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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격률 30% 시각안내견은 태어날까? 길러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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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화재안내견학교를 가다
래브라도 리트리버는 시각장애인 안내견을 상징한다. 넉살 좋아 보이는 외모에 찹쌀떡 콩고물 색을 띠고 있어 별명이 인절미다. 현재 활동하는 전체 안내견 중 약 90%를 차지한다. 골든 리트리버와는 달리 털이 짧다. 키는 약 55㎝, 몸무게는 30㎏, 평균 수명은 12.5년, 고향은 캐나다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안내견 양성기관인 삼성화재안내견학교(경기 용인시)를 찾았다. 2023년 개교 30주년을 맞은 이 학교는 개를 사랑했던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시각장애인의 복지를 위해 1993년 9월 설립했다. 1994년 4월 첫 안내견 ‘바다’를 시작으로 안내견 267마리(2022년 9월 기준)를 길러냈다. 삼성화재안내견학교는 매년 12~15마리를 안내견으로 육성한다. 전 세계 안내견 학교의 수는 약 100곳인데 이중 삼성화재안내견학교를 제외하고는 모두 기부금으로 운영된다. 삼성화재안내견학교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기업이 운영하는 안내견학교다. 2022년 12월 24일 윤석열 대통령은 이곳을 방문해 은퇴 안내견 ‘새롬’이를 입양했다.





열 마리 중 세 마리만 안내견 돼
삼성화재안내견학교(이하 안내견학교)에서 태어난 강아지(예비 안내견)가 안내견이 되기까지는 2년이 걸린다. 평균 열 마리 중 세 마리가 안내견이 된다. 예비 안내견은 생후 8주까지는 안내견학교에서 형제자매들과 시간을 보낸다. 이후 8주부터 생후 1년까지는 사회화를 위해 ‘퍼피워킹(Puppy Walking)’을 거친다. 예비 안내견이 민간 자원봉사자 가정에 1년간 위탁돼 다양한 체험을 하는 과정이다. 사람으로 치면 신생아 시절부터 대학생이 되는 시기인데 예비 안내견은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지하철을 타고 백화점도 둘러보며 견문을 넓힌다. 안내견 일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다. 자원봉사자들은 예비 안내견이 퍼피워킹을 하며 긍정적인 경험을 최대한 많이 할 수 있도록 힘쓴다. 퍼피워킹은 군견이나 인명구조견과는 달리 사람과 함께 사회생활을 해야 하는 안내견의 특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교육 과정이다.
퍼피워킹을 마친 예비 안내견들은 다시 안내견학교로 돌아와 ‘안내견 적합성 종합평가’를 받는다. 평가에 합격하면 6~8개월간 안내견학교와 실제 생활공간(도시), 상가, 교통수단(지하철, 버스 등)을 오가며 배변, 식사, 복종 훈련 등을 받는다. 훈련을 마친 뒤에는 최종 평가를 거쳐 안내견이 될지를 가린다. 안내견이 되지 못한 개들은 일반 가정에 반려견으로 분양된다.
안내견은 분양을 원하는 시각장애인의 성격, 직업, 걸음걸이, 생활환경을 고려해 분양된다. 이를 매칭(matching)이라고 한다. 안내견을 매칭할 때는 안내견과 파트너(시각장애인)의 조화가 중요하다. 안내견이 파트너에게 입양되면 6~8년을 함께해야 하기 때문이다.
시각장애인에게 가장 적합한 안내견이 선정되면 예비 파트너(시각장애인)는 안내견과 함께 4주간 교육을 받는다. 2주는 안내견학교에 마련된 숙소에서 안내견과 함께 지내며 안내견 식사, 목욕, 대소변 처리까지 안내견 관리에 필요한 내용을 익힌다. 나머지 2주는 시각장애인의 주거지와 주요 보행 지역을 중심으로 현지에서 교육을 한다.
시각장애인에게 분양된 안내견은 정기적으로 관리를 받는다. 훈련사들이 분양된 가정을 방문해 안내견의 건강을 파악하고 파트너와 상담한다. 안내견은 6~8년간 활약한 뒤 다시 자원봉사자 가정으로 위탁되거나 안내견학교로 돌아와 여생을 보낸다. 은퇴한 안내견의 파트너에게는 새로운 안내견이 대체 분양된다.
리트리버는 한 번 출산할 때 5~10마리가 태어난다. 생김새가 비슷해 구분이 쉽지 않은 새끼를 어떻게 구분할까? 매니큐어처럼 잘 지워지지 않는 물질을 머리·등·꼬리에 색깔을 바꿔가며 칠해 파악한다. 파란색으로 첫째는 머리, 둘째는 등, 셋째는 꼬리에 표시했다면 넷째부터 여섯째까지는 초록색으로 머리·등·꼬리에 칠하는 식이다. 일곱째부터 아홉째까지는 또 다른 색을 칠한다. 이 표시는 퍼피워킹을 나갈 때쯤이면 사라진다.







