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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끄는 얼음 가스 하이드레이트의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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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물류센터나 초고층 빌딩 등에서 화재가 발생한다면 소방관들은 어떻게 진입할까? 아마 현장 접근이 어려워 초기 진화가 쉽지 않을 수 있다. 이럴 때 바로 투척해서 불을 끌 수 있는 소화탄을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연구팀이 2022년 11월 개발했다. 일명 ‘가스 하이드레이트(gas hydrate) 소화탄’이다. 가스 하이드레이트는 무엇이고 세계의 개발 동향은 어떤지 살펴보자.
가스 하이드레이트는 0℃ 이하 저온과 고압에서 물과 천연가스가 결합한 결정체이다. 바닷속 미생물이 썩어서 생긴 퇴적층에 천연가스가 물 분자 속에 밀폐돼 있는 형태이다. 심해에서는 물 분자의 수소 결합이 단단한 고압용기 역할을 하기 때문에 가스가 물 분자 사이사이 공간을 채우면서 얼어붙어 만들어진다.
생김새와 특성은 드라이아이스와 비슷하다. 얼음과 달리 녹으면 드라이아이스처럼 액체를 거치지 않고 바로 기체가 된다. 물 분자 속의 천연가스 성분 중 90%가 메탄이다. 그래서 가스 하이드레이트를 ‘메탄 하이드레이트’라고도 한다. 메탄 하이드레이트 1리터에는 최대 200리터의 가스가 들어 있다. 기체가 고체로 바뀌면 그 부피가 160~200분의 1로 압축되기 때문이다.
메탄이 고밀도로 저장된 에너지 덩어리 ‘가스 하이드레이트’에 불을 붙이면 안에 갇혀 있던 메탄가스가 타면서 강한 불꽃을 내뿜는다. 가스 하이드레이트를 ‘불타는 얼음’으로 부르는 이류다. 이 불타는 얼음을 ‘불 끄는 얼음’ 형태로 전환한 게 가스 하이드레이트 소화탄이다.
소화탄은 가스 하이드레이트의 형성 원리를 응용했다. 메탄 대신 불을 잘 끄는 청정의 소화가스를 압축 저장한 것이다. 물 분자가 고압용기 역할을 하므로 별도 저장용기 없이도 얼음 격자 내에 50~120배까지 저장이 가능하다.



소화가스 주입해 ‘불타는 얼음’을 ‘불 끄는 얼음’으로
고체 형태의 소화탄은 녹을 때 주위 열을 흡수하는 성질이 있어 냉각 효과가 뛰어나다. 1㎏당 약 300~500kJ(킬로줄)의 열을 흡수한다. 고체라서 휴대성도 좋아 산이나 초고층 빌딩 등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화재현장에 헬기나 드론에 실어 투척할 수 있다. 화염에 접촉되면 소화탄에서 소화가스가 방출돼 순간적인 화재 진압이 가능하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실제로 치솟는 불길에 이 소화탄 분말을 뿌리자 불길이 바로 잡혔다. 소화가스와 물을 이용한 가스 하이드레이트 소화탄을 화재현장에 적용하는 기술은 세계에서 한국이 처음 개발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은 현재 가스 하이드레이트 소화탄의 상용화를 위해 제조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소화탄이나 분말을 멀리 날려보낼 수 있다면 굳이 드론을 쓰지 않고 자동차에 실어 사용할 수도 있다. 액화천연가스(LNG) 선박 화재에는 분말 소화약제 방사(30m 거리 이내)와 고발포(고정 설비)만 대응 가능하므로 대형선박 화재에도 효과적일 것이다. 소화탄을 대량 생산하는 데 성공해 세계 최초로 현장에 적용한다면 세계 화재 진압 기술에 큰 변화가 생길 것이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다면 빠른 시일 내에 상용화도 가능할 듯하다.
가스 하이드레이트는 화석연료의 대체에너지로 주목받는 자원이다. 연소하면 이산화탄소 같은 오염물질이 아주 적게 나오는 데다 매장량 또한 엄청나기 때문이다. 전 세계 매장량을 천연가스로 환산하면 약 10조 톤이다. 이는 향후 500년 정도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주로 미국 알래스카 등 극지방에 매장돼 있다. 우리나라 독도 인근에도 6억 톤가량 묻혀 있다. 일본이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배경도 가스 하이드레이트를 확보하기 위해서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거듭된 분쟁 지역화를 통해 해저자원의 공동개발 권리만 확보해도 일본으로서는 어느 정도 목적을 달성하는 셈이다.
가스 하이드레이트는 1960년대 러시아 북쪽 해역에서 처음 발견됐다. 하지만 미래 에너지원으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연구가 진행된 것은 지난 15~20년 사이의 일이다. 그런데 가스 하이드레이트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고체에서 가스를 분리하는 과정이 어렵다는 점이다. 상용화가 쉽지 않은 이유다.
시추 과정에서 물과 분리된 연소되지 않은 메탄가스는 바닷속이나 공기 중으로 퍼져나가기 쉽다. 연소 전의 메탄가스는 이산화탄소보다 온실 효과가 20배 이상 커 지구온난화를 가속화할 수 있다. 또 추출 과정에서 폭발이 일어나면 생태계에 치명적인 위험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생각해낸 방법이 메탄과 분자구조가 비슷한 이산화탄소를 밀어넣어 메탄가스를 뽑아내는 ‘치환법’이다. 천연가스를 생산하면서 화석연료의 부산물인 이산화탄소를 저장할 수 있기 때문이지만 기술적으로 아직 갈 길이 멀다.
현재 일본과 미국, 인도, 중국 등 여러 국가에서 채굴을 시도하고 있다. 일본은 2013년 세계 최초로 난카이 해역 1000m 심해에서 가스 하이드레이트 천연가스 시험생산을 시작했다. 2023~2029년엔 상업생산도 시작할 계획이다. 미국은 알래스카와 멕시코만에서, 중국은 남중국해에서 채굴을 시도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05년부터 2015년까지 10년간 시추사업에 약 1800억 원의 정부 예산을 투입해 울릉분지 해저층에서 6억 톤 규모의 가스 하이드레이트를 발견하는 성과를 이뤘다. 하지만 폭발 위험성과 해저지형 붕괴의 가능성이 드러나 개발이 중단된 상태이다. 그렇다고 완전히 손을 놓은 건 아니다. ‘가스 하이드레이트 개발사업단’도 치환법을 계속 연구하고 있다.
한국은 에너지 수입의존도가 93% 이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가스 하이드레이트 자원 개발의 필요성은 절실하다. 정부의 계속적인 관심으로 관련 기술이 빠르게 개발되길 기대한다.


김형자
편집장 출신으로 과학을 알기 쉽게 전달하는 과학 칼럼니스트. <구멍으로 발견한 과학>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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