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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배추 전쟁은 이제 시작 이상기온에도 살아남는 배추를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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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식량과학원 고령지농업연구소 이영규 고랭지배추연구실장
원래 배추는 서늘한 기후에서 잘 자란다. 여름에도 서늘한 강원 고랭지 지역에서 여름 배추를 키우는 이유다. 그러나 2024년 여름 전례 없이 이어진 폭염 때문에 여름 배추 수급에 문제가 생겼다. 한때 일반 소매점에서 배추 한 포기 가격이 2만 원이 넘을 정도로 수확량이 줄어 가격이 폭등했지만 그마저도 품질이 썩 좋지 않았다.
국립식량과학원 고령지농업연구소 이영규 고랭지배추연구실장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대관령 지역의 7~10월 평균 기온은 17℃, 최고 기온은 27℃였다. 이 실장은 “배추 생육에 적합한 온도는 20℃인데 결구(배추 속이 드는 것)는 그보다 더 낮은 온도인 15~16℃에서 잘 형성된다”며 “고온과 가뭄이 계속되면 결구가 잘 되지 않고 속이 썩어버려 수확을 할 수 없는데 특히 올여름 환경이 배추 생육에 좋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앞으로 이런 기후변화가 지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 실장은 “기후변화라고 하면 온난화를 떠올리기 쉽지만 사실 돌발적인 현상이 발생하는 것도 배추 생육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그동안 자연은 규칙적이어서 자연을 따라가면 먹을 것을 얻기 어렵지 않았다”며 “그러나 갑작스러운 가뭄, 집중호우 같은 기상 이변이 자주 나타나면서 흙과 작물이 모두 건강하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여름 배추의 수급 문제는 이제 시작이다”라고도 덧붙였다.
보다 근본적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이 필요한 때다. 이에 농촌진흥청 산하 국립식량과학원 고령지농업연구소에서는 9월 고랭지배추연구실을 설치하고 기후변화에 따른 여름 배추 재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섰다. 이 실장은 “장기적으로는 여름 배추에 대한 품종 개량을 통해서 더워지는 환경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게 하겠지만 지금은 우선 가장 골칫거리인 ‘반쪽시들음병’ 방제와 윤작·스마트팜 등 재배기술을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연구실은 이 실장을 포함해 6명의 연구인력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 중 박수형 농업연구관은 여름 배추 재배 환경을 개선하는 스마트팜 연구를, 백계령 농업연구사는 윤작 등 여름 배추 재배 방식의 변화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이들에게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방안 등을 들어봤다.



올해 여름 배추 작황이 좋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인가?
(이영규 실장, 이하 ‘이’) 유례없이 계속된 폭염 외에도 반쪽시들음병이 확산되고 있어서다. 반쪽시들음병은 토양에 있는 병균 때문에 생기는데 배추가 잘 자라다가 수확하기 7~10일 전에 갑자기 시들어버리는 병이다. 이렇게 되면 열심히 재배한 배추를 출하시키지 못해 극심한 피해를 겪는다. 지금까지는 방제 약재가 없었다.

반쪽시들음병의 원인은 무엇인가?
연구가 진행 중인데 아마 이 병의 원인이 되는 균이 자라기에 적절한 온도가 됐기 때문일 것이다. 이 균의 생육 온도가 24℃ 정도 되는 것 같은데 최근 들어 고랭지 지역의 기온이 올라가면서 토양 속에 있던 균이 활발하게 증식하게 된 것이다. 결국 기후변화로 인해 생긴 병이다.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우선은 생물 방제를 하고 있다. 생물 방제란 미생물퇴비를 이용하는 것인데 반쪽시들음병의 균이 토양에서 증식하는 만큼 퇴비에 미생물을 넣어 뿌려 증식을 억제하는 것이다. 지금 생물 방제를 시행한 지 2년 차인데, 상당한 효과가 있어 올해 생물 방제를 한 농가와 그렇지 않은 농가의 출하량이 큰 차이가 날 정도다.

반쪽시들음병이 기후변화로 인해 생긴 것이라면 앞으로도 이런 문제가 계속해서 발생할 것 같다.
바로 그 이유 때문에 고랭지배추연구실이 생겨났다. 과거 해외에서 유입된 뿌리혹병이 창궐한 적이 있었다. 방제를 위해 오랜 기간 연구를 통해 해결하고 있다. 2011년에는 해외에서 유입된 씨스트선충이 발생했다. 앞으로도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병해충이 발생해 피해를 줄지도 모른다. 이와 비슷한 문제가 지금 반쪽시들음병이다.
반쪽시들음병을 전혀 대비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새로운 병이나 해충이 발생할 때에 대비해 연구자들이 꾸준히 연구를 진행해왔다. 이걸 좀 더 체계적이고 집중적으로 대비하고 대응하는 곳이 이곳, 고랭지배추연구실이다.

마치 우리 사회가 코로나19 이후 포스트 팬데믹에 대응하는 것 같다.
기후변화는 그렇게 준비해야 하는 문제다. 앞으로 여름 배추를 구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예측은 과장이 아니다. 그래서 고령지농업연구소에서는 여름 배추 수급을 안정시키기 위해서 준고랭지에서 여름 배추를 재배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러다가 고랭지배추연구실을 열게 된 것이다.