안내견학교는 적성을 찾도록 도와주는 곳
안내견은 타고나는 걸까 만들어지는 걸까? 안내견을 평가하는 기준에는 여러 항목이 있지만 크게 유전적 요인이 60%, 후천적 요인이 40%를 차지한다. 이 때문에 안내견학교는 교육뿐만 아니라 혈통 관리와 번식도 중요하다. 우수한 안내견을 양성하기 위해선 우수한 종견과 모견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어떤 모견에게선 네 마리가 태어나 네 마리 모두 안내견이 된 사례도 있지만 한 모견이 일곱 마리를 낳았는데도 일곱 마리 모두 안내견이 되지 못한 경우가 있다.
안내견이 되는 비율이 열 마리 중 세 마리에 그친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생각보다 적다”고 했더니 훈련사이자 수의사인 박태진 삼성화재안내견학교 교장은 “안내견학교는 안내견을 억지로 만들어내는 곳이 아니다. 훈련사는 각각의 예비 안내견에게 어떤 자질이 있는지 확인하고 그에 맞는 적성을 찾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할 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안내견학교에서 태어나는 모든 개가 안내견이 될 순 없다”며 “이렇게(안내견) 살아도 가치 있고 저렇게(반려견) 살아도 가치 있다”고 말했다.
안내견이 되는 개와 반려견이 되는 개를 ‘법대’와 ‘체대’로 나눠 비유하기도 했다. 박태진 교장은 “법학이 적성에 맞는 사람이 있고 예체능이 적성에 맞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개도 그렇다”며 “안내견이냐 반려견이냐 구분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안내견은 안내견으로서 행복이 있고 반려견은 반려견으로서 행복이 있다”고 했다.
기자가 예비 안내견이 있는 견사에 들어가자 개들이 꼬리를 흔들며 관심을 보였다. 낯선 사람을 보고도 짖는 개가 없었다. 처음 보는 사람이 손을 내밀었음에도 냄새를 맡고는 핥아줬다.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전혀 없었다. 퍼피워킹을 하며 많은 경험을 통해 사람에 대한 좋은 기억을 남겼기 때문이다. 기자가 여태껏 봐왔던 개들 중 사회성이 좋은 개들은 이곳 안내견학교에 다 모여 있는 듯했다. 박태진 교장은 “이곳에 있는 개는 낯선 사람을 봐도 반갑게 꼬리를 흔든다”고 했다. 퍼피워킹을 마쳤으나 안내견 평가에서 탈락한 개를 반려견으로 분양받은 가정에서는 “이렇게 성격이 좋은데 왜 안내견이 안됐나. 이해할 수가 없다”고 안내견학교에 되묻는다고 한다.
“안내견을 보거든 만지거나 간식을 줘선 안된다”고 한다. 그 이유는 안내견에게 관심을 보일 경우 안내견이 이에 즉각 반응해 시각장애인이 위험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시각장애인과 안내견은 한 팀이다. 시각장애인이 내비게이션 역할을 하면 안내견은 운전을 맡는다. 시각장애인이 인도에 설치된 보도블록 등을 촉감으로 파악한 뒤 안내견에게 방향을 지시하면 안내견은 지시에 따라 시각장애인을 인도한다. 흔히들 안내견이 모든 것을 알아서 인도하는 것으로 오해하곤 한다.
기자도 안대를 쓰고 안내견과 함께 계단을 오르고 장애물을 피하는 체험을 했다. 체험에는 안내견 ‘지니’가 함께했다. 지니는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안내견학교를 방문했을 때 윤 대통령의 체험을 도왔던 안내견이다. 노란색 조끼를 입은 지니가 기자 왼편에 섰다. 기자는 지니의 하네스(시각장애인과 안내견을 연결해주는 가죽 장비)를 붙잡고 지니를 따라갔다. 지니의 속도는 생각보다 빨랐다. 장애물이 나타나자 이를 우회했다. 계단 앞에서는 멈춰선 뒤 기자가 손잡이를 찾을 수 있도록 배려해줬다. 신기하고 대견했다.



이경훈 기자

박태진 교장이 말하는 안내견에 대한 오해
안내견은 수명이 짧다?
반려견보다 더 오래 산다



안내견은 반려견보다 수명이 짧다고 한다.
“대표적인 오해다. 은퇴 안내견은 평균 수명이 14세다. 반면 일반 리트리버의 평균 수명은 12.5세다. 안내견이 더 오래 산다. 안내견의 종견과 모견이 건강하기 때문이다. 또 안내견은 세상을 긍정적으로 본다. 어릴 때 좋은 경험을 많이 해봤기에 새로운 경험에 대한 스트레스가 적다.”
지하철에서 엎드려 자는 안내견을 보면 불쌍하다고 한다.
“동물은 조금이라도 불편하거나 긴장하면 절대 잘 수 없다. 경계해야 하기 때문이다. 시각장애인을 위해 희생하느라 피곤해서 자는 게 아니다. 안내견이 지하철에서 편하게 자는 이유는 지하철이 안전하다고 믿고 또 익숙하기 때문이다. 사람의 관점에서 개의 행동을 파악해선 안된다.”
견주가 지켜야 할 원칙이 있다면 무엇인가?
“개를 헷갈리게 해서는 안된다. 안내견·반려견 모두 마찬가지다. 명확한 기준을 세워야 한다. 주인이 우유부단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개에게는 가장 안좋은 영향을 끼친다. 원칙이 없으면 개는 매 순간 고민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고민이 개에게는 가장 큰 스트레스다.”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나?
“시각장애인과 안내견이 더 나은 환경에서 지내기 위해서는 안내견학교뿐만 아니라 법과 제도의 뒷받침, 안내견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 개선 등 우리 사회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박태진 파트장은 “안내견학교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은 안내견만을 위한 프로그램이 아니다. 모든 개는 안내견학교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처럼 키워야 바람직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안내견과 반려견을 이분법적으로 나눠 보는 견해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대학에서 강의하던 중 ‘안내견도 산책을 하나요?’라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왜 이런 질문을 했을까 고민했어요. 개를 다루는 사람을 이분법적으로 봤기 때문이죠. 시각장애인이 안내견을 데리고 나가면 일, 비시각장애인이 반려견을 데리고 나가면 산책. 훈련사가 데리고 나가면 훈련. 개는 사람을 가리지 않아요. 안내견에게 안내는 이 세상에서 제일 즐거운 산책이자 놀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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