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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아나운서가 바른 우리말 가르쳐주니 귀에 쏙쏙 들어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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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아나운서가 떴다 ‘찾아가는 바른 우리말 선생님’
청소년의 문해력이 우려할 수준이다. ‘금일’을 금요일로 알거나 ‘고지식’을 높은 지식으로 이해하는 학생이 많다고 한다. 10월 9일 제578돌 한글날을 앞두고 의미 있는 교육현장에 다녀왔다.
9월 27일 서울 도봉구 소재 서울창원초등학교. 5~6학년 학생 120명이 체육관에 모였다. ‘바른 우리말’을 배우기 위해서다. 강연자는 현직 아나운서. 강단 위로 아나운서가 올라서자 학생들의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선생님, 멋있어요!”
“목소리가 엄청 좋아요!”
‘찾아가는 바른 우리말 선생님’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사)국어문화원연합회, 한국방송공사(KBS)와 함께 2011년부터 진행 중인 교육 프로그램이다. 청소년들 스스로 언어를 개선하고 올바른 언어문화를 형성하도록 돕는다는 취지다. KBS 현직 아나운서가 전국의 초·중학교를 돌며 일일교사가 된다.
강연 주제는 매년 바뀐다. 올해는 ‘차별 없는 대화, 어떻게 시작할까요?’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청소년기에 접할 수 있는 차별적인 언어습관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비대면 대화에 익숙해진 청소년들이 올바른 소통 방법과 바른 표현을 배울 수 있도록 했다”면서 “한국 사회의 인적·문화적 다양성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사회 변화에 발맞춘 언어생활 교육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답식 강연으로 학생 참여도 높여
이날 강연자는 KBS ‘뉴스 9’ 앵커를 거쳐 지금은 KBS 라디오 ‘건강 365’를 진행 중인 이영호 아나운서. 이 아나운서는 “나의 오랜 초등학교 친구들을 만나보면 지금도 말버릇이 그대로인 경우가 많다”면서 “여러분이 지금부터 올바른말 습관을 들여야 하는 이유”라며 강연을 시작했다.
그는 ‘차별적 언어’를 ‘다른 편에게 부정적인 태도를 드러내거나 불평등하게 대우하는 언어 및 표현’으로 정의하고 “우리가 무심코 써온 말 중에 차별적 언어표현이 굉장히 많다”면서 “차별적 생각부터 고쳐나가는 게 올바른 표현의 지름길”이라고 했다.
이어 체육관 전면 대형 스크린에 차별적 언어의 예시를 띄웠다. ‘벙어리, 귀머거리, 폰팔이, 보험팔이. 짱깨, 쪽발이, 흑형.’ 모두 특정인을 차별하고 비하하는 단어들이었다. 부린이, 헬린이 등 ‘~린이’라는 접미어가 붙은 단어들도 있었다. 이 아나운서는 “순수하고 솔직하고 창의력과 가능성이 다분한 어린이라는 대상을 단지 미숙하다는 이유에서 이 같은 표현으로 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내 옆에 앉은 친구들의 얼굴이 다르듯 우리는 모두 다르다. 다른 사람을 존중하는 것은 다양성의 인정에서 시작한다”고 강조했다.
차별의 다양한 종류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널리 알려진 장애차별, 성차별, 인종차별 외에 ‘먼지차별(미세공격?micro aggression)’이라는 개념을 소개했다. 이 아나운서는 먼지차별을 ‘생활 속 상당히 미세하게 섞여 마치 먼지처럼 보이지 않지만 은밀하고 미묘한 차별적 언어’라고 정의하면서 여러 상황 속 먼지차별의 사례를 들었다.
“우선 성별에 대한 먼지차별이 있을 수 있어요. 스포츠 중계 시 ‘저건 남자선수도 하기 힘든 기술인데요!’ 하는 거예요. ‘남자가 울긴 왜 울어?’ 하는 것도 마찬가지죠. 직업에 대한 먼지차별도 있어요. 어떤 직업 뒤에는 ‘선생님’을 붙이고 어느 직업에는 ‘아저씨’와 ‘아줌마’를 붙이죠. 예를 들어 ‘의사 선생님’, ‘택배 아저씨’가 있겠죠. 또 어떤 게 있을까요?”
문답식 강연에 학생들의 호응도 뜨거웠다. 이 아나운서가 “결정장애, 중2병, 수유실, 집사람 중 차별적 언어는 무엇이냐”고 물으니 학생들이 “모두 다요!”라고 큰 소리로 답했다. 이 아나운서는 “네 단어 모두 차별적 언어다. 각각 우유부단, 사춘기, 아기쉼터, 배우자로 대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흔히 사용하는 고사성어에 대한 문제도 짚었다. 이 아나운서가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은 어떤 것 같느냐”고 묻자 학생들은 “신체가 불편한 사람이 들으면 기분이 좋지 않을 것 같다”고 답했다. “장애인의 반대말은 무엇일까”하는 질문에는 일제히 “비장애인”이라고 응답했다. 이 아나운서는 학생들을 칭찬하며 “비장애인을 일반인, 정상인으로 표현하는 것 또한 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 밖에도 ‘앞으로 벙어리로 살리다’, ‘남자다운 남자는 낭자를 기쁘게 할 줄 알아야 해’, ‘아름다운 여자는 대접받아야 해’와 같은 드라마 대사나 노랫말을 예로 들며 “심심찮게 노출되는 미디어 속 차별적 언어 또한 걸러 들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 2200개 학교 51만 명 가르쳐
‘찾아가는 바른 우리말 선생님’ 사업이 시작된 2011년 이래 KBS 아나운서들은 전국 약 2200개 학교에서 약 51만 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했다. 올해도 현직 아나운서 40여 명이 전국 초·중학교를 직접 찾아다니고 있다. 8월 28일 서울 동양중학교에서의 첫 수업을 시작으로 서울(25곳), 경기(32곳), 인천(6곳), 강원(5곳), 경남(4곳), 경북(2곳), 광주(2곳), 대구(5곳), 대전(3곳), 부산(4곳), 울산(2곳), 전남(4곳), 제주(3곳), 충남(3곳)까지 순회한다. 총 100곳이다. 아나운서 1명당 2곳을 찾아가는 셈이다.
이 아나운서는 “KBS 아나운서의 4분의 3 정도가 모두 이 사업에 자발적으로 참여 중”이라면서 “바른말을 써야 하는 아나운서로서 교육현장에 나가 학생들의 언어습관을 바로잡아주는 역할을 하는 것은 상당히 의미 있고 보람되는 일”이라고 했다. 이 아나운서는 지금까지 약 10차례 강연에 참여했다고 한다. 그는 “이미 언어습관이 고착화된 성인과 달리 학생들은 개선의 여지가 크고 수업 참여도 또한 기대 이상으로 높다”면서 “이 같은 교육이 청소년 문해력 향상에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문체부는 ‘찾아가는 바른 우리말 선생님’과 별도로 일선 학교에서 ‘쉽고 바른 우리말 사용 교실’도 전개 중이다. 이는 수행평가 방식을 활용한 모둠별 탐구활동이다. 청소년들이 쉽고 바른 우리말 사용에 대한 주제를 선정하고 다양한 언어 현상을 탐구하도록 지원해 쉽고 바른 우리말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이해돈 문체부 문화정책관은 “전국 초·중·고등학생 대상 우리말 교육은 미래세대의 올바른 언어습관을 형성할 뿐만 아니라 사회 구성원 간 원활한 소통으로 사회 갈등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우리말 교육을 확대하겠다”고 했다.

박지현 기자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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