고랭지배추연구실에서는 무엇을 연구하나?
(박수형 연구관, 이하 ‘박’) 반쪽시들음병의 생물 방제를 농가에서 활용할 수 있게 하는 것과 동시에 재배 기술의 변화도 꾀하고 있다. 여름 배추는 노지에서 재배되는 작물이지만 스마트 농업 기술을 적용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노지 스마트팜 기술을 개발 중이다. 윤작 재배 방식도 연구 중인데 반쪽시들음병 같은 경우 기후변화의 문제도 있지만 계속해서 배추를 재배하다보니 토양 병원균의 밀도가 증가한 원인도 있다는 생각에서다. 다른 작물과의 돌려짓기, 연속재배 등을 비교해 연구하면서 여름 배추 재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고 한다.

여름 배추에 대해 이렇게 연구해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
우리 식문화에서 배추는 떼어놓을 수 없는 작물이다. 그리고 사실 여름 배추를 비롯한 배추의 품질을 따지고 보면 세계에서 우리 배추가 최고다. K-푸드 등이 인기를 얻으면서 배추에 대한 수요는 나날이 늘어가는데 외국의 배추는 우리 배추의 알찬 품질을 따라가지 못한다. 이러한 명성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여름 배추를 안정적이고 좋은 품질로 공급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에 없던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쉽지만은 않을 텐데.
이번이 우리의 첫 시도가 아니다. 2022년부터 여름 배추 재배 문제가 제기됐는데 그때 농촌진흥청이 주관해서 부처를 총괄해 해법을 만들어보고자 ‘유레카 프로젝트’를 만들었다. 그 다음해에는 ‘종횡무진 협업 프로젝트’가 펼쳐졌다. 고랭지배추연구실 이전에도 브레인스토밍은 계속해온 것이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무엇보다 어떤 병원균이 어떻게 나타날지 모르는 상태에서 자연을 상대로 싸우려면 해법이 잘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새로운 방식으로 생각하고 연구해야 하는데 이럴 때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

연구를 하는 데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중요하다고?
(백계령 연구사, 이하 ‘백’) 연구실에서 비교적 어린 축에 속하는 나에게 선배들은 항상 농민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강조했다. 사실 학교에서는 실험실에서 가설을 세우고 연구만 하면 된다. 그런데 이곳 연구소에서 개발되는 기술들은 ‘쓰임새’가 중요하다. 농민들이 쓰지 않으면 노력이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다. 바꿔 말하자면 농민들에게 필요한 연구를 해야 한다는 거다.
그래서 농민들에게 문제가 무엇인지 묻고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 조언을 구하고, 기술을 개발하고 나면 설명회나 강의를 열어 충분히 정보를 전달한 다음 이 기술을 활용해볼 농가를 찾는다. 이 과정에서 선배들의 도움을 정말 많이 받았다.



여름 배추 문제가 민생의 문제라는 점이 잘 와닿는다.
또 하나 더 우리가 하는 연구의 특징은 지속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여름 배추뿐 아니라 기후변화에 따른 문제는 우리가 작물을 짓고 수확을 한 다음에는 신경을 쓰지 않았던 데서 비롯된 부분도 있다. 지금 내가 연구하는 윤작은 흙을 건강하게 해서 궁극적으로는 자연 본연의 힘을 기르려고 하는 것이다.

기후변화는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대응하는 것이라는 얘기로 들린다.
예전에는 인간이 욕심을 좀 부려도 자연은 우리에게 한없이 베풀어줬다. 그런데 욕심이 좀 과했던 것 같다. 우리에게 더 이상 내줄 것이 없는 상태가 된 것이 바로 지금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자연의 완충력을 되돌려주기 위해 우리가 노력해야 한다는 인식이 우리 연구실에는 깔려 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도 알려달라.
크게 네 가지다. 여름철 높은 온도를 차단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는 것, 토양 병해충을 방제하는 것, 토양의 지력을 높이는 것, 윤작체계를 만드는 것이다. 고온을 차단하려고 저온성필름, 미세살수 같은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토양 병해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앞서 말했듯 생물 방제 같은 방법을 시험 중이다. 토양 본래의 힘을 되돌려주고 이를 위해 윤작체계를 만드는 연구도 다각도로 진행하고 있다.

목표는 무엇인가?
출하율을 90% 이상 높이는 것이다. 최근에는 여름 배추의 출하율이 50%도 되지 않는 실정이다. 지력을 높이고 토양 병해충의 방제 효율을 증가시키면서 농가는 소득 손실 없이, 국민들은 배춧값에 대한 스트레스 없이 안정적인 민생을 이루는 것이다.
국민들이 늘 맛있는 배추를 먹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올해 여름 배추가 맛이 없다고 하는데 그건 속이 덜 차서 그렇다. 원래는 최소한 60일 이상 결구를 맺어 내보내야 하는데 요즘은 60일을 못 채우고 수확할 때가 종종 있다. 날이 너무 더워서 그렇다. 꽉 찬 배추로 맛있는 김치를 만들어 국민의 식탁이 행복해지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김효정 기자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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