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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름이 차별이 되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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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각디스플레이 ‘닷’ 김주윤 대표의 도전
“장애 없는 세상 향해 계속 혁신”

어떤 발명은 장애가 ‘장벽’이 되지 않게 한다. 휠체어는 걷지 못한다는 이유로 집 안에만 갇혀 지내야 했던 사람들을 밖으로 이끌었다. 운동하고 일하게 만들면서 장애를 극복할 수 있게 했다. 단지 장애인뿐 아니다. 다리를 다친 사람, 걷기 불편한 사람 모두 휠체어를 통해 불편이 장애가 되지 않게 됐다.
시각장애인에게 글과 그림은 장벽이다. 벽을 극복하기 위해 점자라는 언어를 만들기도 했지만 현실은 여전하다. 세상의 많은 글이 점자로 변환돼 있지 않을 뿐더러 점자로 된 책은 양도 방대하다. 비장애인을 위한 성경은 한 권인데 점자 성경은 무려 23권에 달한다.
두껍고 무거운 점자책을 모두 들고 다니기 불편하니 점자를 만들어주는 단말기도 생겼다. 비장애인이 들고 다니는 스마트폰처럼 정보를 점자로 바꿔주고 메시지도 주고받을 수 있게 만든 것이다. 문제는 가격이다. 시중에 판매되는 점자정보단말기의 가격은 500만 원이 훌쩍 넘는다. 여전히 보지 못한다는 것이 벽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이 벽을 깨겠다는 사람이 스타트업 ‘닷(dot)’의 김주윤 대표다. 닷에서는 지능형 손목시계(스마트워치), 직접 개발한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휴대용 단말기를 개발한다. 단 닷에서 개발하는 제품은 점자로 표시된다. 그러니까 점자가 표시되는 스마트워치, 점자를 표현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를 개발한다는 얘기다.
점자만 표현하는 것은 아니다. 닷이 만드는 디스플레이에는 그림은 물론 지도나 악보, 각종 수식까지 거의 모든 시각정보를 담을 수 있다. 닷의 디스플레이가 작은 점들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 작은 점들은 점자를 표현하기도 하지만 그림의 윤곽을 따라 옮겨 점으로 된 그림을 만들기도 한다. 악보도 점으로 표현하고 수식도 따라 그린다. 비장애인도 도드라진 부분을 손으로 만져보면 파악할 수 있을 정도다.
닷은 이것을 ‘촉각 디스플레이’라고 부른다. 촉각으로 문자와 그림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촉각 디스플레이는 획기적이다. 기존 점자정보단말기는 몇십 개 점으로 점자만 표현할 수 있었다. 그러나 닷이 개발한 촉각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단말기 ‘닷 패드’에는 320개 점이 박혀 있다. 손톱만큼 줄어든 모듈을 활용한 기술적 혁신으로 가능해진 장치다.
닷의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기술은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23’에서 닷은 닷 패드로 최고혁신상(Best of Innovation)을 받았다. CES에 제품과 서비스를 출품한 기업만 3200여 개다. 그중 분야별 최고혁신상은 단 20개사에 주어진다.
닷은 2021년 사회혁신 스타트업 경진대회인 ‘익스트림 테크챌린지(XTC)’에서도 우승한 바 있다. 미국 교육부와는 300억 원 규모의 공급 계약도 체결했다. 미국 내 국·공립 시각장애인 학교에 닷 패드를 보급하는 계약이다. 아랍에미리트(UAE)와는 수출 계약을 논의 중이다. 누적 투자액은 300억 원이 넘었다. 김주윤 대표는 “장애인뿐 아니라 모두에게 필요한 기술인 만큼 우리의 시장은 전 세계”라고 말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촉각 디스플레이를 개발한다는 아이디어는 어떻게 얻게 됐나?
닷을 세우기 전에 세 번의 창업 실패를 경험했다. 창업 실패는 성공에 대한 집착으로만 뭉쳐 있던 삶의 자세를 바꿔놨다. 그즈음 시각장애인 룸메이트를 만났다. 그러면서 좀 더 보편적인, 삶과 세상을 바꾸는 일을 하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 시각장애인의 삶은 제한적이다.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단지 불편함 그 이상이다. 학업 수준도 떨어트리고 직업을 갖는 데도 어려움이 많다. 장애가 삶의 질을 떨어트리는 거다. 이걸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단지 ‘선한 의도’만으로 기술을 개발하고 회사를 경영할 수는 없을 텐데.
전 세계 시각장애인은 3억 명이다. 이 많은 사람이 불편함을 느끼고 있는데 왜 아무도 이걸 해결하려 하지 않을까 오히려 의문이 들었다. 비장애인은 한 권이면 되는 책을 시각장애인 친구가 수십 권 들고 다니는 것을 보면서 한 손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닷’의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는 전국 공공기관과 박물관 등에 보급되고 있다. 사진 C영상미디어닷 패드는 그에 대한 고민이 담긴 장치다. 닷 패드는 점자만 표시하는 것이 아니다. 비장애인의 글자를 그대로 표현하기도 하고 그림이나 각종 시각정보를 담을 수 있기 때문에 점자를 모르는 시각장애인도 쉽게 사용할 수 있다.

