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 국가대표 코치 “힘들어도 아이가 주는 행복 더 커…둘째 생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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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6시. 오혜리 태권도 국가대표 코치가 새벽 훈련을 위해 집을 나서는 시간이다. 지난 8월 ‘2024 파리 하계올림픽’에서 가장 유명해진 지도자를 꼽자면 오심을 바로 잡았던 오혜리 코치다. 오 코치는 파리올림픽이 끝나자마자 학교로 돌아가 학생들과 수업하고 있으며, 얼마 전에는 전국체육대회도 치렀다. 태권도는 시즌, 비시즌이 따로 없다. 올림픽은 4년 뒤에 있지만, 벌써 국가대표 예선전을 준비하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아무리 바빠도 오혜리 코치는 4살 된 딸 ‘이서’와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을 빼먹지 않으려고 애쓴다. 올림픽 기간 선수촌에서 생활하다 보니 집으로 돌아온 시간이 그녀에게 더욱 소중하다. 새벽 운동 시간이 끝나면 잠깐이라도 이서를 보기 위해 집에 들렀다가 다시 나간다.
학업과 선수 생활, 그리고 출산한 지 3개월 만에 다시 학교와 국대 지도자 생활을 병행하면서도 아이에 대한 사랑은 더 깊어진다. 오 코치는 “이런 상황이 결코 쉬운 건 아니지만,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어 좋은 기회이며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출장과 훈련이 많지만 제가 지금까지 아이를 키울 수 있는 것은 남편의 육아 참여도가 높기 때문”이라며 남편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특히 “남편도 일을 해서 힘들 텐데, 제가 주말에 출장 일정이 잡히면 아이를 돌봐주고 가족들과도 항상 무언가를 같이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오 코치는 아무리 힘들어도 이서한테는 표현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녀는 “지친 모습을 보여주면 고스란히 아이에게 전해질까 봐 보여주지 않으려고 한다”며 “또, 힘들어도 스마트폰은 보여주지 말자고 남편하고 약속하고 저희가 할 수 있는 시간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새벽 운동을 하고 잠깐이라도 집에 들러서 아이와 시간을 보내는 것도 그녀가 할 수 있는 육아법 중 하나다.
육아 시간이 부족한 오 코치는 둘째를 생각하고 있다. 그녀는 “사실 지금 제 상황에서는 어려운 게 사실인데, 이서만 생각하면 형제가 있으면 정말 좋겠다 싶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아이를 키우면서 힘들지만, 아이가 주는 행복이 정말 크다”며 “‘기쁨’이고 ‘행복’이고 ‘사랑’ 그 자체”라고 강조했다.
둘째를 생각하는 오 코치는 아이를 키우며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엄마로서 부모들의 고충을 조금이라도 덜어주는 정책들이 활성화되길 바랐다. 그녀는 “정부에서 저출생 극복을 위한 좋은 정책을 많이 내고 있고 최근 출산과 육아에 대한 반전 분위기가 있다고 하니 긍정적인 생각이 든다”며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기관이나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런 점들이 정책에 반영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한 저출생 극복을 위한 정책이 잘 안정화됐으면 하는 마음을 내비쳤다. 오 코치는 “어떤 정책이 처음에 도입될 때는 여러 가지 의견이 있지만, 나중에 안정화되면 ‘처음에는 그랬었지’라는 생각과 함께 잘 활용되는 경우를 봤다”며 “좋은 정책이 정착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제도를) 잘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면 자연스럽게 인식 개선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다음은 오혜리 코치와의 일문일답.
◆ ‘2024 파리 하계올림픽’ 마치고 어떻게 지내고 계시는지요?
