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 떠난 절친 동료에 부러움과 슬픔 이 상실감을 어떻게 이겨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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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함께 일하던 친한 친구이자 동료가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기 위해 유학을 떠난다며 얼마 전 회사를 그만뒀습니다. 작은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온갖 어려움을 이겨내며 함께 회사를 키워왔기에 친구의 퇴사 이후 마음이 복잡해졌습니다. 한편으로는 친구가 다시 돌아와주길 바라는 마음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늦은 나이에 새로운 분야를 공부하기 위해 유학을 결심한 친구의 결단이 부럽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친구는 저에게 늘 영감을 주는 존재였습니다. 언제나 열정적으로 일하고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유학을 결정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 놀라움보다는 친구다운 결정을 했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그런 친구의 앞날을 진심으로 응원하고 있지만 그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져 슬픔이 몰려옵니다. 처음엔 견딜 만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친구에 대한 상실감은 커져만 갑니다.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는 제 모습이 처량하게 느껴지기도 하고요. 이럴 때 저는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까요? 상실의 슬픔을 어떻게 이겨낼 수 있을까요? (임찬혁, 30)
A. 흔히 슬픔을 견디는 것을 작은 물컵을 들고 있는 모습에 비유하곤 합니다. 처음에는 물이 채워진 컵을 들고 있어도 힘든 줄 모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무게가 크게 느껴져 나중에는 큰 고통이 된다는 거죠. 그래서 전문가들은 아무리 작은 슬픔이라도 오래 들고 있지 말고 적당한 때에 내려놓을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찬혁 님도 처음에는 친구가 떠난다는 사실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려 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 상실감이 점점 더 커져 견디기 힘든 지경에 이르게 된 것 같습니다. 이제는 슬픔이 담긴 컵을 내려놓아야 할 때가 온 것이지요.
슬픔을 내려놓는 세 가지 방법
슬픔을 내려놓는 방법에는 크게 세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다른 대상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새로운 일이나 활동에 몰두해서 슬픔을 잊는 것이죠. 하지만 일을 끝내고 일상으로 돌아오면 마음속에 여전히 남아 있는 슬픔을 마주하게 됩니다. 그럴 때마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고 자신을 위로해 보지만 시간이 지나도 슬픔은 사라지지 않고 희미하게 잊혀질 뿐입니다. 슬픔은 여전히 내 마음속에 남아 의식 위로 떠오를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방식은 일시적인 기분 전환은 될지 몰라도 해소되지 않은 부정적 감정들이 쌓이고 엉겨 붙어 나중에는 내 마음이 왜 이런지, 무엇 때문에 내가 힘든지조차 모르게 될 수도 있습니다.
두 번째 방법은 슬픔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슬픔이 옅어질 때까지 슬픔을 피하지 않고 마주하는 거죠. 하루 종일 울기도 하고 친구와의 추억을 되새기며 아픔이 무뎌질 때까지 아픈 감정을 느끼는 겁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자칫 잘못하면 더 심한 우울감이나 고립감으로 슬픔이 확장될 수 있습니다. 정상적인 일상생활이 어려워지고 상실의 슬픔이 친구에 대한 원망이나 시기심으로 번질 수도 있습니다. 친구처럼 되지 못한 자신에 대한 혐오나 비하에 빠질 수도 있고요.
세 번째 방법은 슬픔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것입니다. 슬픔을 회피하거나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한 발짝 떨어져 관찰하는 거죠. 이때 조건이 있습니다. 슬픔을 분석하거나 비판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바라봐야 한다는 겁니다. 있는 그대로 슬픔을 본다는 건 어떤 걸까요? 비유하면 바람을 느끼는 것과도 같습니다.
우리는 바람을 맞을 때 바람을 맞고 있다는 것을 느낄 뿐 바람의 속성이나 온도나 경로를 분석하지는 않습니다. 물론 시원하다거나 세게 분다는 감각적 자극을 느끼지만 그렇게 순간의 바람을 느낄 뿐 바람을 쫓아다니며 분석하거나 비판하지는 않죠. 그런 것처럼 슬프다고 느끼지만 분석하거나 반복해 생각하지 않고 지금 이 순간에 느끼는 슬픔만을 받아들이는 겁니다. 그러다 보면 내가 지금 슬프지만 그 슬픔이 나의 전부가 아니라는 ‘감정과의 거리’가 생기게 됩니다. 이를 인지적 거리두기라고 합니다.
이때부터 슬픔은 하나의 관찰 대상이 됩니다. 관찰을 통해 감정이란 모였다 흩어지는 구름처럼 시시각각 변하는 내 마음의 작은 부분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고 슬픔에 대한 집착이나 부담은 점점 줄어들게 됩니다. 이런 자각을 통해 우리의 마음은 감정을 다루는 새로운 방식을 경험하게 됩니다. 마치 슬픔에 빠진 친구 옆에서 옳고 그름을 따지거나 영혼 없는 위로의 말을 전하는 게 아니라 기댈 수 있는 어깨를 내어주며 함께 있어주는 것처럼요.
떠나는 사람의 뒷모습을 보며 축복의 박수를
따듯하게 바라볼수록 어두운 마음의 그늘은 점점 밝은 양지로 물들어갑니다. 저는 그 순간을 슬픔 위에 ‘서린 꽃’이 피었다는 말로 표현하곤 합니다. ‘서리다’라는 말은 마음에 슬픔이나 그리움이 쉽게 사라지지 않는 상태를 말합니다. 마음에 꽃이 피었으니 슬픔은 사라지고 대신 새로운 인연에 대한 희망이 꽃처럼 피어나게 되겠지요. 찬혁 님, 지금 겪고 있는 상실의 슬픔을 따듯한 시선으로 바라봐주세요. 그런 시선이 밝은 태양이 돼 어두운 슬픔을 녹일 수 있을 때 마음에는 아름다운 봄꽃들이 다시 피어날 겁니다. 사업을 하다 보면 지금처럼 오랫동안 의지하고 사랑했던 사람을 보내야 하는 경우가 많이 생길 거예요. 그렇게 자신의 길을 찾아 떠나는 사람의 뒷모습을 보며 슬픔이 아닌 축복의 박수를 쳐줄 수 있을 때 좀 더 성숙한 내면을 가진 진정한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어른의 행복은 수많은 슬픔을 품으며 완성돼갑니다. 찬혁 님의 30대가 그렇게 성숙해지기를 응원하겠습니다.
신기율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마인드풀링(Mindfluing) 대표이자 ‘신기율의 마음찻집’ 유튜브를 운영하며 한부모가정 모임인 ‘그루맘’ 교육센터장이다.
*독자 여러분의 상담 신청을 받습니다. 신청은 giyultv@gmail.com으로 보내면 됩니다. 채택된 사연은 ‘신기율의 마음 상담소’ 지면을 통해 상담해드립니다.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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