닷 패드에 대한 설명은 고미숙 ‘닷’ 커뮤니티 매니저가 이어갔다. 고 매니저는 시각장애인이다. 장애인 입장에서 닷 패드가 어떻게 장애를 극복할 수 있는지 설명해줬다.



닷 패드는 어떻게 사용하나?
비장애인이 사용하는 아이패드 같은 태블릿PC에는 음성지원 기능이 있다. 그걸 이용해 닷이 개발한 프로그램을 작동하면 된다. 예를 들어 아이패드에 있는 프로그램이 그림을 읽으면 닷 패드의 점들이 그대로 그림을 표현한다. 책도 점자로 변환할 수 있다. 책을 프로그램에 입력하면 점자로 변환해 닷 패드에 점자가 표현된다.

점자도 언어마다 다르다. 한국어 점자, 영어 점자가 따로 있는데 닷 패드는 13개 언어의 점자를 지원한다. 그러니까 한글로 된 책을 입력하면 한국어 점자가, 영어책을 입력하면 영어 점자가 닷 패드에 표시되는 식이다. 한글을 영어 점자로 표현하는 것도 가능하다. 김주윤 대표는 “닷 패드의 기술은 세계적으로도 유일하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닷 패드는 어떻게 개발한 것인가?
소형화된 모듈로 가능하다. 이 모듈은 전자석으로 만들어져 있는데 기존 모듈보다 훨씬 작고 빠르다. 이 모듈을 개발한 덕분에 닷이 첫 제품으로 내놓은 것이 스마트워치인 ‘닷 워치’였다. 닷 워치는 메시지가 오면 시계판에 점자를 띄우는 방식이었다. 이걸 확대 적용한 것이 닷 패드다. 닷 패드에선 점자뿐 아니라 다양한 그래픽이 모두 표현된다.
기술을 개발하는 일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다행히 능력 있는 인재를 모을 수 있었다. 사실 기술 개발만큼이나 어려운 일이 있었다. 협업하는 것이다. 장애인을 위한 제품은 일반 제품과 판로가 좀 다르다. 공공기관과 협력할 수 있어야 하고 장애인의 보호자에게 필요를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거꾸로 기술을 개발할 때 이 기술이 어떻게 쓰일 것인지, 필요한 건지, 장애인과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지 깊이 고민해야 했다.
그 때문인지 닷 워치와 닷 패드의 가격이 저렴한 편이다.
창업할 때부터 닷의 제품은 싸고 가볍고 누구나 사용할 수 있게 만들자고 생각했다. 모듈을 소형화하고 제품을 경량화하는 이유는 저렴하게 보급하기 위해서다. 닷 워치나 닷 패드 모두 비장애인이 쓰는 스마트 제품과 비슷한 가격이다.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시각장애인의 대다수는 경제적으로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식에 접근하기 쉽지 않으니 경제적으로 어려워지고, 그러니 더 지식을 얻기 어려운 악순환의 고리에 빠져 있다. 이것을 끊어내는 것이 닷 제품이 가진 목표 중 하나다.
혁신과 성공만을 좇지 않는 것으로 보여 인상적이다.
우리 회사가 직원을 채용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기준은 ‘공감능력’이다. 삶을 바꿀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할 때는 기술을 뽐내서만은 안된다. 문제에 깊이 공감하고 적극적으로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그래서인지 닷 사무실의 인원 구성이 다양하다.
시각장애인도 있고 다른 인종도 있다. 우리는 다름을 ‘이상한 것’이나 ‘어려운 것’으로 보지 않는다. 다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다름이 차별이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닷의 기술이 다양한 삶을 있는 그대로 살아갈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기 때문에 다양성을 지키는 일은 중요하다.
닷의 기술개발이 단지 장애인을 위한 일만은 아닌 것 같다.
장애를 극복하는 과정은 비장애인의 불편함을 해소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닷이 닷 패드 외에도 주력으로 개발하고 있는 것이 있는데 배리어프리(barrier-free) 키오스크(무인 안내기)다. 요즘은 어디를 가나 키오스크가 있다. 음식 주문을 하는 데도 쓰이고 공간을 안내할 때도 사용된다. 그런데 이 키오스크가 평균의 비장애인만을 위한 경우가 많다. 닷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촉각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를 만들고 있는데 단지 시각장애인만을 위한 기능만 있지 않다.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키오스크가 바로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다.