파리올림픽 끝나고 바로 학교로 돌아와서 학생들과 수업하고 얼마 전에는 전국체육대회도 치렀습니다. 전국체전에서 태권도는 사전 경기였는데 좋은 성적으로 잘 마쳤고 이제 국가대표 예선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태권도는 비시즌이 따로 없어서 올림픽은 4년 뒤에 있지만 그 트랙을 준비하기 위해 계속 시즌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래도 올림픽 기간 선수촌에서 생활하다가 집으로 돌아오니 틈틈이 이서(딸)랑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 최근 2030세대의 결혼, 출산 의향이 크게 높아졌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으며 맞벌이의 과반수가 일·가정 양립을 위해 필요한 사항으로 ‘육아를 위한 시간 확보’를 꼽았습니다. 코치님께서는 일·가정을 양립하는 과정에서 고비는 없으셨는지. 선수 생활과 석·박사 학업을 병행하시면서 출산을, 국가대표 코치와 교수직을 병행하시면서 누구보다 육아 시간이 부족했을 텐데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우선 애로사항이라고 하면 아이가 너무 빨리 크는데, 제가 훈련이나 수업으로 볼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아서 한 번 출장 갔다 오면 쑥 커져 있고 또 쑥 커져 있고 하니 시간이 너무 아깝고 아쉽더라고요.
출장이나 훈련이 많지만 제가 지금까지 아이를 키울 수 있는 것은 남편의 육아 참여도가 높기 때문에 할 수 있던 것 같고 항상 남편한테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특히 남편도 일을 하기 때문에 제가 주말에도 출장 일정이 잡히면 아이를 돌봐주고 가족들과도 항상 무언가를 같이하려고 합니다.
저도 아무리 바쁘더라도 최대한 이서랑 같이 시간을 보내려고 많이 노력합니다. 피곤할 때 누워 있고 싶을 때가 있는데 누워 있으면 남편이 깨워서 빨리 뭐라도 하라고 잔소리하지 않고 안쓰러워하면서 오히려 자라고 해요. 그러면 잠깐 컨디션 회복하고 다시 아이와 놀거나 일로 복귀하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 앞서 말씀하신 대로 여러 가지 노력 중 남편의 육아 분담이 눈에 띄는데요, MZ세대 부모로서 좌충우돌 속에도 부부가 함께 키우면서 가장 중점을 두고 노력하는 부분 또는 방향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남편은 무조건 ‘건강하게’, ‘예의 바르게’ 키우려고 하는 편이고 저도 그 점을 공감해서 함께 하고 있습니다. 또 저희 부부가 아이 앞에서 사소하게라도 다투거나 스마트폰을 계속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엄마, 아빠가 그런 행동을 하면서 아이에게 하지 말라고 하는 거는 아닌 거 같아서 서로 약속한 부분입니다.
그런데 이서가 요새 스마트폰을 보고 싶어 하거든요. 저희가 스마트폰을 보면 경찰 아저씨가 잡아간다고 해서 그렇게 믿고 있어요(하하). 나중에 진실을 알고 후폭풍이 걱정되긴 하지만 그래도 저도 남편도 아이랑 있을 때 핸드폰을 안 하려고 해요. 제가 일을 해야 하니 저도 모르게 핸드폰을 쓰게 되는데, 남편이 나중에 이서가 보고 배울 거 같다고 얘기하면 저도 자제하려고 노력하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평소 제가 표현을 잘 못하는 성격인데, 딸한테는 표현을 많이 해주려고 하고 저도 모르게 나오더라고요. 대화도 많이 해요. 놀 때 이서가 점프를 하면 한 발로 해보라고 하거나 가운데로 와서 뛰어보라고 하거나 자꾸 더 미션을 주게 돼요(하하). 그래서 그런지 이서가 운동 신경도 좋고 밝고 건강하게 잘 자라줘서 고마워요.
◆ 저출생 극복을 위해 정부의 지원 정책은 과거에 비해 확대됐지만, ‘자유로운 육아휴직제도 사용’, ‘남녀평등한 육아참여 문화조성’ 등이 적극적으로 개선되어야 한다는 다수의 의견이 있습니다. 함께 고군분투하는 엄마로서 인식 개선을 하기 위한 방법이 있다면?
