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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건물 앞 절박한 희망 망연자실 아빠 “내 아이는 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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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소리 들리십니까!”
튀르키예 강진이 발생한 이슬라히예. 현지 구조대가 무너진 건물 사이에 있을지도 모를 생존자를 찾고 있었다. 무너지기 전 5층 건물이었던 이곳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무너졌다. 구조대는 부서진 콘크리트 벽 사이로 생존신호를 찾는 음향장비를 건물 안으로 들이밀었다. 생존자가 보내는 미세한 신호를 놓칠까봐 주변에 있는 모두가 침묵했다.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자 구조대는 더욱 큰 소리로 “제 목소리 들리십니까!”를 외쳤다. 생존자를 찾고자 하는 절박함과 숨죽인 채 귀를 기울이는 사람들을 보니 안타까움에 눈물이 날 것 같았다.
2월 6일 튀르키예 동남부 지역 가지안테프에 규모 7.8의 강진이 발생했다. 튀르키예 재난위기관리청에 따르면 2월 15일(현지시간) 기준 지진 사망자 수는 3만 5418명, 부상자 수는 10만 5505명으로 집계됐다. 시리아 국영 언론과 유엔이 집계한 시리아 쪽 사망자 5814명을 더하면 공식 사망자 수는 4만 1000여 명에 이른다. 이는 1939년 튀르키예 동북부에서 발생한 대지진으로 인한 사망자 수 3만 2968명을 웃도는 수치다.
가지안테프는 여진이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1차 지진 이후 100여 차례 여진이 발생했는데 가장 큰 여진은 규모 6.7이다. 여진의 강도도 1차 지진만큼이나 셌다. 생존자도 제대로 찾지 못한 상황에서 여진이 수차례 이어지면서 주민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방송 프로그램 제작을 위해 튀르키예 현지 상황 취재차 필자는 2월 8일 튀르키예로 떠났다. 인천국제공항에서 이스탄불까지 11시간 30분, 이스탄불에서 가지안테프까지 차로 이동하는 데 17~18시간이 걸렸다. 지진으로 인해 교통이 마비된 탓도 있지만 피해지역으로 향하는 구호물품들을 실은 차량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튀르키예로 모여든 도움의 손길들
중간에 잠시 들른 휴게소에서 만난 튀르키예 남성과 잠깐 대화를 했다. 이 남성은 “중장비를 싣고 하타이로 가고 있다”며 “우리는 한민족이고 형제인데 형제의 일을 모른 척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필자가 만난 튀르키예 사람들 대부분이 이런 이야기를 했다. 어려움에 처한 이웃을 대하는 태도는 한국이나 튀르키예나 비슷했다.
가지안테프에 있는 이슬라히예를 먼저 찾았다. 이곳은 시리아와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지역이라 최근 들어 시리아에서 온 난민이 크게 늘어났다. 시리아 난민들은 전쟁을 피해 왔건만 이곳에서 튀르키예 역사를 다시 쓸 지진의 피해자가 됐다.
이재민 임시거처가 있는 장소에 이재민들이 지내는 텐트와 온갖 구호물자가 들어 있는 박스가 쌓여 있었다. 지진 때문에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임시숙소에선 소형발전기를 돌려 사용하고 있었다. 지나가면서 텐트를 살펴보니 대체로 가족단위로 함께 지내고 있었다. 텐트 뒤에 있는 트럭은 간이식당으로 활용되고 있었다. 이재민들이 구호물자가 실린 트럭 위에서 소형발전기를 돌리며 음식을 만들고 있었다.
한쪽에서는 구호물자를 받으러 나온 이재민들이 인산인해를 이뤘다. 구호물자를 나눠주던 자원봉사자가 “질서를 지켜야 물품을 나눠줄 수 있다”고 소리쳤다. 아이들을 데리고 온 부모들은 아이에게 맞는 옷가지를 챙기느라 바빴다.





곰인형의 친구가 무사하길
누르다으에선 어디를 둘러봐도 폐허가 된 건물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도심과 떨어져 있는 시골마을이어서인지 상황은 더 열악해 보였다. 완전히 무너진 주택에서 구조대가 구조작업을 벌이는 현장을 만났다. 그 옆에 망연자실한 얼굴을 한 남성이 서 있었다. 현장에 있는 구조대가 “두 아이의 아버지인데 안타깝게도 한 아이를 아직 구출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오늘 오전에 아이 한 명을 구출했는데 아직 생사가 불분명한 상태예요. 지금 남은 아이를 찾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아이가 무사하길 바라고 있어요.”
아이 아버지 곁에는 친척이 이슬람교 경전 코란을 읽고 있었다. 어떤 내용인지 알아들을 수 없지만 아이들이 무사하길 바라는 간절함을 느낄 수 있었다.
누르다으는 다른 지역보다 상황이 더 심각했다. 아직 구호텐트를 받지 못해 파란 천막 안에서 단체로 지내는 이재민들이 많았다. 뼈가 시리도록 추운 날씨에 바람을 막아줄 텐트도 없이 찬바람을 그대로 맞고 있었다. 이곳에도 시리아에서 온 이재민들이 많았다. 전쟁을 피해왔지만 이번 지진으로 가족을 잃은 사람이 많았다. 현지 코디네이터도 시리아인의 말을 통역해줄 수 없어 짧은 영어로 유감을 표했다.
병원의 상황은 아주 열악했다. 사망자가 계속 늘어나는 상황이라 관이 모자랐다. 관에 시신을 넣어 안치실로 옮긴 후에 비어 있는 관에 또 다른 시신을 넣는 일이 반복됐다. 응급실은 아비규환이었다. 곳곳에서 가족을 잃은 사람들이 오열하는 소리가 들렸다.
아이 둘이 갇혀 있던 이슬라히예 현장을 다시 찾았다. 현장은 어느 정도 정리가 됐다. 아이들을 모두 찾은 것처럼 보였지만 생사는 알 수 없었다. 그 현장에서 아이들이 가지고 놀았을 법한 곰인형을 발견했다. 곰인형도 지진으로 인해 상해를 입었다. 팔다리가 잘려나간 곰인형을 보며 이 곰인형의 친구는 무사하길 마음속으로 수십 번 빌었다.

