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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유일한 재테크 책 쓴 작가 요즘 투자 시장에 훈수를 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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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록(李亨祿, 1808~?)의 작품으로 전해지는 ‘설중향시도(雪中向市圖)’는 장에 가는 사람들을 그린 풍속화다. 눈이 수북이 쌓인 겨울날 한 무리의 사람들이 장으로 향한다. 마소의 등에는 짐이 잔뜩 실려 있고 남은 짐은 남정네들이 등에 짊어졌다. 천지가 흑백의 수묵화처럼 단조로운데 사람들이 입은 옷조차 흰색이다. 자칫 밋밋할 수도 있는 화면에서 말과 봇짐에 넣은 채색이 분위기를 환기시킨다.
‘설중향시도’를 보면 장날마다 물건을 팔러 가거나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새벽부터 채비를 서두르던 옛 어르신들이 떠오른다. 시끌벅적한 장터에 가서 물건도 사고 사람들도 만나고 돌아오면 한동안은 흑백 같은 생활이 알록달록한 채색화처럼 생기가 돈다. 그래서 장터는 굳이 특별한 볼일이 없더라도 먼 길을 걷고 걸어서 가고 싶은 축제의 장처럼 기억된다. 장터가 단순히 상인들이 물건을 팔아 이득을 남기는 장소 이상의 의미가 되는 이유다. ‘설중향시도’는 4면으로 구성된 화첩에 실린 작품으로 19세기의 화원화가 이형록의 작품으로 전해진다. 이형록은 아버지, 삼촌, 사촌 등이 모두 화원을 지낼 정도로 그림으로 이름을 떨친 집안 출신이다.
단조로운 삶에 활력을 불어넣은 장터의 주인공들, 즉 상인에 대한 귀한 책을 최근 발견했다. 조선시대 재테크 서적인 ‘해동화식전(海東貨殖傳)’이다. ‘해동’은 발해의 동쪽이니 곧 우리나라를 일컫는다. ‘화식’은 재화를 늘린다, 불린다는 뜻이다. ‘해동화식전’은 조선시대에 재화를 늘린 부자들, 즉 상인 9명에 관한 책이다. 이 책의 작가는 이재운(1721~1782)이라는 지식인인데 그는 잠깐 동안 참봉벼슬을 했으나 파직됐고 평생을 불우하게 살다 생애를 마쳤다. 그러나 조선시대의 유일한 재테크 서적을 집필했으니 그의 공적이 결코 적다고 할 수 없다.
‘해동화식전’을 읽게 된 계기는 사마천의 ‘사기-화식열전’ 때문이었다. 사마천은 이 책에서 춘추시대부터 한나라 때까지 부를 일군 10명의 행적을 자세하게 기록했다. 기원 전후에 살았던 사마천이 상인들의 존재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한 ‘사기-화식열전’을 읽다가 조선시대에도 이런 종류의 책이 없을까 하고 찾던 중 안대회 성균관대 한문학과 교수의 번역본을 발견한 것이다.
이재운은 사마천의 ‘사기-화식열전’을 모델로 삼아 ‘해동화식전’의 서술방식을 전개했다. 사마천과 이재운 사이에는 중국과 조선, 한나라와 조선시대라는 1700여 년의 시간 차가 존재하지만 마치 스승과 제자처럼 글을 전개하는 데 있어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즉 생업의 본질과 팔도 물산, 빈부의 차이와 치부(재물을 모아 부자가 됨)의 동기, 상업의 규모와 종류 등 당시의 시장 상황을 짐작할 수 있는 내용이 들어 있다는 점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두 사람이 서술한 ‘거부열전’은 부를 축적해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재미도 크거니와 신분에 상관없이 자수성가한 사람들이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치열함까지 추적할 수 있어 읽는 내내 손에 땀을 쥐게 한다. 무엇인가를 시작하고 싶지만 종잣돈이 부족해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이재운의 ‘해동화식전’은 어두운 인생을 밝혀주는 등불이 될 것이다.
이재운은 ‘해동화식전’을 저술하면서 ‘군자는 이익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유학의 이론을 정면으로 부정한다. 오히려 “부유함을 구하고 재물을 모으기보다 앞세우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고 주장하면서 “재물을 가진 뒤에야 예절을 갖추게 마련”이라고 선언한다. 이재운은 사농공상으로 가장 천시받던 상인 계층이 다른 계층 못지않게 중요한 존재임을 드러내고자 했다. 그렇다면 만약 그가 재물이 최고가 돼버린 우리 시대에 태어났더라면 지금의 사회에 어떤 일침을 놓았을까 궁금하다. “아무리 많은 재물을 가져도 사람의 도리를 실천할 수 있어야 진정한 거부이다”라고 주장하지 않았을까?

조정육 미술평론가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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