어떤 정책이 처음에 도입될 때는 여러 가지 의견도 있지만, 나중에 안정화되면 ‘처음에는 그랬었지’라는 생각과 함께 잘 활용하는 경우를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좋은 정책이 정착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거 같고 대신 정책이나 제도를 잘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면 자연스럽게 인식 개선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남자 육아휴직 제도만 보더라도 처음에는 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잘 안 하기도 했지만, 요즘 주변에 보면 남자도 육아휴직을 하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어떻게 보면 그런 좋은 사례들이 더 많이 나오면 인식 개선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 같아요.
◆ 이번 ‘2024 파리 하계올림픽’에서 오심 잡은 코치님의 리더십이 화제에 올랐습니다. 남다른 카리스마로 학생들을 가르치시는 것처럼 코치님만의 육아법이 있을까요?
저는 이서한테 특별하게 뭘 해줘야겠다는 것보다 좋은 것을 함께 많이 하려고 합니다. 책을 많이 읽으면 좋다고 하고 잘 놀고 잘 뛰어놀면 좋다고 해서 같이 놀아주는 편입니다.
영상을 안 보는 시간에 책을 읽어주고 책 읽는 것도 계속할 수는 없으니 자기 전에는 책을 읽는다고 하면 평소에는 놀이터에 가서 놀거나 카페나 다른 야외 활동을 합니다. 이서가 먹는 것을 좋아해서 소금빵과 같은 군것질을 하고 제가 어렸을 때 했던 놀이를 떠올려서 쎄쎄쎄(손뼉치기) 같은 놀이를 하면서 시간을 보냅니다.
운동은 요즘 동네 아파트 단지에서 친구들이 자전거를 타기 시작해서 이서도 보조 바퀴가 달린 네 발 자전거 타는데, 바퀴를 특이하게 굴려요(하하). 바퀴를 한 번에 못 돌려서 주말에 연습하고 있어요. 남편도 저도 아이랑 놀면서 운동을 하는 편이에요. 놀면서 해서 그런지 빨리빨리 늘어요.
맞벌이 부부이다 보니 체력적으로 힘들지만, 주변인을 잘 활용해요(하하). 언니랑 동생이 있어서 같이 놀자 하고 만나면 중간에 언니가 잠깐 봐줄 동안 저는 충전했다가 다시 육아하죠. 가족과 노는 시간도 좋고 여러 명이 있으니 힘든 부분이 분산돼서 조금 낫더라고요.
힘들어도 이서한테는 표현하지 않으려고 해요. 지친 모습을 자주 보여주면 그게 고스란히 이서한테 전해질 거 같아서 노력하는 거죠. 그러다 보니 힘들어도 영상은 보여주지 말자고 남편하고 약속하고 저희가 이서와 놀 수 있는 시간에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새벽 운동하고 잠깐이라도 집에 들러서 아이와 시간을 보내는 것도 제가 할 수 있는 육아법 중 하나예요.
◆ 결혼이나 출산에 대한 생각이 있어도 육아 부담이나 경제적 부담 때문에 고민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코치님께서는 일과 가정을 양립하기가 쉽지 않지만, 둘째를 생각하시는 이유는? 고민하시는 분들에게 조언이나 격려의 말씀을 해주신다면.
사실 지금 제 상황에서는 아기를 못 키우는 게 맞거든요. 근데 또 어느새 4살이 돼 있더라고요. 그런 시간이 아쉽기도 하고 어른들이 말씀하시는 게 일단 낳으면 다 키운다고 하잖아요. 그게 맞나 싶으면서도 현실적으로 생각해 보면 둘째를 키우는 게 불가능하다 싶기도 해요.
그럼에도 둘째를 생각한 이유는 저희가 나중에 이서 보다 먼저 세상을 떠나게 되면 혼자 남겨지게 돼 너무 짠하더라고요. 저는 언니와 동생이 있어서 지금 너무 좋거든요. 형제, 자매가 있다는 게 얼마나 좋은지 알기 때문에 현재 상황보다는 이서를 생각하면 낳고 싶어요.
또 이서도 동네 놀이터에서 또래 친구들과 놀면 언니들이 이서를 엄청 잘 챙겨주니 동생 낳아달라고 얘기해요. 그럴 때면 아빠한테 물어보라고 하는데, 어쨌든 그런 얘기 듣고 이서를 생각하면 둘째가 있으면 정말 좋겠다 싶어요.