전혜란(KBS ‘시사직격’ PD)


박스기사
코렐리 온 누마라(한국인이 최고)! 대한민국 긴급구호대 맹활약





튀르키예에 파견된 대한민국 긴급구호대의 활약 소식이 연이어 전해지고 있다. 긴급구호대는 2월 14일(현지시간)까지 총 8명의 생존자를 구조했고 시신 18구를 수습했다.
우리 정부는 튀르키예 강진 발생 후 튀르키예 정부의 요청에 따라 긴급구호대를 파견했다. 우리 구호대는 2월 7일 밤 10시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에서 출정식을 마치고 현지로 출발했다. 구호대는 외교부
1명, 국방부 49명, 소방청 62명, 한국국제협력단(KOICA·코이카) 6명 등 118명으로 구성됐다. 현장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2월 6일 파견된 선발대 3명을 합하면 121명이 구호대로 활동하고 있다. 이는 정부가 그간 해외에 파견한 긴급구호대 규모 중 가장 많은 인원이다.
우리 구호대의 활동은 현지 주민들에게도 큰 지지를 받고 있다. 외교부는 2월 13일 “우리 구호대는 현장의 추위 속에서 지속되는 여진, 전기와 수도가 끊어진 악조건과 싸우며 생존자 탐색과 구조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며 “현지 주민들은 우리 구호대를 만나면 ‘코렐리 온 누마라(한국인이 최고)라고 외치며 격려를 보낸다”고 전했다.
구호대와 함께 파견된 구호견 네 마리의 활약도 화제가 되고 있다. 튀르키예 국영방송 는 2월 13일 ‘한국 구조견 세 마리, 발에 붕대 감고 작업한다’는 제목의 기사로 이들의 활약을 조명했다. 특수 인명구조견인 ‘토백이’ ‘티나’ ‘토리’ ‘해태’는 구호대와 함께 생존자 구조에 투입됐다. 이중 ‘토백이’ ‘토리’ ‘해태’가 위험한 재난 현장을 이리저리 뛰어다니다 깨진 유리와 부러진 철근에 발을 다친 것. 세 마리 모두 치료를 받은 뒤 다시 현장에 투입됐고 발에 붕대를 감은 채 수색 작업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는 1진에 이어 2월 16일 튀르키예의 재건 수요 등을 협의하기 위한 긴급구호대 2진을 파견했다. 구호대 2진은 외교부 2명과 국립중앙의료원·한국국제의료보건재단·국방부 군의관으로 구성된 긴급구호대(KDRT) 보건의료팀 10명, 코이카 5명, 민간긴급구호단체 4명 등 21명으로 구성됐다. 구호대 2진은 2월 16일 밤 군 수송기 편으로 튀르키예 아나다로 출발해 현지 상황에 맞춰 활동기간을 조율할 계획이다.
긴급구호대 1진은 지난 2월 8일 오전 우리 군의 KC-330 다목적 수송기 편을 이용해 튀르키예 남동부 가지안테프 공항에 도착했다. 이들이 도착한 가지안테프는 이번 지진의 1차 진앙지로 막대한 인명피해가 발생한 곳이다.
구호대는 탐색구조팀을 중심으로 하타이주 안타키아에서 수색·구조활동을 시작했다. 구호활동에 돌입한 2월 9일 오전 5시 하타이주에서 70대 중반 남성을 구조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이 남성은 의식이 있는 상태로 건강에는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첫 생존자가 발견되면서 구조는 순조롭게 이뤄졌다. 구호대는 같은 날 오전 2세 여아와 40세 아버지를 추가로 구조한 뒤 35세 여성, 10세 여아 등 5명을 구조했다. 구조자 중 35세 여성은 손가락 골절상을 입었지만 생존자 대부분 건강상태가 양호했다.
첫날 5명의 생존자를 구조한 구호대는 생존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지역을 중심으로 고강도 탐색과 구조활동을 이어갔다. 이들이 탐색·구조활동을 벌인 지 사흘째인 2월 11일 튀르키예 구조팀과 합동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65세 여성을 추가로 구조했다. 같은 날 저녁
7시 18분과 8시 18분에도 생존자를 1명씩 구조했다. 이들은 17세 남성과 51세 여성으로 모자 관계로 알려졌다.

장가현 기자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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