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 7.0 강진 직접 체험 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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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종합체험 보라매안전체험관을 가다
튀르키예를 덮친 최악의 강진으로 안전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때 지진 안전지대였던 한반도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을 기점으로 지진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지진은 10건이다. 1월 9일 인천 강화군 서쪽 해역에서 규모 3.7의 지진이 발생하면서 수도권 시민들도 지진을 감지했다.
기자는 2016년 9월 경북 포항·경주에서 발생한 규모 5.8의 지진을 겪었다. 진원지에서 조금 떨어진 대구에 있었음에도 건물이 심하게 흔들렸던 기억이 생생하다. 생애 처음으로 경험하는 지진에 당황해 어쩔 줄 모르다가 쓰러질 것처럼 흔들리는 텔레비전을 잡고 서 있었다. 이후 이런 행동이 잘못됐음을 알았다. 2016년 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 이후 우리나라에서도 지진 발생 시 행동요령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늘었다. 하지만 백문이 불여일견. 알고 있는 것과 직접 해보는 것은 차이가 크다. 지진 발생 시 안전하게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을 직접 체험해보기 위해 서울 동작구 보라매공원에 위치한 보라매안전체험관(이하 안전체험관)을 찾았다.
안전체험관에는 지진, 태풍, 화재, 교통사고 등 ‘재난 종합체험’을 할 수 있는 체험장이 갖춰져 있다. 심폐소생술과 같은 기본 응급처치, 다양한 소방시설의 작동원리와 조작법을 배울 수 있는 전문체험장도 있다. 기자가 이곳을 찾은 날은 방학을 맞아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 단위의 체험객이 많았다. 아이들의 목소리가 안전체험관 곳곳에서 들렸다. 안전체험관 관계자는 튀르키예 강진 이후 이곳을 찾는 시민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붕괴탈출 시뮬레이션
지진체험관은 6명 이내로 조를 나눠 입장했다. 먼저 지진이 무엇이고 지진이 왜 일어나는지에 대해 담당 교육관이 설명했다. 이후 모형으로 만든 건물에 지진이 난 상황을 실험하고 내진설계가 왜 중요한지를 알려줬다. 교육관이 지진에 대해 설명할 때 별다른 반응 없이 듣던 아이들이 내진설계 건물이 흔들리자 눈빛을 반짝이며 지켜보기 시작했다. 이론수업이 끝났으니 직접 체험해볼 시간이다.
지진체험은 ▲실내 지진 시뮬레이션 ▲붕괴탈출 시뮬레이션 ▲실외 지진 시뮬레이션 등 세 가지를 해볼 수 있다. 실내 지진 시뮬레이션은 집안에서 지진이 발생할 경우 행동요령을 배울 수 있다. 먼저 지진이 나면 탁자나 식탁 밑으로 들어가 머리를 보호해야 한다고 했다. 교육관에게 충분한 설명을 듣고 난 뒤 규모 7.0의 지진체험이 시작됐다. 안전한 상태에서 지진체험을 했음에도 주변이 세차게 흔들리자 당황스러웠다. 6년 전 경험한 지진 느낌이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침착하게 의자에 놓인 방석을 잡고 머리를 감쌌다. 그리고 식탁 안으로 들어가 흔들림이 멈출 때까지 기다렸다. 교육관은 “상황이 나쁘지 않다면 전기차단기를 내리고 가스밸브를 잠그면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붕괴탈출 시뮬레이션은 주변이 온통 깜깜한 상태에서 진행됐다.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의 잔해물로 꾸며진 공간에서 머리를 감싸고 대피하는 법을 배웠다. 낯선 상황이 당황스러울 텐데도 아이들은 교육관의 지시대로 움직였다. 교육관은 “지진이 발생한 상황에서는 전깃줄이 주변에 있으면 감전될 수 있으니 무조건 피해야 한다”며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고 계단으로 이동해야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실외 지진 시뮬레이션은 규모 5.0의 지진이 발생한 상황을 가정해 체험했다. 벽 쪽에 붙은 아이들은 왼손으로 벽을 짚고 오른손은 머리를 감싸며 천천히 건물 밖으로 빠져나왔다.
지진체험을 마친 뒤 심폐소생술을 배울 수 있는 응급처치실습실로 이동했다. 실습실 바닥에는 마네킹 여러 개가 누워 있고 마네킹 옆에는 심폐소생술을 할 때 쓰는 자동심장충격기(AED)가 놓여 있다. 마네킹 1개당 두 명이 한 조를 이뤄 함께 실습할 수 있다.
심정지환자를 살리는 골든타임 ‘4분’
심폐소생술은 심장 박동이 멈춘 사람에게 필요한 응급처치법이다. 우리 몸에 있는 장기가 제 역할을 하려면 산소가 필요한데 산소는 심장이 피를 온몸으로 보내며 함께 공급한다. 그러니 심장이 멈추면 산소가 공급되지 않는다. 산소가 공급되지 않으면 뇌는 기능을 잃게 된다. 이를 막기 위해 심폐소생술이 필요하다. 뇌 손상을 막기 위해서는 4분 안에 심폐소생술을 실시해 우리 몸에 원활하게 산소를 공급해야 한다.
교육관은 심폐소생술에 대해 본격적으로 설명했다.
