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직 소방관 사진으로 160만 명 울리고 ‘소방네컷’으로 국민과 소통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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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네컷’ 소방문화 알리는 소방청 장복환 팀장·김은수 소방위
사진을 받아든 여성이 감정에 복받쳐 눈물을 쏟는다. 또 다른 사진을 받아든 남성은 놀라서 말을 잇지 못한다. 유튜브 ‘원더맨’ 채널과 유튜브 ‘소방청TV’에 올라온 영상이다. ‘세상에서 가장 놀라운 가족사진’이라는 제목의 영상으로 조회수 156만 회를 넘어서며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도대체 어떤 사진일까? 영상 속 주인공들은 2017년 강원 강릉시 석란정에서 발생한 화재를 진압하다 순직한 이영욱 대원의 아내 이연숙 씨, 같은 화재에서 순직한 이호현(27) 대원의 동료 손영호·박민수 씨,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소방헬기를 몰고 실종자 수색 지원에 나섰다가 추락해 순직한 신영룡 대원의 부친 신두섭 씨다. 이들이 받아든 사진 속에는 각자가 떠나보낸 가족, 동료가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자신들과 나란히 있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사진들은 소방청이 지난 추석을 앞두고 깜짝 프로젝트를 기획해 유가족들 몰래 만든 것이다. 그 과정은 영상 속에 그대로 담겨 있다. 영상 제작은 사회실험을 주로 다루는 유튜브 채널 ‘원더맨’이 함께했다.
영상은 먼저 ‘소방 캐릭터와 함께 즉석사진을 찍으면 무료로 액자를 드린다’는 이벤트를 핑계로 순직 소방관의 유가족과 동료들을 초청해 즉석사진관 ‘인생네컷’ 차량에서 사진을 찍게 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잠시 후 이들이 받아든 사진 속에는 소방 캐릭터 대신 떠나보낸 가족과 동료가 웃고 있다. 그리워하던 남편이, 꿈에도 잊지 못하는 아들이, 늘 옆에 있던 동료가 함께 찍힌 사진을 보고 이들은 꾹꾹 눌러 참아왔던 감정을 터트렸다
이연숙 씨는 “너무 힘들어서 남편의 사진을 다 버렸는데 귀한 선물을 줘서 너무 고맙다”며 눈물을 흘렸다. 무뚝뚝한 표정으로 등장했던 신두섭 씨는 사진을 받아들고 “귀중한 우리 아들 잘 커줘서 고맙다. 부디 하늘에서 잘 있어라”라며 인사를 건넸다. 손영호·박민수 씨는 “사진을 볼 때마다 이호현 대원이 많이 생각날 것 같다”며 눈시울을 붉혀 영상을 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울렸다. 이 영상에는 ‘숭고한 희생과 헌신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살아도 죽어도 모두 우리의 영웅이다’, ‘잊지 않고 기억하겠다’는 위로와 격려의 메시지가 줄줄이 달렸다.
소방청은 이 영상을 시작으로 ‘인생네컷’과 손잡고 대국민 참여 프로젝트인 ‘소방네컷’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이 캠페인은 인생네컷 부스에서 소방을 테마로 한 프레임을 선택해 사진을 촬영하면 소방관과 함께한 사진이 나온다. 넷플릭스 예능 프로그램 ‘사이렌 불의 섬’에 출연해 얼굴을 알린 김현아 소방장, 2024 세계소방관경기대회에서 최강소방관으로 뽑힌 윤바울 소방교, 소방청 공식 유튜브 ‘쭈니쩌니’의 송준형 소방사가 모델로 참여했다. 배우 최다니엘과 가수 박태훈도 모델로 동참했다. 이번 캠페인을 통해 모인 수익금 전액은 순직 소방관 유가족 단체에 기부될 예정이다. 10월 1일 시작한 캠페인은 소방의 날인 11월 9일까지 이어졌다.
‘세상에서 가장 놀라운 가족사진’ 영상부터 ‘소방네컷’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진행한 이들은 소방청 대변인실 장복환 디지털소통팀장과 김은수 소방위다. 올해 초 대변인실 내에 대외협력계가 발족하며 한 팀이 됐다. 11월 9일 소방의 날을 앞두고 국민과의 소통 문턱을 낮추고 있는 이들을 만났다.
‘세상에서 가장 놀라운 가족사진’ 영상을 보며 순직 소방관 유가족과 동료들의 아픔을 느꼈다.
