나 기존 도서관 이미지를 완전히 타파하며 지역주민은 물론 음악 애호가부터 트렌드에 민감한 힙스터(유행을 좇는 세대)들까지 의정부로 불러들이고 있는 전국구 핫 플레이스(인기 명소)로 일찌감치 등극했다.
음악에 대한 모든 것
의정부음악도서관은 무척 감각적이다. 정문을 통해 들어가면 1층과 2층이 복층으로 이어져 시원한 개방감을 선사한다. 또 건물 전면에 설치된 통 유리창은 자연광을 도서관 깊숙이 끌고 들어와 따뜻한 느낌을 더한다. 계절이 변하는 주위 풍광을 만끽하며 음악을 감상하기 더할 나위 없어 보였다. 무엇보다 공간과 공간을 가로막는 벽 대신 사이사이 알록달록한 가구들과 감상용 오디오 기기 등으로 자리를 채워 동선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마치 리듬을 타듯 말이다. 시선이 모이는 곳엔 어김없이 그랜드피아노가 자리잡고 있어 언제라도 크고 작은 공연이 가능해 보였다.
뿐만 아니다. 6800여 점에 이르는 음악 CD, 1700여 점이 넘는 LP, 1200점 이상의 DVD와 3200여 점의 악보를 비롯해 고사양 오디오 시스템을 갖춘 오디오 룸과 연주 및 공연물을 상영하는 뮤직홀, 컴퓨터로 작곡이나 연주도 해볼 수 있는 스튜디오에 피아노 연습실까지 확인하니 ‘여긴 진짜다’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층별 구성도 섬세하다. 1층은 북스테이지로 재즈, 힙합, 오페라, 뮤지컬, 클래식 등 음악 관련 도서를 중심으로 문학, 사회, 과학, 국악, 미술, 역사, 어린이, 매거진 등의 일반도서를 배치해 공공도서관의 역할을 충실히 했다. 2층은 멀티스테이지로 시나 고전문학 자료를 비롯해 음악 전공자나 입문자를 위한 다양한 악보와 음악 전문 잡지를 비치해 전문성을 더했다. 최신 정보가 빠르게 업데이트되는 것은 물론이다. 3층은 뮤직스테이지다. CD플레이어와 턴테이블(회전판)을 구비해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들을 수 있도록 했고 오디오 룸과 뮤직홀, 피아노연습실 등을 갖춰 테마 도서관임을 바로 알 수 있게 했다. 무엇보다 이 모든 시설을 예약 없이 언제든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대부분 예약제로 운영되는 다른 공공도서관의 비슷한 스튜디오나 멀티미디어실과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지역문화 특화, 법정문화도시 지정까지
공간은 많은 이야기를 담는다. 자랑하고 싶은 것부터 조금은 감추고 싶은 것까지 의정부음악도서관이라는 공간에서 우리는 어떤 이야기를 읽을 수 있을까? 먼저 의정부시 하면 떠오르는 것들을 열거해 보자면 미군부대나 부대찌개, 힙합이나 비보이 정도가 되겠다. 오랫동안 각인된 의정부시의 이미지이자 키워드로 이것들이 내세울 만한 것인가는 저마다 분분하겠다. 음악도서관이라고 하면 대부분 클래식이 중심이라 짐짓 점잖은 도서관이어도 이상할 것 없다.
하지만 의정부음악도서관은 달랐다. 누군가는 인정하고 누군가는 부정하는 지역적 특색을 도서관의 주요 테마로 잡고 적용했다. 바로 블랙뮤직이다. 재즈, 블루스, 가스펠, 소울, 알앤드비(R&B), 힙합 등 20세기 이후 서양 대중음악의 원천이 되는 장르다. 의정부시는 미군부대 주둔 영향과 가수 타이거 제이케이(JK), 윤미래 등 힙합을 모티브로 비보이·힙합·소울 등의 문화가 발달돼 있다. 의정부음악도서관은 이를 바탕으로 블랙뮤직을 의정부시만의 차별화된 콘텐츠로 특화했다. 도서관 계단과 벽 등을 힙한 감성 가득한 그라피티(길거리그림) 아트로 채우고 블랙뮤직을 주제로 한 장서도 빼곡히 비치했다.
이 같은 노력은 역설적으로 의정부음악도서관을 LP, CD, DVD, 악보 등 음악 자료를 빌려주는 국내 첫 공공도서관이자 미술도서관에 이은 두 번째 전문도서관을 넘어 지역문화까지 아우르는 특화도서관으로 거듭날 수 있게 했다. 뿐만 아니라 문화체육관광부 주관 법정문화도시로 지정되는 데 톡톡히 한몫했다는 게 세간의 평가다. 의정부시는 2022년 12월 경기 북부지역 최초로 법정문화도시의 영예를 안았다.
자동 피아노 연주회 최고 인기
의정부음악도서관을 즐기는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단순히 책이나 음반을 빌리고 음악을 감상하는 정도로만 이용한다면 큰 손해다. 먼저 매월 첫째 주 수요일에는 시민을 대상으로 도서관 투어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사서와 함께 하이엔드 오디오 스피커로 영화 OST를 듣고 스타인웨이 자동 피아노 연주회도 감상하며 음악도서관을 100%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한다.
또 뮤직홀에서는 매일 오후 4시부터 5시까지 자동연주 피아노 연주회를, 오디오 룸에서는 하루 세 번(오전 11시, 오후 1시30분, 오후 3시) 음악 감상회가 진행된다. 선곡표는 1주일 단위로 도서관 누리집과 인스타그램 공식 계정을 통해 공지된다. 곡목, 시간 등은 도서관 운영 일정에 따라 변경될 수 있으므로 미리 확인하고 가면 좋다. 이밖에도 팝페라·클래식·아카펠라 등 다채로운 ‘뮤직 페스티벌’을 개최하고 시민이 참여하는 버스킹 무대, 작가와 전문 연주자가 함께하는 북 콘서트 등 폭넓은 음악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자동 피아노 연주회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컴퓨터 입력에 의한 자동 연주가 아닌 거장의 연주 스타일과 감성을 그대로 재연하는 연주로 시민들의 반응이 뜨겁다. 자신이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연주곡이 나왔다며 무대 앞으로 나가 춤을 추는 아이, 진지한 눈빛의 음악 애호가, 삼삼오오 리듬을 즐기는 친구와 연인들의 모습을 뮤직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음악에 관심이 있다면 회원 가입은 필수다. 도서와 음반 등 자료 대출은 물론 정회원만 이용할 수 있는 온라인 뮤직 라이브러리가 누리집에 있기 때문이다. 3600가지가 넘는 음악 관련 다큐멘터리, 마스터 클래스(명인 강좌), 인터뷰와 세계 최고 음반사가 제공하는 클래식, 포크, 세계 전통 음악, 재즈 등 1100만여 개에 달하는 스트리밍 오디오 트랙 등이 제공된다. 언제 어디서나 로그인만으로 음악을 즐길 수 있으니 놓치기엔 너무 매력적이다. 음악에 진심인 곳, 의정부음악도서관이다.
강은진 객원기자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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