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쌓여 풍경이 되는 곳 옛사랑 추억 따라 근대 건축 여행 > 정책소식 | 정보모아
 
정책소식

시간이 쌓여 풍경이 되는 곳 옛사랑 추억 따라 근대 건축 여행

작성자 정보

  • 공감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본문

btn_textview.gif



서울 중구 ‘정동길’
전국 곳곳에서 경쟁하듯 열리는 ‘문화유산 야행(夜行)’ 프로그램의 원조를 아시는지. 서울 중구 ‘정동길’이다. 2015년 첫선을 보인 후 매년 20만 명 이상 찾으며 대표 문화유산 야행 명소로 자리 잡았다. 야행을 여는 봄도 좋지만 만추를 향해 달려가는 정동길은 젊은 세대들의 ‘최애(가장 사랑하는)’ 고궁부터 근대 건축, 분위기 좋은 카페와 맛집 등이 촘촘하게 모여 있어 요즘 그야말로 인산인해다. 유난히 짧게 느껴지는 가을,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한 지역 문화매력 100선 ‘로컬100’ 문화마을·거리·상권 중 하나이자 수많은 옛사랑의 추억이 남아 있는 정동길을 걸었다.





마음속 추억 하나쯤, 정동길
‘언젠가는 우리 모두 세월을 따라 떠나가지만/ 언덕 밑 정동길엔 아직 남아 있어요/ 눈 덮인 조그만 교회당.’
가수 이문세의 노래 ‘광화문 연가’를 작사·작곡한 고 이영훈 씨는 알았을까? 정동길이 이토록 핫플레이스가 될 줄을. 주말이었던 11월 10일 찾은 정동길은 남녀노소, 내·외국인 관광객이 한데 섞여 가을의 운치를 만끽하고 있었다. 노란 은행나무가 굽어보는 돌담길 아래에선 버스킹 공연이, 왕복 2차로 도로를 따라 이어진 은행나무 가로수 아래에선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연인과 가족들이 정동길의 또 하나의 풍경이 돼줬다.
누구에게나 마음속에 추억 하나쯤 있는 곳이 정동길이지만 최애 코스는 각자 다르다. ‘광화문 연가’ 노래 속 덕수궁돌담길과 조그만 교회당뿐 아니라 시간이 흘러 이 가을에 특히 사랑받는 코스는 따로 있다.



덕수궁 한눈에, 정동전망대
‘뷰 맛집’이 유행인 요즘, 덕수궁을 한눈에 내려다보고 싶다면 ‘정동전망대’로 가볼 일이다. 서울시청 서소문1청사 13층에 위치한 정동전망대는 각종 매체와 누리소통망(SNS) 등을 통해 알려지면서 외국인 관광객들도 일부러 찾는 덕수궁 필수 코스가 됐다.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전망대에 오르면 커다란 창문 너머 덕수궁이 한눈에 들어온다. 창밖으론 울긋불긋 단풍이 더해진 덕수궁뿐 아니라 정동과 광화문, 빌딩 숲 너머 인왕산까지 눈앞에 펼쳐진다. 전용 엘리베이터 반대편에 전시된 덕수궁 일대의 옛 사진 자료도 볼 수 있다.
진짜 정동길은 덕수궁돌담길을 지나서야 이어지지만 사실상 출발점은 덕수궁이다. 레드카펫이 깔린 듯 단풍이 내린 호젓한 덕수궁은 명불허전 가을 나들이의 실패 없는 선택지다. 덕수궁의 동문으로 자리했다가 정문 역할을 하게 된 대한문 안쪽으로 들어서자마자 직진하면 나무 그늘 아래 산책로가, 오른쪽으로 향하면 카페 ‘사랑’이 나온다. 야외석에 앉아 단풍 내린 연지(연못)를 바라보며 따뜻한 차 한 잔 하거나 연지를 동그랗게 두른 평평한 바위를 의자 삼아 잠시 숨 고르고서 산책에 나서는 것도 좋다. 6만 1500㎡의 덕수궁 영역엔 중화문, 준명당, 석어당, 석조전, 덕홍전, 함녕전, 즉조당, 중화전, 돈덕전 등의 전각이 남아 있거나 복원돼 있다. 순탄치 못했던 덕수궁의 역사에 가만히 귀 기울이며 고종이 가배(??·커피)를 즐겼던 장소인 석조전 테라스와 정관헌, 가장 최근에 복원·개방한 대한제국의 외교 공간 돈덕전까지 궁 안을 구석구석 둘러보다보면 어느새 반나절이 훌쩍 지난다.