김은수(이하 김) 촬영 현장에서 제작 스태프를 비롯해 대변인실 직원 모두가 가슴 아파하고 함께 울었다. 강원소방본부의 협조를 얻어 몰래카메라 형식으로 진행했는데 순직 소방공무원의 사진을 얻기부터 유가족을 모셔오기까지 과정이 쉽지 않았다. 그들에게 또 다른 슬픔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순직’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가볍게 다룬다고 여기진 않을까 걱정도 했다. 그들에게 피해가 되지 않고 결례가 되지 않는 선에서 진정성 있게 다가가고자 노력했다. 다행히 참여자분들이 감사해 하며 좋은 추억을 남겼다고 말해줘 기뻤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김 고 이영욱 대원의 아내 이연숙 씨는 지금까지도 남편을 잊지 못해 힘들어 하고 있다. 소방서 근처는 얼씬도 하고 싶지 않다며 사진 찍기도 거부했다. 남편의 사진을 모두 버렸다고 해서 어렵게 사진을 구했다. 그런데 막상 남편과 나란히 있는 사진을 보며 ‘귀한 선물을 줘 정말 감사하다’고 눈물을 쏟았다. 아직도 남편이 매일 보고 싶다고 하면서 ‘이런 소방관이 있었지’라고 기억만 해줘도 정말 고맙고 감사하겠다고 말해 현장에 있던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영상을 기획하고 제작하게 된 계기가 있나?
장복환(이하 장) 추석을 맞아 가족의 의미를 일깨우고 순직 소방관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제고하기 위해 기획했다. 무엇보다 소방의 선한 영향력을 보여주고 싶었다. 각박한 사회 안에서 착한 콘텐츠가 따뜻한 사회를 만들어나가는 데 일조했으면 한다.
10월 1일부터 11월 9일까지는 인생네컷과 ‘소방네컷’ 프로젝트도 진행했다.
장 국민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고자 하는 시도들 중 하나다. 소방이 갖는 여러 상징적 의미 중 젊음, 열정, 헌신 등의 키워드에 집중했다. 소방이 갖는 숭고한 직업적 가치관을 직관적으로 알리기보다 문화에 녹여내 국민과 소통을 이끌어내고 싶었다. 이를 위해 10대와 20대에게 친숙한 ‘인생네컷’을 접목시켰다. 인생네컷 200여 개 지점에서 진행했고 누리소통망을 통해 캠페인이 확산됐다. 국민들이 소방관에 대해 더 가까워진 것 같다.
올해 소방청의 대국민 활동이 달라졌다는 얘기가 많다.
장 국민에게 친근한 소방청이 되기 위해 변화와 혁신을 거듭하고 있다. 그동안 국민이 소방정책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 불 끄고 사람을 구하는 게 전부인 줄 안다. 수요자인 국민을 중심으로 뭘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국민의 일상에 필요한 요소를 중심으로 소방정책과 제도가 만들어진다. 국민 중심의 정책 발굴에 힘쓰고 있다.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김 ‘재외국민 119 응급의료상담 서비스’를 진행 중이다. 해외여행 중 병이 나거나 다쳤을 때 도움을 줄 수 있는 응급의료상담 서비스다. 응급상황 발생 시 카카오톡을 통해 ‘119구급상황관리센터’로 문의하면 응급처치 방법과 복약법 등 의료상담을 365일 24시간 언제나 받을 수 있다. 또한 ‘119헬리(Heli)-EMS’도 운영 중이다. 골든타임 확보가 중요한 심정지나 심·뇌혈관, 중증외상 등 중증 응급환자와 병원 간 전원 환자 중 헬기 이송이 필요한 환자를 대상으로 한다. 헬기에 전문의가 동승해 신속 정확한 응급처치가 이뤄지도록 노력하고 있다.
10월 5일에는 순직 소방관을 추모하는 메모리얼데이 행사가 있었다. 순직 소방 공무원 559인을 기리는 첫 추모 문화제다.
장 메모리얼데이를 통해 폐쇄적이고 엄숙하던 기존의 추모행사를 바꿔보고 싶었다. 그들을 기억하는 시간을 행복한 시간으로 만들어보자는 취지다. 다채로운 문화행사를 준비하고 소방 체험존을 만들어 시민들과 어울리는 시간을 가졌다. 물론 순직 소방관의 유가족과 동료들의 사연을 전하는 일은 조심스럽게 이뤄져야 하는 일이다. 이들의 마음을 보듬기 위해 소방청뿐만 아니라 국민이 함께 나서야 한다고 생각했고 밝은 분위기의 추모 문화제를 기획하게 됐다.
소방관이 어떻게 인식되길 바라나.
김 올해 소방청의 슬로건은 ‘국민안전을 지키는 든든한 버팀목 119’다. 국민의 안전을 지켜나가기 위한 노력과 동시에 국민의 소중한 일상을 지키는 소방관의 진심을 전하고 싶다. 자유와 번영은 안전이 기반돼야 한다. 안전의 토대를 만들어간다는 자부심으로 국민에게 한 발 더 가까이 다가서고 싶다.
서경리 기자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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