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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 필터 해초 병원균 걸러내고 바닷물 정화시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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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위에서 나무들이 숲을 이루는 것처럼 바다에도 숲이 있다. 바로 해조와 해초가 무성하게 서식하는 공간이다. 일명 ‘바다숲’이다. 특히 해초는 수많은 해양생물의 보금자리이자 바다 병원균을 걸러내는 천연 필터 역할까지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조와 해초는 어떻게 다르고 또 해초는 어떻게 병원균을 물리치는 파수꾼 역할을 할까?

항균물질 내뿜어 병원균 제거
바다에 서식하는 식물은 크게 해조류와 해초류가 있다. 해조와 해초는 이름뿐 아니라 생김새와 서식지도 비슷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종종 이 둘을 혼동해서 쓰기도 한다. 하지만 해조와 해초는 서로 다른 종이다.
해조는 바다에 서식하는 조류(바닷말)를 통틀어서 이르는 말이다. 크게 파래 등의 녹조류, 미역·다시마 같은 갈조류, 김·꼬시래기 등의 홍조류로 구분된다. 해조는 뿌리, 줄기, 잎과 같이 명확하게 분리된 기관이 없다. 전체가 잎으로 돼 있고 꽃을 피우지 않는다. 주로 수심 5~30m에 널리 분포돼 있는데 곰팡이처럼 포자로 번식을 한다.
해초는 바닷속에 살면서 꽃을 피우고 씨로 번식하는 식물을 말한다. 해조와 달리 뿌리, 줄기, 잎이 명확하게 구분돼 있고 꽃가루로 꽃가루받이를 한다. 줄기는 뿌리처럼 퇴적물 속에 있어서 보이지 않고 줄기 바깥으로 나온 잎만 보인다. 전 세계에는 약 60종의 해초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대부분 열대지방에 서식한다.
해초는 수심 200m 이내의 얕은 바다에서 군락을 이루고 있다. 강물이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어귀에도 분포돼 있다. 얽히고설킨 해초 뿌리와 줄기 덕분에 바다 바닥에 쌓인 흙이나 퇴적물이 파도에 쓸려나가지 않는다. 또 바닷물이 흐를 때 물기둥에 떠 있는 오염물질의 입자들을 해초숲에 가둬 바닷물을 깨끗하게 해준다. 자연적으로 바닷물이 여과되는 셈이다.
해조와 해초는 모두 물속에서 엽록소로 광합성을 해서 양분을 얻는다. 이때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기후변화의 속도를 늦추는 데 도움을 주고 산소를 배출해 바다 생물들이 호흡할 수 있도록 해준다. 또 열대 바다에는 잘피 같은 해초와 산호초가 함께 있는 곳이 많은데 물고기들은 먹이가 풍부하고 숨을 곳이 많은 이곳에 알을 낳는다. 넓은 해초숲이 해양 생물의 보금자리인 셈이다.
그런데 해초는 얕은 바다에 서식하기 때문에 육지에서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해로운 세균들과 접하기 쉽다. 산업 폐수나 야생·애완동물의 배설물 속 대장균이 직접 바다로 흘러들어갈 수 있다. 바다에 병원균이 많으면 수영하고 놀 때 각종 질병에 걸릴 수 있다.
또 사람이 복용하는 항생제 내성균이 배설물을 통해 하수로 유입돼 바다로 들어갈 수 있다. 문제는 이렇게 퍼진 항생제 내성균이 다시 우리 식탁에 오르는 경우다. 병원균 수치가 높으면 열로 조리한다고 해도 요리 과정에서 죽지 않아 안전하지 않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의 조리흐 램 교수팀과 코넬대학교의 드류 하벨 교수팀은 워싱턴주에 위치한 퓨젓사운드 해변 여러 곳의 홍합을 따서 조사했다. 조사 결과 해초 가까이에 사는 도시 주변의 홍합은 해초가 없는 곳에서 자란 홍합보다 병원균이 최대 65%나 적었다. 이는 해초가 바다로 흘러드는 병원균을 막았기 때문이라는 게 램 교수의 설명이다.
연구팀은 2017년에도 비슷한 연구 결과를 내놓은 적이 있다. 당시에는 해초가 무성하게 자란 인도네시아 스퍼몬드 지역을 조사했다. 그곳 바닷물은 다른 지역보다 식중독을 일으키는 장내구균의 수가 평균적으로 3분의 1에 불과했다. 또 물고기와 해양 무척추동물, 산호에 해를 입히는 병원균도 절반 수준으로 낮았다.

매년 7%씩 해초 군락 감소… ‘바다식목일’ 정해 해초 보호
해초는 병원균을 어떻게 바다로 흘러들지 않게 걸러냈을까? 그것은 해초가 병원균을 죽이는 항균물질을 내뿜어 제거하기 때문이다. 천연 필터 역할을 해 바닷물의 오염을 막고 해양생물을 안전하게 지켜주고 있었던 것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해초는 병원균을 없앨 수 있는 능력을 키우기 위해 오랜 시간 진화해왔다고 한다.
해초는 이처럼 바다 생태계에 매우 이로운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해초 군락이 계속 줄어들고 있다.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바다 환경이 오염되고 수온이 높아지면서 1990년 이후 매년 해초 군락이 7%씩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온이 높으면 물속에 녹아 있는 산소 농도가 감소해 동물의 사체 같은 유기물이 분해될 때 유독한 황화합물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해초가 살아남기 어렵다.
천연 필터 역할을 하는 해초가 사라지면 바다는 어떻게 될까? 숲에 나무가 없으면 숲의 생태계가 파괴되는 것처럼 바다 생태계도 위협받게 된다. 해초가 병원균을 걸러내지 못하면 나쁜 세균이 늘어나고 해양생물이 죽거나 건강하게 살아가지 못하게 될 것이다.
또 해초와 산호초에 의존해 살아가는 열대 바닷가 사람들의 생활도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해초와 산호초가 파괴되면 이곳을 서식처로 삼는 어류들이 사라지게 돼 어획량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해초와 산호초는 이곳에 사는 사람들의 식량창고이자 일터인 셈이다.
현재 미국 뉴욕시는 수질정화 시설을 만드는 대신 습지 서식지를 복원하는 데 힘쓰고 있다. 저수지에 해초를 심는 편이 정화시설을 설치하는 것보다 비용이 적게 들면서도 효과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바다숲이 사막화되는 현실을 극복하고자 매년 해조류와 해초류를 심는 날을 정해 바다숲을 만들고 있다. 바로 5월 10일 ‘바다식목일’이다. 이렇게 매년 천연 필터인 해초를 심어나가는 것만으로도 환경보존과 기후위기에 적극 대응하는 미래를 만들 수 있다.


김형자
편집장 출신으로 과학을 알기 쉽게 전달하는 과학 칼럼니스트. <구멍으로 발견한 과학>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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