배리어프리를 있는 그대로 풀어쓰면 ‘장벽으로부터 자유로운’이다. 장애를 가진 사람이나 장애가 없는 사람 모두 별다른 어려움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제품, 서비스, 공간 등을 일컫는 말이다. 닷의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는 자동으로 높낮이 조절이 가능하다. 휠체어를 탄 사람도, 키가 훌쩍 큰 사람도 눈높이에 맞춰 키오스크를 이용할 수 있다. 촉각 디스플레이는 시각장애인에게 음성 이상의 정보를 제공한다. 전국에 있는 각종 공공기관과 박물관 등에 보급되고 있다.



앞으로도 장애인을 위한 제품을 계속 만들어낼 생각인가?
닷의 궁극적인 목표는 ‘장애가 없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성별, 나이처럼 장애도 서로 다른 요소일 뿐인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만들고 싶다. 이를 위해 닷은 장애를 느낄 수 없도록 도와주는 기술을 계속 개발할 생각이다.

김효정 기자

박스기사
윤석열 대통령과 만난 ‘닷’
“대단한 기술… 대한민국을 혁신 허브로”



2월 2일 용산 대통령실에는 ‘CES 2023’에서 큰 성과를 올린 벤처·스타트업 대표들이 한데 모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하는 ‘CES 디지털 기술혁신 기업인과의 오찬 간담회’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윤 대통령은 간담회에 앞서 최고혁신상을 받은 제품을 일일이 시연해봤다. 김주윤 대표는 윤 대통령에게 닷 패드 사용법을 알려줬다. 윤 대통령은 즉석에서 아이패드에 서명했는데 닷 패드에 서명이 그대로 표현되는 것을 보고 “대단하다”고 극찬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이들 벤처·스타트업 경영진이 선보인 첨단 과학기술이 “경제성장과 새로운 시장 개척은 물론이고 누구나 공정하게 기술의 혜택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누리고 나아가 우리 국민과 세계 시민의 자유와 복리를 확대하는 기폭제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정부도 적극 뒷받침하겠다”며 “여러분과 함께 대한민국을 최고의 혁신 허브로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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