대한제국 시간 여행, 근대 건축
정동(貞洞)이라는 이름은 조선 태조 이성계의 계비, 신덕왕후 강씨의 무덤인 정릉(貞陵)이 있었다고 해서 ‘정릉동’이라고 했다가 줄여서 정동으로 불리게 됐다고 전해진다. 덕수궁 대한문에서 신문로까지 이어지는 1㎞의 정동길을 특별하게 만드는 건 역시 시간의 켜를 그대로 간직한 근대 건축물들이다. 구한말 서구열강의 공사관을 비롯해 교육기관, 종교시설 등이 속속 들어서면서 근대문물의 중심지가 됐다. 때문에 정동길은 근대 역사 탐방 일번지로 꼽히기도 한다.
옛 대법원 건물을 새롭게 단장한 서울시립미술관부터 정동길 근대 여행의 시작이다. 코스는 배재학당역사박물관, 정동제일교회, 이화여자고등학교100주년기념관을 거쳐 ‘아관파천’의 현장 구러시아공사관(정동공원), 중명전, 정동극장까지 이어진다. 서울 중구청에서 운영하는 정동길 도보 탐방 프로그램을 신청(4인 이상)하면 해설사와 함께 정동길의 근대 건축들에 대한 숨은 이야기를 들으면서 보다 재미있게 둘러볼 수 있다. 문화유산국민신탁의 정동길 근대문화유산 탐방 프로그램인 ‘다 같이 돌자 정동 한 바퀴’는 이 구역 스테디셀러다. 고종이 3년간 머무르며 을사늑약을 맺고 헤이그특사를 파견한 장소인 중명전의 현판 한자의 명이 밝을 명(明)에서 획이 하나 추가돼 밝게 볼 명(?)이 된 이유 등 흥미진진한 역사 이야기가 펼쳐진다. 탐방 길에 서울 구 신아일보 별관, 대한성공회서울주교좌대성당, 경교장 등을 추가하면 더욱 알차다.

짧지만 강렬한 산책 ‘고종의 길’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정동극장에 이르는 길이 번잡하다면 샛길로 빠져도 좋다. 구러시아공사관이 있는 정동공원은 ‘고종의 길’의 길을 통해 덕수궁과 연결된다. 고종의 길은 아관파천 때 고종이 러시아공사관으로 비밀리에 이동하던 길을 복원·재현한 곳이다. 지난 4월부터 ‘덕수궁선원전터’의 일부 영역도 개방하고 있다. 선원전은 궁궐에서 선대 왕의 어진을 모시고 제사를 지내던 곳으로 궁궐 내에서 가장 신성한 공간이었다. 1897년에 지어져 1900년 화재로 소실됐다가 1901년에 다시 지어졌으나 일제강점기인 1920년 일제에 의해 완전히 훼철됐다. 이후 경성제일공립고등여학교, 조선저축은행 중역사택, 미국공사관 부속건물 등이 자리하는 등 수난을 겪었다. 현재는 잔디만 덮여 있지만 둘레를 따라 고종의 길을 이어갈 수 있다. 고종의 길은 덕수궁 내부 전용 보행로로 이어져 통행 가능 시간 내엔 영국대사관저 방향으로도 통한다. 무료 개방하는 세실극장의 옥상 전망대도 들러볼 것. 높지 않지만 가을로 물들어가는 덕수궁이나 로마네스크 건축양식이 돋보이는 대한성공회서울주교좌대성당을 좀 더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성당 아래 마당 한쪽에 착한 가격에 음료를 파는 카페에서 차 한 잔 사서 서울도시건축전시관 옥상에 앉아 지친 다리를 쉬어가는 것도 방법이다.

맛집도 세대교체
돌담길, 정동길을 따라 이어지는 맛집도 세대교체 중이다. 노포가 많이 사라진 대신 다국적 디저트와 다양한 주전부리가 공존한다. 돌담길을 걷기도 전에 달콤한 향을 맡았다면 근원지는 와플과 크로플 전문점이다. 매일 긴 줄이 늘어서 있다. 행사와 축제가 있을 땐 덕수궁돌담길을 따라 거리 상점이 들어선다. 거리 상점이 없는 날엔 다양한 장르의 버스킹 공연과 추억의 간식인 군밤, 쥐포, 번데기, 솜사탕 등을 파는 노점이 이어진다.
근대 건축도 전시관이나 체험관 일색이던 것과 달리 이전보다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서울 구 신아일보 별관 건물엔 와인바가 문을 열었다. 그 옆 구옥을 활용한 카페테리아도 있어 자리가 나길 기다리는 줄이 담을 따라 이어진다. 정동길 은행나무와 눈높이를 나란히 할 수 있는 한 카페에서는 들어서기도 전에 직원이 “만석”을 알린다. ‘한 번도 안 가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가본 사람은 없다’는 가을 정동길에선 흔한 풍경이다.

박근희 객원기자



또 다른 로컬100 대학로
서울 종로구 동숭동 대학로도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한 지역 문화매력 100선 ‘로컬100’ 문화마을·거리·상권에 함께 올랐다. 종로4가에서 혜화동로터리에 이르는 대로를 중심으로 150여 개의 극장이 모여 있어 공연 문화의 중심지로 통한다. 서울대학교 캠퍼스가 관악구로 옮겨가기 전까지 서울대 문리과대학·법과대학·의과대학 등이 있던 자리기도 하다. 극장과 공연장을 비롯해 건축 거장 김수근의 대표작 중 하나인 ‘아르코미술관(구 미술회관)’, 마로니에공원과 가까이 낙산공원이 이어져 연중 다양한 행사와 문화콘텐츠를 만날 수 있는 젊음의 거리다.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관련자료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최근글


  • 글이 없습니다.

새댓글


  • 댓글이 없습니다.
알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