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마지막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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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시사다큐 프로그램은 2024년 3월 “엄마의 마지막 집”이라는 제목으로 우리나라 고령자 주거 문제를 다루었다. 늦둥이 아들 관점에서 아버지는 요양원에 모시고, 어머니는 고령자복지주택에 모시려는 상황이 그려지며, 부모와 자식의 생각, 국내외 사례와 전문가 의견을 한데 모은 내용이다.
프로그램의 끝은 아들의 어머니가 정든 집을 떠나 고령자 복지주택에 입주하는 것이 아들을 위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노년의 엄마는 아들을 이해는 하지만 솔직한 마음은 집을 떠나기 싫다는 울음 섞인 고백으로 마음을 전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어르신을 위한 주거 정책이 누구의 입장을 얼마나 대변하고 있는가를 자문하게 되는 대목이다.
지난 7월 기획재정부는 경제관계장관회의를 통해 관계부처 합동의 ‘시니어 레지던스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저소득 어르신부터 고소득 입주자까지를 아우르는 가사·건강·여가 서비스 결합 고령친화 주거공간 조성과 공공과 민간이 다양한 유형의 주택공급을 확대하도록 지원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특히 저소득 어르신을 대상으로 하는 공공 임대주택인 고령자 복지주택의 경우 총 연간 3000호 공급을 계획함과 동시에 중산층 고령가구까지의 입주 기회 확대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고령자 복지주택은 국토부가 공급하는 공공 임대주택으로 상층부에는 무장애설계(Barrier Free Design)를 통한 고령자의 낙상 방지와 생활 접근성을 높인 주거환경을 조성하고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 저층부를 복지공간으로 조성한 형태를 갖는다.
복지부는 지자체와 협력하여 사회복지관을 해당 저층부에 설치하고 고령자 복지주택에 입주하신 어르신과 지역주민의 주거 기반 복지 서비스 접근성 강화를 꾀한다. 고령자 주거와 복지 서비스의 물리적 접근성을 주거동 또는 주거단지 수준으로 강제하여 고령자 AIP(Aging In Place, 지역사회 계속거주)를 실현하는 방안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기존 공공 임대주택 또는 민간 공급 주택에 거주하시는 대다수 고령자는 주거 기반 복지 서비스 접근성의 한계를 경험 중이다. 보건복지부는 지자체 노인 맞춤형 돌봄서비스와 노인 의료·돌봄 통합지원 시범사업을 통해 지역사회 중심 돌봄을 지원 중이나 지역의 빠른 고령화 속도와 지원 대상 급증에 충분한 대응은 어려운 상황이다.
고령자 복지주택의 강화된 복지 서비스 접근성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기존 주택 거주 고령자의 복지 서비스 접근성 강화는 미국 뉴욕시의 NORC 정책사업을 통한 시사점을 도출할 필요가 있다.
NORC는 “Naturally Occurring Retirement Community”의 약자로 ‘자연발생적 고령자 주거단지의 복지 서비스 연계 강화 사업’ 정도의 국문 표현이 적합할 것이다. 미국 뉴욕시에서 최초로 시도된 NORC 사업은 2820 가구 규모 공공 임대주택의 거주자가 청년 세대 이탈, 기존 거주자 고령화로 자연스럽게 고령자 집중 주거단지로 변하자 뉴욕시가 복지 서비스 집중연계 단지로 지정하고 입주자의 AIP를 지원함으로 시작되었다.
이후 1999년 뉴욕시는 NORC 집중 지원을 위한 조례를 마련하고 사업을 확대하였다. 2002년 미국 의회는 미국 26개 주에 3년 간 50개의 NORC 조성을 지원하는 예산을 마련하였다. 미국 NORC 정책사업은 고령자 집중 주거단지가 형성되는 지역의 주민협의체 또는 복지 서비스 공급기관의 요청과 지자체의 서비스 제공 기관 선정 및 NORC 단지 지정으로 추진된다.
NORC에 거주 노인이 집중된 만큼 개별 노인의 필요 서비스가 다양하더라도 하나의 단지 내 집합되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고 보건복지 서비스의 효율적 연계공급이 가능하다는 특징을 갖는다. 선정된 서비스 제공 기관은 지정된 NORC 단지 거주자 대상 필요 서비스 수요조사를 통해 단지별 특화 서비스 패키지를 마련한다. 공공 또는 민간 임대주택을 중심으로 지정되는 NORC 사업인 만큼 기존 주택 거주 저·중소득 고령자가 주요 정책 대상자로 특정된다. 사업 추진 이후 2007년 뉴욕시의 사업효과성 평가는 기존 임대주택 대비 NORC 거주 고령자의 사회적 고립감 감소, 필요 서비스 연계의 효율성 증가, 사회활동 참여의 적극성 증가, 자가 건강인식도 증가, AIP 실현 의지 증가를 확인하였다.
최근 경기주택도시공사는 국가의 다양한 고령친화 주거 유형 개발과 공급 확대 계획에 발맞추어 고령자 복지주택 사업모델을 개발 중이다. 우리나라의 초고령사회 진입과 고령자 주거 기반 복지 증진 정책 고도화 노력으로 향후 경기도 외에도 지역사회 특화 고령자 주거복지 실현 모델이 다양하게 마련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뉴욕시의 NORC 사업은 고령자 복지주택 외에도 기존 주택 거주 저·중소득 고령자를 위한 주거 기반 복지 증진까지도 아우를 수 있는 지역특화 모델 개발에 참고 가능한 사례이다.
아직은 건강하신 엄마의 마지막 집이 요양원과 같은 시설 보다는 고령자 복지주택이 되도록 개선되는 상황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이 시대의 엄마가 당신 사시던 정든 곳에서 지낼 것을 희망하신다면 단지 또는 마을 단위로 서비스가 집중 연계될 수 있는 방안도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 고영호 건축공간연구원 연구위원,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 민간위원
건축공간연구원 고령친화정책연구센터장, 기획재정부 인구위기대응 TF 고령사회 대응반 위원 등으로 활동하였으며, 현재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민간위원, 국토교통부 인구대응협의체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고령자 주거와 복지의 연계, 고령친화 공동체마을 등에 대한 고령친화 건축도시공간 정책연구 전문가이다.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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