“양손으로 쇄골을 만져보세요. 쇄골 사이에 움푹 들어간 부분이 있죠? 거기를 짚어보세요. 그리고 다른 손으로 배꼽에서부터 일직선으로 손가락을 움직여 딱딱한 부분을 찾아 짚어봐요. 손가락으로 짚은 부분이 가슴뼈(복장뼈)예요. 가슴뼈를 반으로 나눈 다음 아래쪽을 다시 반으로 나눠보세요. 거기에 심장이 있는데 우리가 배울 심폐소생술을 할 자리예요.”
심폐소생술은 먼저 환자 곁에 위험한 물건이 없는지 살핀 다음 시작한다. 주변에 위험한 물건이 있다면 치우고 환자 옆에 어깨넓이 정도로 다리를 벌린 채 무릎을 꿇고 앉는다. 그 다음 환자의 어깨를 손으로 톡톡 치면서 “괜찮으세요? 정신이 드세요?”라며 환자 의식을 확인해야 한다. 의식이 없으면 환자가 숨을 쉬고 있는지 눈으로 확인한다. 가슴과 배의 움직임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숨을 쉬든 안 쉬든 의식이 없는 환자는 응급상황에 처해 있기 때문에 119에 신고해야 한다. 이때 스스로 신고하기보다 주변에 도움을 청하는 것이 좋다. “거기 주황색 옷 입고 계신 분, 119에 신고해주세요”처럼 도움을 요청할 사람의 인상착의를 정확히 말하는 것이 좋다. 다른 사람에게는 자동심장충격기를 찾아달라고 요청한다.
주변에 도움을 요청한 다음에는 심폐소생술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심폐소생술은 1분에 120번을 하는 것이 좋다. 너무 빨라서도 너무 느려서도 안되는데 심장에 피가 돌 시간을 충분히 주기 위함이다. 손바닥이 한쪽 방향을 보도록 손깍지를 끼고 가슴뼈 하단의 2분의 1 지점에 손바닥을 가져다 댄다. 이때 손 전체로 압박하면 다른 장기에 손상이 올 수 있기 때문에 손바닥에서 가장 푹신한 부분을 이용해 심장만 압박해야 한다. 팔은 굽히지 않고 쭉 펴서 환자의 몸과 내 팔이 직각이 되게 만들고 심장을 압박한다. 심폐소생술을 연습한 다음 30초씩 일곱 세트를 실습했는데 횟수를 다 채우기도 전에 손목과 팔이 아프기 시작했다. 다섯 번째 세트에서는 힘이 빠져 멈췄다. 담당 교육관이 힘이 들면 쉬어도 된다고 했지만 왠지 모를 죄책감에 다시 심폐소생술을 이어갔다. 주변을 둘러보니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아이들도 진지하게 마네킹 심장을 압박하고 있었다. 실전이 아니었음에도 참가자들은 한 생명을 살리겠다는 기세로 심폐소생술에 몰두했다.
‘뽀로로’ 부르다 화재대피 훈련
자동심장충격기 사용법도 알려줬다. 먼저 전원을 켠 다음 안내음성에 따라 환자의 오른쪽 쇄골 밑과 왼쪽 옆구리에 패드를 붙였다. 패드를 기계와 연결하자 기계에서 “환자로부터 떨어지세요. 환장의 심장리듬을 분석합니다”라는 안내음성이 흘러나왔다. 이때 주변에 있는 사람이 모두 환자로부터 떨어져야 기계가 오류 없이 심장리듬을 분석할 수 있다. 기계가 충전 중일 경우 심폐소생술을 하다가 다시 기계에서 “환자로부터 떨어지세요”라는 말이 나오면 환자로부터 손을 떼고 물러나야 한다. 전기 충격이 가해지기 때문이다. 자동심장충격기는 30번씩 다섯 세트로 약 2분간 작동한다. 심폐소생술은 119 구급요원이 도착할 때까지 실시해야 한다.
안전체험관에서 지진체험, 심폐소생술 실습 외에도 태풍체험, 화재체험 등을 배웠다. 태풍체험장에서는 초당 풍속 30m의 비바람을 체험할 수 있다. 이날은 비 없이 바람만 체험했는데도 정신이 없었다. 성인도 겨우 눈을 뜨고 움직일 만한 바람이라 몸집이 작은 아이들은 이동이 쉽지 않았다. 체험이 끝난 후 서로 산발이 된 머리카락을 보면 바람의 위력을 알 수 있다.
화재체험관에서는 소화기 사용법을 배운다. 노래방처럼 꾸며진 공간에서 마이크를 들고 노래를 하던 중 전기가 나가고 연기가 발생하는 상황이 연출됐다. 아이들은 신나게 ‘뽀로로’를 부르다가 가상 화재 상황에 직면했다. 옷소매나 손수건으로 코와 입을 막고 자세를 낮춰 비상구를 따라 탈출했다.
안전체험관에서는 기자가 체험한 것 외에 완강기체험, 교통사고체험, 지하철화재체험 등 다양한 재난 상황을 미리 경험할 수 있다. 방문 전 보라매안전체험관 누리집(safe119.seoul.go.kr)에서 예약하면 참여가 가능하다.
장가현 기자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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