무엇보다 이서를 키우면서 느끼는 점이 상황이 너무 힘들지만, 아이가 주는 행복이 정말 커요. 정말 별것도 아닌 젓가락질 한 번 하는 게 행복이고 밥을 잘 먹고 잠을 잘 자고 하는 이런 일상이 제 기쁨의 활력소가 돼서 ‘이래서 다들 힘들지만, 아기를 낳고 키우는구나’하는 생각을 정말 많이 해요.
엄마가 되기 전에는 저의 엄마의 마음을 몰랐던 것들도 알게 돼서 엄마를 이해하는 차원도 확실히 달라요. ‘엄마가 이런 마음이었으니까 나한테 이렇게 했었나 보다’, ‘이렇게 혹독하게 뭐라고 하시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구나’ 등 엄마를 좀 이해하게 되는 그런 계기가 많이 됐고 제가 이서를 사랑하는 마음을 생각하니 엄마한테 받은 게 진짜 많았다는 걸 깨닫고 있어요.
어떻게 보면 아이의 사랑이 생기면서 엄마의 사랑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아이를 낳아 키우면 어른이 된다는 게 이런 느낌이구나 조금 알 것 같아요.
◆ 육아하다 보면 힘들고 지칠 때도 있을 텐데요. 그 상황에서 아이를 봤을 때 어떤 기분이 드나요? 아이는 코치님에게 어떤 존재인가요?
‘기쁨’이고 ‘행복’이고 ‘사랑’ 그 자체입니다.
밤에 들어가면 이서가 자고 있고 새벽 훈련이 있으면 아직 또 일어나기 전이니 계속 자는 모습만 보게 될 때가 있어서 훈련 끝나고 잠깐이라도 집에 들렀다 와요. 그러면 그때 ‘엄마~ 이거는 뭐고, 이거 보세요, 이거는 이서가 만든 거예요’ 이러면서 계속 조잘조잘 얘기하는데 너무 사랑스러워요. 최대한 놀다가 갈 시간이 돼서 가려고 하면 ‘이서는 엄마 껌딱지!’라며 저한테 딱 붙어 있는데, 말하는 게 너무 예쁘고 사랑스러워요.
◆ 마지막으로 정부는 저출생 극복을 위해 내년에 ‘일·가정 양립’, ‘양육·돌봄’, ‘주거’ 분야에 3조 6000억 원을 집중적으로 투자하기로 했습니다. 기대되는 정책이 있을까요? 그리고 제언 한 말씀해주세요
어린이집을 다니고 있는데 비용을 정부에서 전액 지원받고 있고 아동수당도 받고 있습니다. 유치원을 다니게 되면 지원이 달라진다고 들었는데, 유치원마다 달라서 알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정부에서 저출생 극복을 위한 좋은 정책을 많이 내고 있고 최근 출산과 육아에 대한 반전 분위기가 있다고 하니 저도 긍정적인 생각이 들어요.
저와 같은 워킹맘은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기관이나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런 점들이 정책에 반영됐으면 좋겠어요. 이번에 돌봄 서비스를 지원해 주는 차원에서 조부모랑 친인척이 돌봐주면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정책이 있다고 해서 너무 좋았는데, 제가 살고 있는 하남시는 해당이 안 돼서 아쉬웠어요. 부모님이 봐주시면 용돈이라도 드려야 해서 정부에서 지원을 해준다니 딱 좋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좋은 정책이 확대되고 잘 안착됐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전업으로 아이를 온전히 돌본다 해도 하루 종일 육아만 계속하면 지치잖아요.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엄마나 아빠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때 에너지를 충전해야 좋은 에너지로 아이랑 또 밝게 시간을 보낼 수 있으니깐요. 요즘 저출산이라고 하지만 막상 어린이집 보내려고 하면 대기해야 하고 못 가는 사람들도 많아요. 아이 키우고 사는 부모들의 고충을 조금이라도 덜어주는 정책들이 활성화되길 바랍니다.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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